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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n 05. 2016

어떻게 성매매를 줄일 것인가?

한국과 스웨덴이 성매매에 대처하는 방법론

 


판매자보단 구매자를 비판하는 유럽
Don't Buy! 사지마라!


유럽의 성매매 반대 포스터. "팔지마라"라고 하기보단 "사지마라"고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법에서부터 성매매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처벌한다. 이를 금지주의라 한다. 이는 꽤나 후진적인데, 그 이유는 인신매매로 성매매를 하거나 경제적 여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성매매를 하는 경우에도 범법자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는데, 이는 후진적이며 비인권적이다. <테이큰>의 그 딸내미가 아빠에 의해 구출되지 않았는데 마약에 쩔어서 성매매를 하게 되었다고 치자. 그 딸내미는 우리나라에서 경찰에 적발되면 범법자가 된다. 사실상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법만이 성매매 판매자를 범법자로 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여론조차도 성매매 판매자들에게 가혹하다. 성매매 판매자들을 "창녀", "원정녀", "명품사려고 몸파는 년" 따위로 부르면서 성매매 구매자들을 욕하기보다는 판매자들을 욕한다. 마치 남성들은 아무 죄도 없다는 듯이 성매매 이슈에서 남성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배제된다. 이러한 "남성은 죄가 없다"라는 관점은  룸살롱 이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룸살롱에서 여성들을 끼고 노는 남성에게 그것은 "사회생활"이지만, 그런 곳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에겐 "창녀"라는 딱지를 붙인다.


성매매 판매자들을 비판하는 또다른 이유:
세금? 그런데 정말 그게 문제일까?

또한, 한국의 많은 여론은 성매매 판매자를 공격하면서 "세금도 안내면서 뭐가 당당하냐"라고들 하는데, 성매매 판매자들이 세금을 내길 원한다면 그들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게 일관적이다. 그들이 세금 내기를 원한다면 성매매 합법화를 막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는 게 일관성이 있다. 성매매가 '불법'의 영역에 있으면 세금을 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세금 안내는 게 거슬린다면 기독교도 까야된다. 기독교인들도 세금 안내고 버티고 있거든. 천주교, 불교는 모두 세금을 내겠다고 하는데, 유독 기독교 애들만 세금을 안내겠다고 뻐팅긴다. 그대들이 정말 애국적인 마인드로 세금을 안내는 성매매 판매자들을 비판한다면 기독교도 비판하는 게 일관적이다. 만약 그대들이 기독교인이라면, 미안하지만 세금을 가지고는 성매매 판매자들을 비판하면 안된다. 니 얼굴에 똥 싸는 거거든. 기독교에는 입을 닥치면서 성매매 판매자들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리는 건 그들이 여성이라는 약자의 포지션에 처해있기 때문이고, 성매매 구매자에겐 입을 닥치면서 성매매 판매자들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헬조선의 전형적인 강약약강이 드러나는 거다. 애초의 세금 때문에 까는 게 아니다.


성매매의 여성은 사실상 피해자

스웨덴은 성매매에 있어서 성매매 판매자는 처벌하지 않는다. 내가 위에서 말한 이유 등 때문에 성매매 산업의 피해자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매매가 적발되면 구매자만 처벌 받는다. 이를 부분적 금지주의라고 한다. 구매를 금지한다는 점에 그렇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피해자와 구매자 모두를 처벌한다. 그러니까 인신매매 당해서 성매매를 하고 있었어도 처벌 받는다. 스웨덴은 이런 것을 고려하기에 구매자만을 처벌하는 것이다.


스웨덴의 부분적 금지주의로 성매매를 급감했다

스웨덴의 성매매는 어떤 면에선 꽤나 성공적이다. 성매매에 금지주의를 도입해서 어떤 국가보다 성공적으로 성매매를 줄였다. 2010년 스웨덴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거리 성매매 종사자들이 정책 시행 이후 절반으로 줄었으며 성구매 남성도 13.6%에서 7.6로 크게 감소했다(클릭).


스웨덴: 성매매는 줄었지만 성범죄 수치는 올랐다

그런데 스웨덴은 성매매가 줄어들긴 했지만 성범죄 수치는 성매매 감소가 무색하게도 완전 높다. 성매매를 금지하면서 성범죄가 늘어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스웨덴의 성매매가 줄어들고, 스웨덴의 성범죄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웨덴의 경우 성범죄는 UN중 가장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면 안될 것이 하나있다. 스웨덴은 성폭행 횟수에 따라 성범죄 수치를 책정한다. 예를 들어 A가 B를 강간하는데 성폭행을 "3회"했으면 성범죄는 "3회"로 기록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선-대한민국을 포함하여-성폭행 중에 성관계가 몇번이나 일어났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성폭행을 하는 과정에서 성관계가 "3회" 일어났어도 어쨋거나 성범죄가 "1회" 일어났다고 보고 통계에 입력한다. 하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스웨덴에서 성범죄가 타국에 비해 적게 일어난다"라는 명제를 명백하게해주진 않는다. 횟수를 고려안했어도 성범죄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따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스웨덴이 성범죄에 대해 부분적 금지주의를 도입을 하기 전이나 지금에나 항상 횟수를 고려했는데 성범죄 수치가 부분적 금지주의를 도입한 이후부터 올랐다면 "스웨덴에선 성매매 부분적 금지주의를 도입한 이후부터 성범죄가 늘어났다"라는 명제는 입증된다. 그것이 명백해진다면 성매매에 대한 정책이 성범죄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는 아직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


나는 스웨덴 식의 부분적 금지주의가 가장 합리적인 성매매에 대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스웨덴에 관해선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거 같은데, 만약 스웨덴의 부분적 금지주의가 성범죄의 증가의 변수로 작용했다면(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는 분명치 않다) 이는 결코 완벽한 정책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프랑스가 2016년 4웡 6일에 이러한 부분적 금지주의를 도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모두가 이를 반기는 건 아닌 듯 하다.


무엇이 중헌가?

애초에 성매매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돈이다. 흔히 성차별주의자들은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비판하면서 "이미 충분히 돈이 있음에도 명품백을 구매하기 위해 성매매하는 여성"을 상정한다. 물론 그런 이들이 있다는 걸 내가 부정할 수는 없다, 강호는 넓으니까. 하지만 그런 이들이 성매매 시장에서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주장은 통계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뭐로나 입증된 적이 없는,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주장일 뿐이다.


나는 성매매 판매자들 중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어서 그 길로 들어선 이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며, 설령 그런 이가 1인만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게 법이 존재하는 이유 아니던가? 법은 억울한 1인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끊임없이 개정되어야한다. 구조적으로 가난에 빠져서 어쩔 수 없이 성매매 업계에 뛰어든 이들에게 '범법자'라는 딱지를 씌우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그런데 한국은 그러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이란 놈이 그런 짓을 하는 놈이다.


난 성매매를 없애는(없애야한다면) 궁극적인 방법이 의무 교육, 최저생계비 지원(많이!) 등의 복지라고 본다. 이는 가난을 벗어나게 해주어,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는 이들에게 다른 길을 제시해줄 것이다. 그런데 이것 역시 완벽히 아름다운 솔루션은 아니다. 이 솔루션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 많이 들고,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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