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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l 13. 2015

"올바른 연애" 같은 건 없다




인증의 시대

바야흐로 인증의 시대다. 이 시대의 청춘들은 거의 모든 것들을 인증한다. SNS를 들어가면 누가 누구와 어디에서 데이트를 하는 지를 알 수 있으며, 누가 누구에게 100일 선물로 무엇을 주었는 지 알 수 있다. 인터넷이 개발되지 않고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지 않았다면 이런 문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라고? 인터넷이 없었을 때도 남의 연애사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그 말도 물론 맞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고대, 중세 때에 비해 남의 연애사에 대해 더 잘 알기 쉬워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말한다. 시간이 점점 흐르게 되면 사생활(private life)의 개념이 지금보다 훨씬 좁아질 것이라고. 대체로 애인과의 데이트를 SNS에 공유하고들 있다. 특수한 경우이긴하지만 어떤 이는 심지어 애인과의 섹스를 인증하기도 한다. 요즘 중국에선 자신들의 얼굴도 공개하며 동영상으로 섹스 인증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비난을 받아야할까?


"무개념", "극혐"

현재 애인에 대한 인증도 있지만, 애인이 되기 전의 상태인 "썸"일 때 상대와 나눈 카톡이나 헤어진 뒤에 자신의 연애에 대해서 썰을 풀기도 한다. '인증'이라고는 하지만 대체로 많은 경우 상대를 마녀사냥하기 위한 용도다. 카톡 캡쳐를 해서 "김치년 보소"하거나 맞춤법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남자를 인증하며 비판의 대상으로 만든다. "무개념녀의 카톡" 같은 식으로 말이다. 어떤 이는 연애 상담을 해달라며 자신이 어떻게 연애를 하고 있는 지 혹은 자신이 부부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 지를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한다. 


나는 그런 식의 공유 행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의 동의를 얻었으면 모를까 일방적으로 상대와의 교류를 다수의 제 3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비판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나는 그 글에 달리는 댓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올바른 연애"라는 이데올로기

세상에 올바른 연애는 없다. 남녀간의 사랑만이 정답이 아니며, 차도 쪽에서 걷지 않는다고 남자가 '연애 못하는 남자'(이하 연못남)가 되는 것도 아니고 더치페이를 안한다고 싸가지 없는 여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연애에 있어 정답은 없다. 남자간의 사랑도 있을 수 있으며, 여자간에도 마찬가지다. 차도 쪽에서 남자가 걷지 않는 게 마음에 안든다면 그 남자를 만나지 않거나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설명을 해주면 될 일이며 더치페이하는 여자가 마음에 안든다면 만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이때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댄다.


상대의 연애법이 참을 수 없다면 다른 상대를 찾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네티즌들은 여기서 끝내지 않는다. 상대의 연애법이 너무도 쇼킹하다며 인터넷에 인증을 한다. "이 사람좀 보세요!" 이 말 뒤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생략되어 있다. ("저처럼 정상적으로 연애를 하지 않네요.")


인증한 자는 "올바른 연애" 이데올로기에 빠져있는 자다. 그리고 스스로를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는 그 '보편적인' 연애관을 승인받고자 인터넷에 카톡 대화 등을 인증하거나 지금까지 연애해온 과정들을 글로 풀어낸다. 


하지만 세상이 그리 녹록치않다. 스스로를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또다른 자들에게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그들은 인증자에게 "님이 잘못하셨네요."라고 하기도 하고 "뭘 잘했다고 이렇게 글을 쓰심?"라고 한다. 하지만 아군도 있다. "와..그 사람 진짜 잘못했네요" 공격하는 자와 공감해주는 자의 공통점이 있다. 연애에 어떤 평가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그건 그들 자신만의 잣대라는 것을. 


어느 날 인터넷 C커뮤니티에 여성으로 추정되는 분이 글을 올렸다. "C 남자분들 너무 답답하네요.", "연애상담글에 달리는 댓글 보면, 여자를 너무 모르시는 것 같아요.", "오답들 다 수정해주고 싶네요." 그녀는 너무도 답답했던 것 같다. 남자들이 엉뚱하게 연애 상담을 하는 것이 너무도 답답했던 것이다. 그 남자들은 '틀리게' 솔루션을 주고 있었으니까. 


그녀가 옳을 수도 있다. 그 남자들은 "올바른 연애"라는 이데올로기에 빠져서 이상한 조언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어떤 남자의 솔루션이 그녀에게 적절할 수도, 부적절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오로지 그녀에게만 한정된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오답'은 또다른 다른 여인에겐 '정답'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녀는 "오답들 다 수정해주고싶네요"라고 말하며 마치 모든 여성이나 남성에게 통용될 수 있는 어떤 정석을 자신이 알고있다는 듯이 지껄였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건 없다. 그저 취향 존중 못하는 꼰대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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