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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한다는 것- 자존감
연인이 생긴다면 적어도 연애를 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확실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 비록 연인이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줄기차게해주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어느정도 마음의 안정을 준다는 이야기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 귀속되어 있다는 것.
연애를 통해 자존감을 충족하는 사람의 경우는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상대에게 이별을 고한다. 더이상 상대가 나의 자존감에 도움이 되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인의 존재함으로써 나의 존재가 바닥으로 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로 영화 속 캐릭터들을 이렇게 말한다. "넌 날 비참하게 만들어." 이 말 뒤엔 다음과 같은 말이 생략되어 있다. "(개새끼야)"
하지만 연애를 통해 자존감을 채우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사랑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오래 가지 않는다. 몇년간 만나는 커플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커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장수커플들에게 "대단하다"라는 칭찬인지 뭔지 모를 말들을 하지 않는가. 그렇기에 사랑이라는 불안정한 것을 통해 자존감을 충족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나의 자존감이 연애를 통해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나'를 사랑해주는 연인이 없다고해서 '나'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연인이 생긴다고해서 '나'의 가치가 갑자기 급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연인의 존재를 통해서 자존감을 충족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건, 다른 어떤 이유로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연인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 자신은 타인의 사랑이 없다고 해도 그 자체로 귀하고 소중하다.
연애를 한다는 것- 타인의 시선
연애라는 관계는 타인의 시선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특히나 남의 인생사에 대해 왈가왈부 하기 좋아하는 한국에서 연인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만으로 타인이 다르게 봐주기도 한다. 연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올..니가?" 따위의 반응을 보이는 것도 연애라는 관계에 소속되어있는 것이 타인이 우리를 보는 방식을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 수가 많건 적건 자신이 솔로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고 또 남에게 자신이 솔로라는 것을 말하기 싫어서 연인을 만드는 사람도 분명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연애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툴은 두가지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과 프로필 문구를 통해 자신이 연애 중이라는 것을 알리기는 사람도 있고, 페이스북의 프로필과 연애상태를 통해 자신이 연애중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여러가지 목적을 가진다. 자신이 연애중이라는 것을 알리며 '나는 사랑받고 있다'라는 선언을 하는 것이 하나고, 연인이 바람을 피지 못하게끔 '소속 사실'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하나다.
흥미로운 것은 남녀 중에 한쪽만 연애중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경우다. 한쪽은 자신이 연애 중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나머지 한쪽은 딱히 그 사실을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자신이 연애중임에도 불구하고 연인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다른 이성의 접근을 유도하는 것인지 아닌 지는 불분명하나, 그런 의심을 살 수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로 싸우는 연인도 적지 않다. 이것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더 디테일하게 다루고자 한다.
여하튼, 위 케이스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연애중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이 연애중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 연인이 지인들에게 자신이 연애중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연애중이라는 것을 공표하는 사람은 '연애중'이라는 것에 꽤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는 그의 자존감과 결부되는 문제일 수도 있으며, 그의 사회적 평판을 위한 작전일 수도 있을 거다. 자존감과 사회적 평판을 칼 자르듯이 자를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