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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l 11. 2015

사랑하기 전에 필요한 어떤 마음가짐

세상에서 가장 마음 편한 사랑이 뭘까? 필자는 짝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짝사랑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대상만 있으면 될 뿐이다. 대상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고, 돈을 투자할 필요도 없다. 그냥 마음 편히 사랑(?)만 주면 그만이다. 필자 역시 짝사랑을 해봤고, 좌절을 해봤지만, 돌이켜보면 그게 과연 사랑이었나 하는 생각은 든다. 나는 미지의 대상을 세우고, 그저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을 뿐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과연 실존하는 존재였을까? 아니면 내가 상상한 어떤 존재였을까? 누군가와 깊은 연애를 해보면 짝사랑이 왜 허접한 사랑인지 깨닫게 된다. 연애를 통해 상대를 알아가다보면 상대가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그 시점에서 상대를 수용하면 연애는 지속되고, 수용하지 못하면 이별하게 된다. 그런데 짝사랑은 미지의 대상을 세우고 제멋대로 상상하고 자위한다. 딱히 상대의 진짜 모습을 수용할 필요가 없다. 이건 뭐랄까 초중딩들이 아이돌 오빠들에게 푹 빠지는 현상과 유사하다. 미지의 대상을 세운다는 점에서, 그리고 상대의 진짜 모습을 모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려면, 상대의 가면 내부의 모습까지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포용력이 필요하다. 좋은 방향이건 아니건 상대는 당신이 상상하는 바와 다를 것이며, 상대가 바라보는 당신 역시 상상과 다를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그런 모습을 진정 수용할 수 있을 때 연애는 더욱 성숙할 수 있다. 이건 갓 태어난 아이와 엄마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아이는 스스로를 엄마와 동일시한다.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면 엄마가 무엇이든 내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며 경험치를 얻은 아이는 '나'가 아닌 '타자'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아이는 엄마와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때 아이와 엄마 간의 관계는 더욱 성숙해지며 아이 또한 성장한다.


연애도 이와 유사하다. 썸을 탈 때나 연애초기에는 상대가 내가 상상하는 그런 존재일거라 상상한다. 자신과 상대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마찰이 생긴다. 상대의 뭔가 이상한 습관을 발견하고, 상대가 납득할 수 없는 취미를 즐기는 것을 알게된다. 그렇게 상대가 나와는 다른 어떤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차이를 극복해낼 때 건강한 연애가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나의 기준에 부합하게 교정하려고하면 관계는 필연적으로 깨진다. 그런 것을 전문용어로 집착이라고 한다. 집착은 건강한 연애의 적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필요한 것은 상대가 나의 기대와 다르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려는 데 이 부분에 자신이 없다면 일단 마음부터 다스려보는 게 어떨까. 급할 거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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