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우 Aug 02. 2016

감정노동자들은 어떻게 감정노동에 노출되나?

SNOWFOX


간호사를 비롯한 한국의 흔한 감정노동자들이 뭐같이 취급받는 건, 물론 파렴치한들의 존재 때문도 있겠지만, 파렴치한들의 파렴치한 짓들에 대항할 수 없는 불안정한 고용구조 때문이 더 크다고 본다. 예를 들어 파렴치한들이 직원을 모욕했을 때 직원들도 카운터로 모욕을 할 수 있나? 모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대응을 할 수는 있나?


'내 자리'가 '안정적'이란 판단이 선다면, 그러니까 파렴치한들의 파렴치한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을 한다고 쳐도 직장에서 쉽사리 잘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선다면 감정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수위는 괜찮은 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직원-노동자들이 파렴치한들의 파렴치한 짓에 카운터를 친다면 고객들의 민원이 들끓 것이고, 회사는 직원을 고기 방패 삼을 것이다. 지금까지 헬조선 회사들의 수많은 자취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회사는 책임지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회사는 책임지지 않는다. 고갱님(?)으로부터 받는 모욕은 일종의 산재이기에 회사가 책임을 져야하고 직원들을 보호해줘야함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한 도시락 회사 SNOWFOX Korea의 공지사항은 꽤나 인상적이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회사가 책임을 지는 문화가 전방위로 퍼져있었다면 한 때 이슈가 되었던 백화점의 그 직원이 손놈새끼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태극기 마크 달고 장사하는 그 항공사의 직원이 고갱님(혹은 회장님 딸)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나라의 노동자들은 너무 위태로운 위치에 있기에 모욕에 대항하기도 어렵다.


고삐리일 당시에 터키를 가는 비행기에서 뭔가를 물어보려고 외쿡인이었던 항공사 직원을 툭 건드린 적이 있었다. 그러자 뒤를 돌아보더니 그 외쿡인 직원은 화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Don't touch me" 지금 생각해보건데 돈터치미 뒤에는 애스홀이 생략되어있던 거 같다. 만약 한국의 항공사 직원을 내가 툭하고 건드렸으면 그 직원은 내게 "만지지 마세요"라고 할까 아니면 함박 미소를 지으면서 "무슨 일이시죠?"라고 할까? 너무 뻔하게 답이 나오지 않나? 이게 지금 이 나라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
뱀다리, 비행기에서 직원을 부를 땐 벨을 누르자.-

-

후원을 통해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주세요!(클릭)

브런치, 매거진 구독해주세요!

제보 및 문의- funder2000@naver.com, 카카오톡- funder2000 (익명은 철저히 보장됩니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funder2022

헬조선 늬우스 페북페이지- https://www.facebook.com/Hellchosunnews

<헬조선 늬우스> 팟캐스트- http://www.podbbang.com/ch/11515


매거진의 이전글 셧다운제 "완화"가 뻥구라인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