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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Feb 02. 2017

반기문이 중도하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반기문의 갑작스런 대선 불출마 선언

2016년 2월 1일, 반기문은 전격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몇가지 재미있는 맥락이 있는데요. 하나는 그가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았는데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거고, 또 하나는 그가 하차 선언을 할 때 참모들조차 반기문의 본심을 몰랐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그가 하차 선언을 하기 30분 전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났다는 건데, 심상정이 반기문에게 어떤 말을 했을지에 대해서도 여러 말들이 오고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선 반기문이 하차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설을 다뤄보겠습니다.


반기문의 첫째 동생 반기상과 반기상의 아들 반주현의 랜드마크72

이 건물이 랜드마크72

고 성완종의 아들 성승훈(경남기업)이 반기문 측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소송 대상은 반기문의 조카인 반주현씨가 임원으로 있는 속해있는 Colliers International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경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고 성완종은 경남기업의 랜드마크72를 매각하려 했다. 경남기업의 고문이었던 반기상이 아들 반주현을 추천한다.



2. 반주현은 반기문의 비선을 통해서 랜드마크72 매각을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링크).


3. 고 성완종의 아들 성승훈은 반기문의 비선을 통해 매각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반주현을 매각 책임자로 끌여들인다(링크). 반주현은 콜리어스 인터네셔널이라는 매각주간사의 임원이다. 경남기업이 콜리어스 인터네셔널과 계약을 맺었다고 보면 된다. 


4. 반주현은 반기문의 비선을 이용해 매각을 추진해야한다면서 카타르 투자청을 끌여들인다. 반기문과 카타르 국왕이 친했던 모양이다. 혹은 친하다는 식으로 속였거나.


5. 반주현은 카타르 투자청의 구매의향서를 경남기업에 건냈다. 고 성완종은 랜드마크72 판매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근거는 이 때 받은 투자의향서 때문일 것이다.


6. 그런데 구매의향서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된다. 카타르 투자청은 구매의사를 전달한 적이 없다고 한다(링크). 2년이 넘는 구매기간동안 경남기업은 카타르 투자청과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경남기업측이 반주현에게 만남을 요청했지만 한번도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링크).


7. 경남기업은 반주현을 고소한다. 문서를 위조했다는 이유다. 현재 이 경남기업과 콜리어스간의 계약은 무효가 된 상태다(앞선 링크로 확인 가능).


이런 의혹은 반기문에게 유리할 수가 없죠. 반기문이 조카에게 이름을 빌려줬을 거란 그럴듯한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렇다면 반기문의 윤리성에 심각한 문제제기가 가능해집니다. 설사 반기문 몰래 조카가 반기문의 백을 이용했던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반기문에게 문제가 없는 건 또 아니죠.


이 이슈를 JTBC가 처음 터뜨렸을 때는 이렇다할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손석희 사장도 나름 야심차게 이 이슈를 준비했는데 그닥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했죠. 




그런데 반기문이 한국에 오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반기문 본인이 대선 행보를 뛰었기에 기자들은 더욱 반기문 취재에 열을 올렸습니다. 과거에는 별로 조명받지 못하던 뉴스가 빛을 보게 된거죠.


더 나아가 미국 연방 검찰은 반기문의 첫째 동생인 반기상에 대해 뇌물, 사기, 돈세탁 등 무려 12가지 혐의로 현재 기소한 상태입니다. 랜드마크72 매각하는 과정에서 중동의 한 관리에게 50만 달러(6억원)의 뇌물을 건네려한 혐의입니다(연합). 이 이슈도 반기문에겐 부담이 되었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참고로, 랜드마크72는 매각되어 2016년 4월 29일 에이오엔비지엔(AON BGN, 강선일 회장)에 100% 인수 되었습니다.



반기문의 둘째 동생 반기호과의 비리 의혹
feat.미얀마, K타운
유재경 미얀마 대사


최근 삼성이 유재경 미얀마 대사를 최순실을 통해 꽂았다는 의혹보도가 있었습니다. 특검 브리핑에 따르면 유재경 대사는 최순실의 추천으로 대사가 되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유 대사는 고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삼성전기에 입사 후 삼성전기 상파울루사무소장(과장), 유럽판매법인장(상무), 글로벌마케팅실장(전무) 등을 지냈습니다. 빼박 삼성맨이죠. (삼성전자 아니고 삼성전기 맞습니다. 두개의 회사가 모두 존재합니다) 


미얀마 이슈는 아마도 최순실과 박근혜를 저격하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이 이슈에 덩달아 걸린 인물이 있으니, 또 반기문입니다. 아까는 첫째 동생 반기상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둘째 동생 반기호에 관한 것입니다. 정의당의 이정미 의원이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반기문의 동생 반기호는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곤 했는데, 반기호가 미얀마에서 사업을 할 때 유엔이 따라 들어가는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그가 2010년에 부회장으로서 재직했던 보성파워텍이 2015년에 미얀마를 진출할 당시에 1월달에 미얀마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납니다. 그런데 1월 21일 1시에 보성파워텍이 산자부 장관을 만나고 1시간 뒤인 2시에 유엔 관계자가 똑같은 장소에서 산자부 장관을 만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반기문이 뒤를 봐줬을 거란 추정이 가능해지는 지점이죠.


반기호에 대해선 하나의 이슈가 더 있습니다. 그가 2010년에 사장으로 취임했던 KD파워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KD파워는 미얀마에 진출하는 2012년 9월 21일에 UN 글로벌컴팩트에 가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UN 글로벌컴팩트를 가입하기 위해선 반기문 당시 사무총장에게 서류를 제출하며 승인을 받아야합니다. 


UN 글로벌컴팩트에 가입하면 UN조달시장 정보가 제공되고, UN 글로벌컴팩트 비즈니스 포럼에 초정되는 등의 혜택이 있습니다. UN 글로벌컴팩트는 2007년 유엔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 최대의 자발적 기업의 모임으로서, 가입되면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에 관한 10대 원칙을 실현했다는 이행보고서는 제출해야합니다. 그런데 KD파워는 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못했고, 결국 제명됐습니다. 


반기문이 이 이슈와 무슨 상관이냐, KD파워에게 UN글로벌컴팩트 가입 승인을 했을 당시에 특혜가 있었느냐가 의혹의 중심입니다. 반기문이 사퇴한 시점에선 더 파고드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첫째 동생과 둘째 동생에 관한 이슈가 계속 진행되었다면 반기문의 명예에 상당히 치명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반기문의 입장에서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혹은 스스로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대선 레이스에서 내려오는 게 이득이라고 봤었을지도 모르죠.


황교안 대통령 대행의 마수?
2월 1일, 뜬금없는 선관위의 선거자격 재심사


2017년 1월 13일에 중앙선관위는 말했습니다. “선거법 등을 종합해 볼 때 선거일 현재 5년 이상의 기간을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국내에 계속 거주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제19대 대통령선거일까지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다면, 공무 외국 파견 또는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 기간 외국에 체류 여부를 불문하고 피선거권이 있다"


이렇게 말했던 선관위가 2017년 2월 1일이 되자 입장을 바꾸고 반기문의 피선거권에 대해 재심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여러가지로 이상했습니다. 


선관위의 최근 행태는 반기문을 아주 많이 보호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반기문에 대한 비판이 가열차자, 허위사실에 대해서 선관위가 직접 처리해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선관위의 본래 역할이 아니고, 지금까지 그랬던 적도 없었던 지라 의아함과 비판을 자아냈고, 실제로 반기문이 퇴주잔을 마시는 영상을 올린 네티즌을 선관위는 직접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선관위가 반기문의 피선거권을 재심사한다니까 의아할 수 밖에. 그래서 많은 이들이 황교안의 힘이 작용한 거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정작 황교안 본인은 관여한 적이 없다고 하고 있으니, 판단은 알아서들 하시길.


이런 재심사에 이슈까지 벌어지자 반기문은 더욱 압박을 받지 않았을까 싶네요. 혹은, 재심사는 '어떤 라인'의 반기문을 향한 일종의 경고성 압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그만 내려와라"라는 압박 말이죠. 


반기문은 시간이 지날 수록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었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려는 것을 막으려는 자들은 반기문에게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그래서 손절매를 하지 않았을까, 마, 추측을 해봅니다. 반기문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혐오 감정을 드러냈는데, 이게 그 손절매한 세력을 향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아마도 그 세력은 MB라인이겠죠. 


미국에서 장기간 사무총장으로 일하다보니 한국에는 정치적 기반이 없던 반기문입니다. 그를 도와주는 세력이 없다면 반기문은 한국 정치판에서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그를 돕는 '손절매'한 시점에서 반기문에게 남은 옵션은 불출마 외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소속의 자금 문제

반기문은 소속된 당이 없었습니다. 그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그를 향해 손을 뻗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반기문에게 러브콜을 보냈죠. 그런데 기름장어라는 별명을 듣는 그 답게 계속 간을 봤습니다. 그와 같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미꾸라지들은 '완벽한 무엇' 이 있기 전까지는 선택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의 이런 경향은 그의 지지율이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었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는 판국인데, 어떤 선택을 내리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입니다.


반기문과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인명진


결국 지지율이 떨어지자 어떤 정당들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의 인명진은 2월 1일 오전에 반기문을 만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미끄러져서 낙상하면 힘들다. 특히 겨울엔 낙상하기 쉬워서 집에 가만히 있는게 좋다" 이건 뭐 싸우자는거죠.


소속될 만한 당을 더이상 찾기 어려워진 반기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등이 있고, 국민의당에는 안철수가 있고, 바른정당에는 남경필이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가겠다면 새누리당을 가야하는데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늙었으면 집에나 처박혀있으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입장에서는 이제 정말 절벽 밖에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명진을 만난 뒤에 그는 심상정을 만났고, 심상정을 만난 뒤 30분 후에 불출마 선언을 합니다. 반기문에게 심상정은 마지막 희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옵션인 정의당에 비벼보려고 했는데, 정의당에서마저 비토를 당하고 절망하여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당에 소속되어있지 않다는 건, 선거의 비용을 후원자나 본인이 감당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반기문의 지지율을 보고 후원자가 더이상 후원을 하지 않게 되었다면, 그리고 소속될 당마저 찾지못했다면, 선거는 이제 반기문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할만한 일인지 고민할 일이 되어버립니다. 지지율이 괜찮은 상태라면 어느 정도 돈이야 쓸만하겠지만, 지지율은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돈을 부을지 말지, 고민을 해야합니다.


반기문이 대통령을 어떤 소명의식 때문에 하려는 것이라면 단순히 돈 문제 때문에 불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선거 자금이야 개미 후원자들을 통해서도 어떻게든 해보면 되는 것이고, 나름대로는 지지율 2위의 위치에 있던 반기문이니까요. 다만, 의지가 부족했고, 반기문 스스로에 대한 비판을 버틸 맵집도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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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박현우(좋아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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