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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an 31. 2017

헬조선 사진판의 월급은 50만원에서 시작한다.

#헬조선 #이맛헬 #노동


스튜디오마다 저마다 주력으로 하는 사업이 있지만, 필자의 지인이 몸 담고 있는 스튜디오는 잡지에서 일거리를 주면 사진을 찍어서 토스하는 일을 한다. 스튜디오는 실장이라는 대장과 포토어시스트(이하 어시)가 존재한다. 직급순으로 따지면 실장 다음이 포토고, 포토 다음이 어시다. 잡지와 함께 일하는 스튜디오가 있는가 하면, 웨딩 업체와 손을 잡는 업체도 있을 것이고, 의상이나 제품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도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칼퇴근? 주말? 
그런 건 없다.

비단 내 지인이 몸담고 있는 스튜디오에 한정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부분 사진판은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다(영화계, 패션계 등 예체능 계열은 모두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실장-보스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들은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임금으로 일을 하고 있으며, 충분한 만큼의 휴가도 보장받지 못한다. 임금은 월급으로 지급되지만, 그 임금은 일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저임금을 상회하지 않는다. 


퇴근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으며 빨리 퇴근해도 저녁 8시쯤일까? 주말에도 고정적으로 쉬지않고, 일거리가 있는 이상 계속 자리를 잡고 있어야한다. 퇴근시간도 없고, 주말에도 일을 하지만, 월급은 쥐꼬리만하다. 50만원을 받는 사람도 있고, 많이 받아봐야 130에서 150을 받는다.


한달을 일하면 2일의 휴가가 주어지는데, 그것도 고정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보스가 "주겠다"고 말을 하면 주어지는 있긴있으나 확정되진 않은 그런 종류의 휴가다. 이를 설명해주는 간결한 전문용어가 있다. 열정페이. 


열정페이?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부려먹으면서 정당한 보수를 주지 않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우리는 열정페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청춘들은 열정이라는 이름 하에 무임금이나 저임금으로 노동을 한다. 위에서 주는 콩고물이나 경험을 통해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서다. 임금을 받으면서 노동을 하면 좋겠지만, 한국의 사진업계나 패션업계, 영화업계에서 노동에 따르는 정당한 임금은 요구해서는 안될 무엇이다.


어떤 식으로 임금이 지급되는가?
영화업계를 사례로

사진업계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영화업계에서 임금이 어떻게 지불되는 지를 알려드리겠다. 영화 제작사는 한 명 한 명의 스탭들을 모두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한 명 한 명의 사람과 계약을 맺기보다는 팀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예를 들어 현장 녹음을 하기 위해선 사운드팀이 필요하다. 이때 영화 제작사가 사운드팀과 계약을 맺고 영화 한편 같이 작업하는 것을 가지고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사운드팀에는 팀장과 그 아래의 부하들이 존재할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관건인데, 그 300만원을 어떻게 운용할지는 오로지 팀장에게 달려있다. 이때 팀장은 200만원을 본인이 먹고 나머지 100을 부하 2명에게 분배할 수 있다. 100씩 받은 부하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이것을 받아먹을 수 밖에 없다. (오해하면 안되는 게 하나 있다. 사운드 치프라고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직접 계약이 아닌 것도 문제이지만, 영화사의 제작금 중에 스탭 임금에 대한 쿼터 자체가 낮게 잡혀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시, 사진업계의 임금 지급 방식

사진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잡지가 계약을 맺는 건 하나의 스튜디오이지, 그 스튜디오의 멤버들이 아니다. 잡지사가 스튜디오의 대장에게 한 작업건에 대해 500만원을 준다고 할 때, 그 500을 어떻게 분배할 지는 오로지 대장-실장에게 달려있다. 그런데 그 실장들은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으면서 임금을 분배한다. 그래서 주말도 없이 일하면서 한달에 50만원을 버는 사람이 생기는 거다. 


사진계에서 팀장-실장이 가지는 힘은 더 쎄다. 잡지와의 인프라가 구축된 자가 그 실장이기에 실장은 그 노다지를 독점하면서 아랫 것들을 굴려먹을 수 있다. 또한 실장은 자신과 관계가 좋은 업체를 부하 중 한명에게 토스하는 식으로 부하 한 명에게 노다지를 선물해줄 수도 있다. 


실장은 노다지를 독점했기에 돈을 손쉽게 벌지만, 부하들은 노다지가 없고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기에 개인적으로 스튜디오를 차리기가 어려우며, 노다지를 선물받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버티고 버틴다. 이들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장을 찌를 수 없는 이유다. 워낙 업계가 좁기에 자칫 잘못하다간 낙인이 찍혀서 업계에서 퇴출될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공포가 거기에 자리한다. 굴러가는 바퀴를 멈추려고 시도하는 자는, 실패할 때 오롯이 혼자서 독박을 쓰는 법이다.



왜 그런 곳에서 일을 하나?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말도 안되는 노동환경에서 왜 일을 하는가? 라는 질문은 당연하다. 이 질문에 대해 "하고 싶으니까"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바꿀 방법이 없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특정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런 무자비한 노동환경을 버텨야한다고 믿는 이들도 꽤나 많다. 이등병이 버티면 병장이 되서 갑질을 하듯이, 그들도 지금은 인간 대우도 못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그 갑질할 위치에 오르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자들이 언급한 업계의 8할은 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런 노동 환경은 감내해야할 상황이고, 더 나아가 바뀌어서는 안될 현실이다. 그래야 나중에 갑이 되었을 때 꼬맹이들을 부려먹으면서 혼자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조짐?
안보인다.

사진업계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노동 운동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딱히 조직화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포토나 어시들 간의 정보 교환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본인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모르는 자들도 존재할 거라는 거다. 동일한 일을 하면서 50을 받는 자들은 100을 받는 자들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지 않을까. 조직화가 먼저 이루어져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영화계는 영화산업노동조합이라는 나름 사이즈가 큰 조직이라도 존재하고 패션업계에도 패션 노조가 한동안 활발히 활동했었다. 사진업계에는 그마저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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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할까? 모르겠다.

변하길 원할까? 그것도 모르겠다.

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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