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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pr 28. 2017

동성혼 합법화는 대통령(후보)의 입장에 달려있지 않다.


1. 
최근에 쓴 안철수 글(https://brunch.co.kr/@funder2000/324)에서 나는 안철수가 프레임 이론의 팬이기 때문에 오히려 문재인에게 "내가 이명박 아바타냐"하고 물었을 거라고 적었다.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프레임 이론의 팬들은 그 프레임 이론을 근거로 안철수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고 항상 동일한 행동을 하는 건 아니니 이상할 건 없다.


안철수가 전략상 실수를 범한 것 같기는 한데, 프레임이고 자시고 딱히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거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빠지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들이 급해지기 때문이다. 그를 향한 상당한 표가 홍준표로 빠지는 건 시간 문제다. 프레임 때문이 아니라 한국이 그만큼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동네라서 그렇다. 이도저도 아닌 양반이 설 공간은 미안하지만 마련되어있지 않다. 진보들은 안철수가 되면 이명박이 상왕이 된다고 하고 보수들은 안철수가 되면 박지원이 상왕이 된다고 한다.


2. 
안철수의 질문이 기획된 것이었듯 문재인의 동성애 발언도 기획된 것이란 게 내 생각이다. 홍준표에 말려들었다는 분석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 뒤에 이어진 사형제에 대해서 문재인이 했던 확실한 입장 표명은 어떻게 설명할텐가? 문재인은 그저 자신이 정한 입장을 말했을 뿐이다. 동성애에 대해서나 사형제에 대해서나. 오히려 함정(?)에 말려든 건 문재인이 당연히 다르게 발언할 것이라 예상했던 홍준표다. 어제 토론에서 더 당황한 표정을 보이건 문재인이 아니라 홍준표였다. 미끼는 던졌는데 문재인이 안물었거든.


굳이 홍준표의 막가파식 질문을 대비하지 않더라도 기독교 표를 의식한다면 어느 후보나 동성애에 관련된 입장을 정할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입장, 재벌에 대한 입장, 노조에 대한 입장, 북한에 대한 입장을 정하듯 동성애에 대한 입장도 정하게 된다. 어떤 이슈에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해당 후보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문재인의 발언은 새로울 게 없다. 앞서 2016년 6월 더민주당의 표창원도 비슷한 류의 발언을 했었다. “성경에서 금지한 동성애가 이 사회에 확산되는 것에 반대한다”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게 아니라 동성애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차별하는 것에 반대한 것”


문재인의 발언과 표창원의 발언이 하고자 하는 말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동성애 그 자체는 반대하지만, 그들을 차별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 굳이 이 글에서 동성애는 하나의 성 지향이기에 반대나 찬성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하진 않겠다.


그 전, 그러니까 2016년 2월 9일에는 김무성과 박영선이 국회의원관 대회의실에 나타나서 자신이 얼마나 신에게 충성스러운 신자이지 보이며 동성애 혐오발언을 쏟아냈었다. 그러자 신이 화답했다. "나는 그러라고 한 적 없다"


3. 
토론을 준비할 땐 '판'이란 걸 짠다. 어떤 이슈에 어떤 입장을 보이고 예상되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할 지를 정한다. 토론을 제대로 준비했다면 '준비되지 않은 발언'은 하지 않게 된다. 즉흥성은 표현 방식에선 있을 수 있지만 판 그 자체에선 발생하지 않는다. 


토론에서 설득해야할 사람은 패널들이 아니라 그 토론을 지켜보고 있는 청중이기에 단순히 상대를 압살해버린다는 식으로 판을 짜선 곤란하다. 회심의 일격으로 상대의 입을 막더라도 발언자가 거만하고 오만한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면 결과적으론 실패다.


가령, "내가 이명박 아바타냐"라는 질문은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식으로 쓸 수는 있겠지만(그마저도 안됐다), 청중들 입장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질문이다. 청중들은 안철수가 이명박 아바타설에서 벗어나야한다는 당위성에 딱히 관심이 없다. 안철수의 지지자라면 아바타설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아바타설 옹호론자라면 그 당위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문재인이 동성애에 대해서 판을 짤 때도 여러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판을 짤 때는 발언자가 설득력 있게 보여야한다. 대학토론대회에선 교수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야하고 100분 토론에선 방청객과 시청자들에게 잘 보여야하고, 대선 토론에선 '유권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야 한다. (그리고 <대학토론배틀>에선 토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허지웅에게 설득력있게 보여야한다)


안철수는 이 맥락에서 "국민"이란 개념을 쓰는데, "국민"은 그렇게 단편적으로 인용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다. "국민"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여기에서부터는 수 계산이 시작된다. 어떤 판을 정해야 더 많은 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한국에서 동성애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 지에 대해서 각종 캠프들은 공개되지 않은 여론조사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에 기반해서 토론의 판을 짰을 것이다. 


특히나 문재인 같이 당선권에 있는 후보의 입장에선 리스키한 판을 짜기 어렵다. 지금의 지지자를 유지하면서도 타 후보를 지지하는 자들을 끌어올 판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잃을 게 많으면 소심해지는 법이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심상정처럼 과감한 주장도 할 수 있지만 당선권에 있는 후보는 상황이 다르다. 그래서 나온 동성애에 대한 판이 "동성애에는 반대하지만 차별에 찬성하지는 않는다"는 것일 것이다.


4. 
물론 유권자는 후보의 사정을 이해해줄 필요는 없다. 그런데 동성애에 관한 후보들의 입장을 보자면, 다들 본질적으론 그다지 다르지 않다. 문재인은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고 했고(계속 타자는 치고 있는 데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문장이다), 심상정은 동성애 결혼을 법제화하는 것에는 신중해야한다고 했다. 안철수, 유승민, 홍준표는 뭐 말할 것도 없다.


5. 
오바마도 대선에 나올 당시엔 동성애 결혼 합법화엔 반대했다. 하지만 여론이 치고 올라오자 그는 동성애 결혼 합법화에 힘을 쓰게 된다. 정치인들은 애초에 국가를 막론하고 본질적으로 소심한 인간들이다.  그들은 확실히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판에만 뛰어든다. 누군가가 뽑아주지 않으면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직업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선 후보들이 동성애 인권에 소극적인 이유는 한국에 그만큼 호모포비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건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건 동성애 결혼은 합법화가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통령에게'만' 달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누군가가 동성애 결혼 합법화를 지지하고 대통령에 당선된다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북장구 치고 부채춤 추면서 비토를 놓으면 동성애 결혼 합법화는 묘연해진다. 그래서 국민들 대다수의 인권감수성이 중요하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자들에게.

-동성애는 선천적인 것이고, 후천적으로 '인지'되기도 한다. 이게 뭐 전염병처럼 퍼지는 게 아니고, "동성애를 하라"고 연단에서 명연설을 한다고 이성애자가 동성애자가 되지도 않는다. 스티브 잡스나 코난 오브라이언이 "동성애자가 되라"고 맛깔대는 스피치를 해도 그런 건 안된다.


애초에 동성애는 '반대'가 가능한 게 아니다. 백인을 반대할 수 없고 흑인을 반대할 수 없고, 남성과 여성을 반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기에 그냥 있는 것은 반대할 수 없다. 동성애를 찬성한다고 갑자기 땅속에서 좀비떼처럼 동성애자들이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게다가 에이즈는 이성간의 섹스를 통해 더 많이 퍼진다. 애초에 섹스를 할 때 피를 통해 전염되는 놈이기 때문에 성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섹스를 많이 하는 놈이 범인인건데, 당연하게도 이성애자들이 더 높은 비율이다.


한국에서 에이즈의 원인을 생각한다면, 동성애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 남자놈들이 콘돔을 거부하는 게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애널섹스가 이성 간에도 가능하다는 걸 모르는 교회의 노예들이 "항문성교"를 이유로 동성애를 반대하는데 그들이 여성 동성애자는 무슨 이유로 비판하는 지도 좀 들어보고 싶다. 찾아 보는데 없더라고. 그 동네는 도무지 업데이트가 안된다. 


-수많은 질병 중에서도 교회는 에이즈만을 걱정한다. 이상한 일이다. 폐암은 착한 질병인건가? 담배는 반대 안하나? 술은? 참이슬은 인간에게 이로운가?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아메리카노는 어떤가? 카페인은 인간에게 이로운가? 탈세는 어떤가?


교회님들이 정말 걱정하는 게 뭔질 모르겠다. 인류의 건강? 아니면 니들이 믿고싶은대로 만들어버리는 신? 나는 진심으로 니들이 믿는 신이 불쌍하다. 매번 형체가 바뀌어서 하나의 신만 있는 거 같진 않지만. 정말 유일신을 믿는 종교가 맞기는 한건가.


-동성애를 에이즈를 이유로 반대하는 예수쟁이들은 정말 에이즈를 이유로 걱정하는 거라면 교회 앞에서 콘돔이나 무료로 배포하는 게 어떨가 싶다. 니들 세금도 안내잖아. 한번쯤은 착한 일도 해야지. 에이즈를 예방하고 싶은거라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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