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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pr 24. 2017

문재인 지지자는 문재인 부하가 아니에요, 철수 브라더ㅠ


어제, 그러니까 4월 23일 토론에서 브라더가 문재인 후보에게 던진 질문은 항간에 조롱과 함께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브라더는 문재인에게 물었습니다. MB의 아바타로 보는 지 물었지요. 이 질문이 웃긴 이유를 말할 때 굳이 프레임 이론까지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왠지 빼면 섭섭해하실 것 같아 언급해보겠습니다. 


"원숭이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때 원숭이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MB아바타를 굳이 언급하면서 스스로와 MB아바타를 겹치게 만든 것이 프레임 이론으로 볼 때 전략상 나빴다는 것이 세인들의 평가입니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저는 그다지 프레임 이론의 팬이 아닙니다. 문재인 후보의 높은 지지율이 문재인이란 후보가 현재 위치한 포지션 덕에 가능했다 보지않고, 브라더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지지율도 어떤 프레임 때문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심상정은 또 어떤가요? 그녀가 가진 노동 운동, 노동자, 여성이라는 포지션이 프레임 이론상 나쁜가요? 프레임 이론만으로 그의 낮은 지지율이 설명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표 방지 심리 이론이 심상정의 지지율을 더욱 효과적으로 설명해주죠. 그런데 브라더는 요즘 한국의 흔한 정치평론가들과 마찬가지로 프레임 이론의 팬인 것 같습니다.


브라더, 혹은 브라더를 도와주는 캠프는 안철수라는 인물에게 씌워진 이명박 아바타라는 프레임을 깨뜨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제가 MB아바타입니까?"라는 질문을 프레임 이론을 바탕으로 '전략적 미스'라고 하고 있는 마당이긴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브라더가 프레임 이론을 근거로 그 질문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같은 전략적 베이스를 가지고 다른 행위를 할 수는 있는 거니까.


안철수에게 씌워진 이명박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서, 가장 많은 이들에게서 응원을 받는 후보에게서 확인을 받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브라더를 좋아할리 없는 문재인 지지자들이 안철수-이명박 아바타설을 지지할거라 판단내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지지하는 문재인 브로가 혐의를 사하여 주시면 그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문재인이 혐의를 벗겨내어주면 지지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란 계산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프레임 이론상으로도 브로의 질문은 부적절했지만, 또 하나 간과하신 게 있습니다. 안철수-이명박 아바타설은 문재인 후보가 만든 게 아니고, 문재인 캠프가 만든 것도 아닙니다. 정치에 좀 관심있다 하는 사람들이 브라더와 이명박 간의 의심쩍은 관계들을 찾고 찾아서 만들어진 게 안철수-이명박 아바타설이죠. 


정치 덕후들은 새로운 인물이 갑자기 정치를 한다고 나오면 경계를 하고 봅니다. 저놈은 또 정체가 뭐냐!냐는 경계는 워낙 통수치는 게 일반화된 한국 정치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아바타설은 브라더가 '돌아갈 다리를 불태웠다'고 할 때부터 나왔던 이론으로 나름의 역사는 있는 이론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그 이론이 맞다는 말이 아닙니다. 틀리다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바타설을 가지고 문재인의 멱살을 잡고 흔드걸 보고, 의문이 들었습니다만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19일 방송된 토론회에서 브라더는 문재인에게 물었습니다. 


최근에 전인권씨가 저를 지지한다 했다가 적폐가수라는 말을 듣고 수모를 당했다. 그게 옳은 일인가?


브라더는 문재인 지지자의 행위를 가지고 문재인을 비판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아바타설도 사실상 몇몇의 문재인 지지자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진데, 이걸 가지고 문재인을 비판했죠. 브라더는 문재인 지지자들의 행위와 문재인을 엮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프레임 이론 팬이니까요. 그런데 저 발언을 프레임 이론만으로 해석하는 건 너무도 지엽적입니다. 발언에 담긴 속내를 보자면 더욱 브라더에 대해 잘 알 수 있으니까요. 


브로는 문재인이 지지자들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이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막을 수 있고, 지지자들이 어떤 이론을 믿을 때 그것을 믿지 말라고 할 권리가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그건 진실이 아닙니다. 지지자들은 문재인에게 그 정도의 막대한 권한을 준 적이 없습니다.


또한, 후보가 지지자들의 행위를 통제하는 건 우리가 지키고자하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멉니다. 후보는 후보일 뿐이고, 지지자는 지지자일 뿐입니다. 후보가 지지자들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브라더의 민주주의 감수성을 보아하면, 브라더의 공식 네이버 블로그에 프랑스에서마저도 까이는 독재자 나폴레옹의 합성 사진이 올려졌다가 삭제된 것이 우연이 아닐 거란 생각도 문득 듭니다. 



한편, 지지자들과 그 지지자들의 행위로 후보를 엮으려고하면, 브라더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브라더를 마음 속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직접 발로 뛰며 유세에까지 나서주는 유세 차량의 탑승자는 폭행 시비에 휘말려있습니다(링크). 아래를 보세요.



또 안철수를 홍보하는 유세차량들이 전국에서 대놓고 문재인 후보의 현수막을 가리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안철수 캠프 소속으로 추정되는 몇 명의 사람들은 브라더의 유세현장에서 안철수 반대자의 피켓을 뺏기도 했습니다. 아래 이미지를 확인해보시죠.



이쯤되면 문자 폭탄이나 아바타설은 애교죠. 게다가, 이 케이스는 문자폭탄이나 아바타설과도 레베루가 다릅니다. 문자폭탄은 조직되지 않은 어떤 지지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이 케이스는 안철수 캠프에 직접적으로 고용된 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행위니까요. 게다가 폭행입니다 폭행. 그리고 피켓을 뺏어가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겁니다. 이런 행위가 브라더의 유세현장에서 일어났습니다. 지지자들의 일탈을 두고 비판을 할거면 스스로부터 돌아보고 하셔야지요 브로.


전 브라더가 유세차량을 가지고 문재인의 얼굴을 가리라고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유세차량 운전자에게 폭행을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양복쟁이에게 피켓을 뺏으라고 지시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열성적인 지지자는 언제나 있는 법이고 모든 걸 컨트롤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조직 장악력이나 관리력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대통령이 되도 딱히 조직 관리를 잘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이를 두고 윤리적 문제제기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후보들도 같은 생각인지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두고 철수 브로를 건들지 않고 있습니다. 현명한거지요. 브라더나 안철수 캠프와 달리.


안철수 브라더에게도 강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 뭔지 모르겠지만 그걸 찾아서 어필하는 게 차라리 좋은 것 같습니다. 문재인 지지자를 두고 문재인을 비판하는 건 그냥 맞지 않아요. 문재인 지지자들은 문재인이 하란다고 하는 사람도 아니고, 하지말란다고 안 할 사람들도 아닙니다. 아니, 그냥 민주주의 사회를 사는 시민들은 다 그렇습니다. 새정치 한다면서 촌스럽게좀 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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