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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pr 30. 2017

동성애자 좋아하지 않아도 동성혼 합법화 찬성할 수 있다

몇년 전에 읽은 책이라 책의 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그 책에 나왔던 내용을 소개해보려 한다. 작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볼 때 동공이 커다랗게 변한다고 했다. 그것은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남성들은 이쁜 여성을 볼 때 더 동공이 커다랗게 변했고, 여자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볼 때 동공이 커다랗게 변했다. 


남성들이 눈 큰 여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큰 눈으로 남성을 볼 때 '이 여자가 날 좋아하고 내가 하는 이야기에 큰 관심이 있구나'라는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있었던 기억이다. 동공에 대한 실험 결과를 통해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듯이 작가는 몇마디를 덧붙였다. 동성애자들이 사랑을 나누는 어떤 행위를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면 그 사람이 진정으로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지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작가에 따르면 이런 실험을 통해서 겉으로는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지지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동성애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솎아낼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남자와 남자가 사랑을 나누거나 여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 사람의 동공이 작아졌다면 그 사람은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고 반대로 동공이 커졌다면 그 사람은 동성애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상 실험은 여러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다. 첫재, 동성애자 인권을 지지한다고해서 반드시 동성애자들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볼 수는 없다. 무엇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이 사랑 나누는 것을 '보는 것'을 즐겨하는 것은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노인을 혐오하지 않더라도 <죽어도 좋아>(2002)의 노인간 정사신을 싫어할 수는 있고, 강아지나 고양이 등의 동물들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들의 성교를 즐겨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둘째, 동성애 인권을 존중하지 않더라도 동성애자들의 성교를 즐겨 볼 수 있다. 동성애자 인권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레즈물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있고, BL물을 즐기는 여성들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그런 이들에게 동성애 포르노를 보여줘서 동공이 커져도 그들이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무의식적으로 지지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동성애에 대한 한국인들의 공포 두 가지

한국의 동성애에 관한 논란들을 지켜보자면 많은 이들의 두려움이 읽힌다. 가장 흔한 공포는 "동성애를 찬성하면 동성애자들이 대한민국에서 늘어날 것이다"라는 것이다. (동성애는 한 상태(status)로서 찬성하고 반대할 수는 없는 무엇이지만 실제로 한국에선 "동성애를 찬성"한다던가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들이 돌고 있으므로 그대로 쓰겠다)


이는 반은 맞고 맞은 틀리다. "동성애를 찬성"한다는 말은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지지한다는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 같은데, 이 표현 의도를 그대로 활용할 때, 많은 이들이 "동성애를 찬성"한다면 한국의 동성애자들이 전보다 많이 보여지긴 할 거다. 그 점에서 반은 맞다. 


하지만 반은 틀리다. 동성애자들은 "동성애 찬성"이라는 마법의 주문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래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던 것일 뿐이니까. 그저 편견과 핍박을 피하기 위해 베일 뒤에서 자신의 성 지향을 숨겼을 뿐이다. 동성애와 동성애자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들이 사라지면 그들은 굳이 자신의 성 지향을 숨길 이유가 없을 것이다.



또 다른 동성애에 대한 흔한 공포는-필자는 이것이 동성애 인권 운동에 있어 가장 큰 벽이라 생각하는데-"동성애를 지지하면 '나'가 '동성애자'로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인들은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 지에 꽤나 강한 관심을 보이는 민족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라는 국민 학살자들을 겪으면서 이런 한국인들의 성향은 만들어졌다. 그때는 다르면 잡혀갔고, 심지어 죽기도 했으니까. '나'가 공산당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직접 죽이고, 공산당을 소탕하는 '큰 뜻'을 수행한다는 명목상의 이유로 무고한 여성들을 강간 했던 민족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선 얼마든지 악마가될 준비가 되어있달까?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에 대한 인권 향상을 주장해도 온갖 모욕을 감당해야하는 이 처참한 수준의 인권감수성을 가진 나라에서 그보다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마이너인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지지한다는 건 한 개인의 입장에서 꽤나 리스키하다. 그런 마이너한 사람들을 지지한다는 것만으로도 꼴통 소리를 듣고 더 나아가 "동성애자냐?"라는 모욕 아닌 모욕을 들어야한다. 동성애 인권을 지지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상징하는 말이 방금 나왔다. "동성애자냐?"


그런데 이 지점에 공포가 자리한다. 동성애자들의 결혼 합법화를 위해 노력할 때 '나'의 사회적 평판이 오염되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히 '나'는 결혼 합법화를 지지할 뿐인데 마치 '나'가 동성애자들의 "항문 섹스"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다. 


이런 맥락에 있어 이성애자들 간에도 애널 섹스를 하고, 서울대 의대 본과 1학년 해부학 시험에 매년 나오는 문제 중 하나로 "항문 성교시 성적인 쾌감을 얻을 수 있는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가 있고 그 문제의 답이 "외음부의 성적 쾌감을 담당하는 음부신경(pudendal nerve)이 항문의 감각도 담당하기 때문"라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를 차지 하지 않는다.


동성애자가 아니어도 동성애자를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도 동성애자와 동성혼을 지지할 수 있다. 한 사람이 누군가의 삶의 행복을 기원할 때 누군가의 모든 것들을 사랑할 필요는 없다. 이는 당신이 당신의 애인이나 친구를 사랑할 때 그들의 모든 점을 사랑하지는 않는 다는 점을 통해 너무도 쉽게 입증된다. 애인이나 친구를 예로 드는 건 비겁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애인이나 친구를 위할 때 우리는 애초에 그들의 대부분의 모습들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통해 어느정도의 불호를 감당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그럼 이런 예는 어떨까. 한 경비원이 새벽에 술취한 한 주민에게 폭력을 당했고, 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반격도 못해서 전치 4주가 나왔다. 이에 더해 침대에 그가 누워있는 동안에는 아파트에 도착하는 택배를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 해당 경비원을 해고하고 새로운 누군가로 그 자리를 채웠다. 결국 전치 4주의 경비원은 일자리를 잃고 갈 곳이 없게 되었다. 만약 당신이 이 경비원의 무사와 행복을 기원한다고 할 때, 당신은 정녕 그 경비원을 사랑해서, 그 경비원의 모든 점을 사랑해서 그를 위해 분노하는가? 이때 우리가 경비원을 위해 분노하는 이유는 경비원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가 겪게된 비극이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동성혼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결혼을 함에 있어 그것이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거부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면 다른 것 따지지 말고 지지하면 된다. 이 때 두 사람이 동성애를 하는 지 이성애를 하는 지, 애널 섹스를 하는 지 오럴 섹스를 하는 지는 결혼이라는 사안에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성애자인 당신이 결혼 신고를 하려고 하는데 양복을 입은 한 행정직원이 당연하다는 듯 두 사람이 얼마나 성관계 빈도가 높은지, 어떤 식으로 성관계를 하는 지 묻는다면 어떨까? 성관계 빈도가 낮다는 이유로 결혼 신고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면 어떨까? 국가나 법에 그 정도로 막대한 권한이 있다고 믿는가?




사람은 한 개인(person)으로서 다양한 성격(personality)으로 구성된다. 하나의 가면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어떤 요소 하나만으로 누군가가 규정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남성은 남성으로 규정되어선 안되고,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규정되어선 안된다. 남성이란 카테고리에서도 많은 이들이 갈리고, 여성 카테고리에서도 많은 이들이 개개인으로서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소주자도 마찬가지다. 성지향만 가지고 한 사람을 규정내리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도 않고, 꽤나 폭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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