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Korea가 정치를 다루는 방식
SNL KOREA(이하 SNL)의 정치감수성이나 젠더감수성은 처참한 수준이다. 사이좋게 지내지 않고 네거티브한다고 까는 수준은 이제 막 정치 뉴스 보기 시작한 초딩들의 그것보다 하찮다. 정치인들의 이름 하나 알지 못하는 정알못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하는 말들이 있다. "쟤네들은 왜 싸우기만 하냐?", "토론인데 왜 싸우냐?" SNL이 그걸 또 반복한다. 정치는 애초에 싸움이고 토론도 마찬가지다.
다만, SNL이 '왜 후보들끼리 네거티브만 하고 사이좋게 지내질 않나'라고 할 때 많은 것들이 설명된다. SNL이 딱 모든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서 제대로된 비판이나 풍자를 하지 않거든. 한국 이슈를 다룰 때는 항상 그저그런 주장들만을 다룬다. 박근혜가 탄핵이 되기전까지도 박근혜에겐 풍자할 꺼리가 많았다. 하지만 그저 입을 닥쳤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박근혜가 무서웠을 것이고, 박근혜의 지지자들에게 욕을 먹기 싫었을 것이다. 그런데 풍자는 애초에 그럴 때 하는 거다. 그럼 언제 풍자를 하는가?
막상 북한을 다루는 걸 보아하면 기계적 중립도 아니다. 흔한 대한민국 안보팔이들의 주적론이 느껴진달까? 오해하지마시라. 김정은은 얼마든지 풍자할 수 있는 대상이다. 다만 SNL이 김정은을 풍자할 때만 유독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웃길 뿐이다. 그저 욕 먹기 싫은 수준으로 소재를 정한다. 딱히 탁월한 게 없어서 SNL(미국) 특유의 인사이트가 보이지 않는달까?
장미 대선을 다루는 프로듀스 101도 마찬가지다. 문재인과 안철수를 다룰 때는 그저 서로 네거티브를 많이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있고, 홍준표를 다룰 때는 성대모사를 반복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돼지발정제는 소재로서 너무도 예민한 것을 다루는가? 비판할 수 없을 정도로 논쟁적인 무엇인가? 유독 대선 후보들을 다룰 때는 기계적 중립이란 "정의(justice)"를 따른다.
SNL이 여성을 다루는 방식
앞서 SNL이 김정은을 다룰 때만 적극적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전국민적으로, 아니, 전세계적으로 욕을 먹는 사람이니 SNL 특유의 기계적 중립을 따르지 않는 것 같다. 누구나 그러니까 거리낌이 없이 지를 수 있다. 안전하잖나? 또 SNL이 김정은을 다룰 때처럼 완전 적극적일 때가 있다. 여성을 다룰 때.
tvN에서 4월 29일에 방영한 김소연편을 보고 경악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충격과 공포였다. 시작은 김소연이 여성 보디가드로 출연하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보디가드임에도 10m 이상을 뛰지 못했고, 만약 10m이상을 뛰면 탈진했다. <진짜 사나이>에서 조롱받던 여성 이미지도 그대로 김소연에게 입혔다. 여성 보디가드로서 김소연은 오히려 남성 정상훈에게 구해졌다.
느껴지나 SNL에서 적극성이? 여성을 그릴 때는 그저 성적으로 소비하거나 무능한 캐릭터로 만든다. 게다가 최근엔 여자가 담배피는 것에 시비를 걸고 있다. 김소연은 '과거의 첫사랑'으로 그려지는데, 그녀가 가방 속에서 물건을 찾는 도중 라이터를 가방에서 꺼낸다. 유세윤은 그걸 보고 정색을 한다. 김소연은 그 뒤에 계속 라이터와 성냥을 꺼낸다. 남자는 충격을 받는다. 나의 첫사랑이 담배를 피다니! '담배피는 여성'이 정녕 21세기에 방영되는 개그 풍자 프로그램에서 풍자할 소재인지 모르겠다.
특정 남성이 '담배피는 여성'을 싫어하는 거야 얼마든지 수용 가능하다. 특정 여성이 '담배피는 남성'을 싫어할 수도 있다. 그건 취향의 문제다. 그런데 tvN이라는 거대 방송사의 한 유명 개그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여러번 '담배피는 여성'를 기피의 대상처럼 다루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담배피는 남성'을 기피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느껴지지 않는가? 엄마가 될 사람이 담배라니?라는 대한민국이란 사회의 여성들에 대한 압박과 강요가? 돼지발정제는 다루지도 못하면서 담배피는 여성을 풍자하고 있는 SNL의 현재다. 아직 안끝났다.
못생긴 여성, 기피하는 남성
굳이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문제는 다루지 않을 생각이다. 여성이 섹시한 모습을 보일 때 남성이 바보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남성을 풍자하는 것이라 해석할 여지도 있기야 하니까. 물론 난 그런 의도가 1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튼.
"못생긴 여성"은 SNL에서 항상 등장하는 캐릭터다. 주로 캡쳐에서의 이세영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신동엽같은 남성 캐릭터가 자신의 이상형을 말한다. 혼자사는 여자를 좋아한다던가, 요리 잘하는 여자를 좋아한다던가. 그렇게 이상형을 밝히고 나면 못생긴 여성으로 분장한 이세영이 "저 혼자 살아요!" 같은 말을 뱉고 신동엽은 표정을 찡그린다. 이제 관객들이 웃을 차례. 이런 패턴은 매회 반복된다.
못생긴 여성은 웃긴가?
못생긴 여성은 웃긴가? 그럴 수도 있다. 그럼 비슷한 소재를 다른식으로 만들어서 사고 실험을 해보자. 한 백인 남성이 자신의 이상형을 말한다. 그는 요리를 잘하고 혼자사는 여성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그의 소개팅 상대로 갑자기 흑인 여성이 등장하고 그는 얼굴을 찌푸린다.
웃긴가? 웃는 사람도 존재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웃는 사람보단 불쾌한 사람들이 더 많이 존재할 것이다. 피부의 색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고, 흑인의 사회적 위치가 결코 높지 않으니 그런 대상을 대놓고 싫은 티를 내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못생긴 여성의 사회적 위치도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한국에서의 여성의 지위는 남성에 비해 낮고, 심지어 못생긴 여성들은 그보다도 아래에 위치한다. 여성이 남성과 비슷한 위치에 서기 위해선 남성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크리스 락은 스탠드업 코미디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근처에 사는 100가구 중 4명의 이웃만이 흑인인데, 그 중 4명은 나랑 메리.J.블라이즈, 제이지, 그리고 에디 머피야", "나는 꽤나 잘나가는 코미디언이고, 메리는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가수지, 제이지는 더 없이 뛰어난 래퍼고 에디 머피는 가장 웃긴 코미디언 중 하나야.", "그런데 내 옆집에 사는 백인은 뭘 하면서 돈을 버는 지 알아?", "빌어먹을 치과의사야 심지어 그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치과의사도 아니야", "흑인 치과의사가 내 이웃이 되려면 뭘 해야되는 지 알아? 이빨을 발명해야될걸?"
여성이 남성과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 성공을 거두려면 남성보다 더 많은 업적을 남겨야하고, 외모도 평가대상이 된다. 외출할 때만 봐도 남성들이 들이는 시간과 여성이 들이는 시간은 극과 극이다. 외모에 대한 사회적 평가 자체가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현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SNL 또 한번 못생긴 여성을 놀리고 있다. 이쯤되면 한 때 성상품화로 욕 먹던 프로그램 <렛미인>은 못생긴 여성을 이쁘게 만들어주는 혜자스러운 프로그램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한번 우리는 확인한다. 이럴 때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SNL의 수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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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15년에 쓴 SNL KOREA에 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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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여성과 담배피는 여성에 더해서 SNL이 자주 조롱하는 또다른 부류가 있다. 비판자들. 강자들에겐 쫄보의 모습만 보이면서 약자들의 비판에는 조롱으로 응대하는 모습이다. 요건 다음에 다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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