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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Sep 09. 2017

헬조선 늬우스 그룹에 올린 공지-소년법, 신상유출

한 그룹원이 최근 중학생 폭행 가해자들의 사진을 그룹에 올렸다. 한동안 삭제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삭제한 뒤 쓴 글이다. 엄벌주의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지]
그 중학생 폭행 혐의자의 신상이 올라와있는 게시물은 삭제했습니다. 사실 의미 없는 일이죠. 이미 각종 페이스북 페이지나 그룹, 커뮤니티 등에서 관련 사진들이 돌고 있을테니까요.

저는 병적으로 개인적인 인간인지라 '룰'이란 걸 극도로 혐오하고 이 그룹도 딱히 룰은 없습니다. "맘충"이란 단어만 쓰지 말라고 이전에 공지를 올렸었죠. 타 그룹에서 금지하는 정치적 발언, 분쟁 조장, 종교에 대한 발언, 욕설 등등에 대해 제재를 하진 않습니다. 하고싶은 거 다 하셔도 됩니다.

한 그룹원님이 게시한 걸 확인한 지는 좀 됐지만 내리지 않은 이유는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분노 때문일 겁니다. 그 피칠갑을 한 피해자 학생의 사진이 눈 앞에 어른거려서 제대로 판단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법이 뭐같으니 이런 식으로 뭐되게 하는 게 차라리 나은건가 싶기도 했지요.

여전히 이 이슈에 대해 확고부동한 확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법이 제대로 처분해주지 않는다하여 자경단처럼 구는 걸 이 그룹에까지 허용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까지는 이르렀습니다.

신상 유출이 불법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리고 현행 소년법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서, 무조건 그 혐의자에게 모든 잘못을 몰빵하고 심지어 법 외적으로 신상 유출 등을 하며 공격을 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년법 개정 청원은 그 내용을 떠나 방법적으로는 차라리 권장할만한 것입니다. 그 움직임은 이런 류의 범죄의 원인을 법으로 보고 그 법을 바꾸자고 주장하는 자들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정치적 의사표현 그 자체를 비판할 순 없습니다. 청원 그 자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진 않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극악무도한 폭력배이건 아니건.

걔네들을 각종 수단으로 때려잡는다고 지금까지 계속되어왔던 각종 학교 내의 폭행이 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고, 엄청나게 무서운 법이 생겨나 학교에서 폭행을 저지르면 나이와 무관하게 '징역'에 '살인'까지 선고를 내릴 수 있게 된다해도 그런 종류의 폭력이 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법을 쎄게 하면 각종 사회 문제가 사라질 거라는 것을 흔히 엄벌주의라 합니다.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이긴하지만, 그렇다고 이 엄벌주의가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것이 수학 이론 마냥 논쟁 없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엄벌주의의 반대편에 있는 무엇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기에 각종 논쟁들이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머리를 맞댈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엇이 폭력을 발생하게 하는지, 피해자를 위해선 국가가 무엇을 해줘야하는 지 등등. 토론이 벌어지다보면 또 엄벌주의가 한 대안으로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신상유출'이 대안으로 나올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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