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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an 25. 2018

어떤 사람이 바람을 피는가?


바람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상황개인의 특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그 분이 바람을 피는 이유는 상황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직장인으로서, 또 어린이집을 다니는 엄마로서, 엄마끼리의 친분을 유지해야하는 일종의 친구로서, 남편의 부인으로서 그가 맡아야할 책임은 너무 과했다. 이런 부담감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새로운 남성과의 설레이는 만남을 추구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 


이병헌이 출연한 <싱글라이더>의 주인공은 기러기 아빠다. 아빠는 한국에서 돈을 벌고, 엄마와 자식은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영어권 국가에서 거주한다. 아빠는 곁에 없는 가족만 생각하며 돈을 벌고, 엄마와 자식은 남편과 아빠 없이, 그리고 친구도 없이 타지를 살아낸다. 이 영화의 등장하는 가족이 결국 어떤 결말을 관객에게 보여줄 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충분히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이 대놓고 스포를 하지 않더라도. 


하지만 당신이 예상한 그 결말에서 가해자가 따로있고 피해자가 따로 있을까. 남성에 이입해 분노할 수도 있겠지만 여성에 이입한다면 그를 욕하기는 쉽지 않다. 상황이 상황이니까. 언급한 사례에서 개인의 특질도 미약하게 영향을 주었겠지만 그럼에도 상황이라는 변수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잘잘못을 따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바람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며 바람을 핀 주체를 십자가에 매달아 불을 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글은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을 했는 지 저울질을 하며 한 쪽을 죽일 놈으로 만들고 나머지 한 쪽을 불쌍한 희생자로 만드는 것에 조금의 관심도 없다. 결론이 어떻게 나건 그다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한 쪽을 십자가에 매달면 연인의 바람 내지 불륜으로 상처 받은 자들이 윤리적으로(?) 우위에 서며 모오든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계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관계를 가지면서 생긴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그 책임에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적어도 이 게임에서는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다.


바람을 피게하는 상황을 언급해했지만 그렇다고 필자가 뭐 불륜을 조장하고 싶다거나, 불륜을 옹호하고 싶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불륜을 조장한다고 여러분들이 갑자기 마음에도 없는 불륜에 나설 것도 아니잖나. 다만 그 상황을 이해해보자는 거다. 누구든, 연인이 있건 없건, 극도로 외로워지는 상황을 맞딱뜨리면 눈이 돌아간다. 숨만 셔도 허파가 시리는 날씨에 전기장판이 떠오르는 것 마냥 당연한 거다. 연인이라면 이런 상황이 애초에 오지 않게끔 해야한다. 이게 어마어마하게 거창하고 말도 안되는 미션이라고 생각하면 연애하지말고 그냥 혼자 살면 된다.

누가 바람을 피는가?

앞에서는 극도로 외로워지는 어떤 상황이 '바람'의 변인이라는 주장을 했다. 그런데 그런 변인이 없이도 쉽게 눈을 돌리는 이들이 있다. 디폴트로 외로움을 내장하고 있는데 그 외로움에 대한 내성이 약한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어떤 이들은 연인과 주말에만 만나는 것에, 혹은 '나'를 생각해주는 연인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을 삭일 수 있다. 연인이 없다고 해도 크게 게의치 않는다.


그런데 사귀는 대상과 매순간 같이 있어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가 떴을 때는 같은 공간에 있어야하고, 데이트가 끝나도 연락은 계속 되어야한다. 연인은 오로지 '나'만을 생각해줘야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허용할 수 없다. 상대의 모든 것을 바라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요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퍼붓는다. 자신이 가진 돈과 시간, 에너지를 상대에게 아낌없이 퍼붓는다. 특별하지 않은 날에도 돈을 써서 선물을 하고, 섹스를 할 때도 상대가 만족할 때까지 정성을 다해 서비스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자유시간 때 무엇을 해야하는 지 모르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모르고, 연인에 따라 취미가 바뀐다. 또 연애를 할 때면 연인을 하늘에서 강림한 신잉양 과대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연인을 통해 모호한 자존감을 채우려한다. 그런데 그게 그런 식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다보니 연애를 하다보면 갈증은 더욱 심해진다. 결과적으로 연인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아지고, 연인은 부담을 느껴 거리를 두려한다. 


여기서부터 상황이 돌변한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내가 이제 싫구나'로 받아들이는 자는 이제 자신의 갈증을 채워줄 '다른 사람'을 찾아나서게 된다. 혼자서는 도저히 이 미친 세상을 버텨낼 수가 없는데 연인마저 자신을 내팽게치니 새로운 출구 전략을 짜야한다.


이들이 바람을 피고 결과적으로 환승을 하는 이유는 세상에 홀로 설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버틸 수가 없으니 일단 보험으로 과거 연인을 남겨두고 환승할 누군가를 마련한 뒤에 갈아타게 된다. 환승할 누군가가 마뜩치 않으면 '바람'이 되는 거고, 나름 쓸만하면 '환승'이 되는 거고.


이런 이와 연애를 하게되면 어떻게 해야하나? 결과적으로 당신을 지치게 되어있다. 또, 당신은 그를 고쳐낼 수도 없다. 이건 연애이지 테라피도 봉사도 아니니 이상한 영웅 심리는 버리는 게 좋다. 또, 당신이 그를 도와주려하면 할 수록 그의 증세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버틸 수 있다면 버티는 건데, 버틸 수 없다면 빨리 벗어나는 게 당신과 상대 모두에게 이롭다.


'나'가 이런 류의 연애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병원을 가야지. 약도 먹고, 상담도 받고. 지금 이 글이 묘사하는 누군가에 당신이 해당한다면 지금 당신에게 연애는 언 발의 오줌을 누는 것뿐이 되지 못한다. 홀로 세상에 서는 연습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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