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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Feb 27. 2018

미투가 공작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김어준에 대하여


김어준의 말이 옳고 그른지를 많이들 따지는 듯 하다. 그의 주장을 지지하는 자들은 일단 말한다. 어쨋든 맞는 말 아니냐고. 미투 운동이 진보 세력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자들에게 이번 중앙일보의 기사는 꽤나 좋은 소잿거리가 되었다. "봐봐! 저 기레기들이 이윤택이랑 문재인 대통령님이랑 엮잖아!" #빼애애액


아마도 스스로를 공작의 전문가로 여기는 김어준도 인정하는 부분일텐데, 세상에 공작의 수단이 될 수 없는 건 없다. 공작의 미학 아니겠나? 성공적인 공작을 위해서 필요한 건 커다란 스피커와 기획이지, 소재가 아니다. 소재야 얼마든지 양념칠 수 있으니까. 한국의 국정원이라는 곳은 중국 공문서도 위조하는 그런 곳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한다면 김어준이 미투 운동에다 대고 공작 운운하는 건 다소 납득하기가 어렵다.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거지.


이 나라는 박원순 시장 임기 때 서울시청에서 일했다는 것만으로 간첩 아니냐며 공작을 하는 나라다. 국정원은 '어떤 어두운 손'에 이끌려 박원순과 박원순의 서울시를 욕보이고 또 한국에 여전히 간첩이 있다는 거짓사실을 퍼뜨리려했다. 일타쌍피를 노린 거지. 유력한 진보 정치인을 뭉게고, 어버이 연합이 부랄발광할 소스도 던져주고. 이게 10년도 안된 이야기다.


이런 공작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 지 아나?
아무도 서울시청에서 일을 안하면 된다.


상처 입은 자들이 기껏 용기내어 피해 사실을 고백하고 있는 와중인데, 김어준은 거따대고 '저거 공작에 활용될 수 있음'이라 했다. 설령 미투 운동이 공작에 활용될 수 있다카더라도, 김어준이 해야될 건 입을 닫는 거다.


이 나라에서는 공작 수단이 아닌 게 없다. 무엇이든 공작의 수단이 되어 특정 정치 세력을 공격할수 있다. 그러니 굳이 미투 운동에다 대고 공작 운운하는 건, 첫째로 불필요하고, 둘째로 여성 인권에 1도 관심이 없는 김어준의 취향을 보여주고, 셋째로 싸가지가 없는 거다.


미투 운동이 마음에 들지 않고 옆에 서기 싫으면 짜져있으면 된다. 아싸리 가해자 편을 들면서 '여성들의 거짓 고발이 걱정된다'고 했으면 차라리 덜 비겁해보였을 거다. 그건 차라리 뒤 안보고 줴치는 김어준다웠겠지. 그런데 김어준은 사려깊은 걱정의 시선을 보내는 척하며 미투 운동을 모욕했다. 물론 그의 모욕은 아무런 힘도 없다. 그의 근거 없는 예언에도 불구하고 미투는 계속 될테니까.


조선일보의 박은주 사회부장은 김어준의 발언을 이렇게 요약했다. “네가 당한 것을 폭로하게 되면 자유한국당이 우리 편을 공격할거야. 네가 사주를 받았다는 건 아니야. 그런데 결국 그런 결과를 낳는다는 거지. 너 문재인 대통령 사랑하지? 그럼 알아서 삼켜.”


또 그는 김어준의 발언에 대해 이런 논평을 했다. "‘자기혐오’를 벗어난 피해자 마음에 김어준은 ‘자기 검열’이라는 큰 돌덩이를 얹었다. 조직을 위해 여성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일, 그 유구한 남성의 악습을 김어준이 이어받습니다."


박은주 사회부장은 김어준의 의도를 잘 짚어줬다. 다만, 나는 김어준의 말이 미투하는 자들에게 큰 돌덩이 하나를 얹어놓을만큼 영향력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김어준이 암만 연결시키려해도 미투는 진보 정권과 무관한 운동이다.


또, 김어준은 진보 정권의 영생을 위해 나름의 걱정(?)을 보냈지만, 이니형은 미투 운동에 지지의사를 표현했다. 박은주의 시선마냥 '진보 정권에 누가 될까봐 미투를 하지 않는 사람'은 이니형의 지지의사 덕분에 불가능해졌다.


참고로 박은주가 쓴 이 기사의 제목도 김어준의 그것마냥 천박하다. <김어준의 '미투=공작', 그의 프레임 성공적!>이다. 진보 논객이 뻘짓하니까 신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조선의 모습이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글이 아니다. 진보의 분열에 폭죽을 터뜨리는 글이지. 역겹기는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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