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우 Oct 08. 2015

디스패치의 아이유·장기하 연애 공개는 적절한가?



디스패치를 언론사라고 부르는 이유

디스패치 안에 기자들이 있고, 그 기자들이 기사를 쓴다는 점은 여타 언론사와 다르지 않으니 이 글에선 '편의상' 언론사로 부르기로 한다. 편의상 그렇게 부르겠다는 것이지, 내가 디스패치를 언론사로 생각한다거나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냥 편의상 그렇게 부르겠다는 것. 딱 거기까지. 그렇다고 막 찌라시라고 부를 순 없잖는가. 기분 나쁘잖아 찌라시라고 불리면.  


디스패치가 하는 것

디스패치의 주업무는 연예인들의 행적을 대중들에게 밝히는 것이다. 굳이 뒤를 밟지 않고 연예인의 스케줄을 미리 파악한 다음에 미리 그 장소에 가서 대기를 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뒤를 밟는 것은 시간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스케줄을 파악하는 것은 조금 난이도가 높지만 연예인의 측근과 특수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런 두 방법 외에도 아마 우리는 상상도 못할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디스패치는 연예인들의 뒤를 캘 것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공개한다. 


대중들의 알권리 vs 연예인들의 사생활

디스패치 입장에선 나름 자기들만의 정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대중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자신들이 나서고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이런 식의 주장을 한다면, 대중들이 원하는 한 연예인의 사생활은 당사자가 원치 않아도 공개할 수 있으며, 공개해야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것이다. 누군가의 오더로 "원치않아도 보도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이 글에선 굳이 그 가능성을 다루지는 않을 생각이다.


대중들의 알권리?
대중들이 정말 원하는가?

2015년 10월 8일인 오늘 아이유와 장기하가 연애한다는 것을 디스패치가 보도했으니까 이것을 다뤄보자. 참고로 디스패치의 강제 커밍아웃 뒤에 아이유와 장기하는 모두 자신들의 연애 사실을 인정했다. 2013년 10월부터 만났었고 그때부터 서로를 좋게봐서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글을 통해서 또 우리가 알 수 있는 게 있는데 아이유와 장기하 모두가 자신들의 연애사를 디스패치가 보도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 언론이 특정 대상에 대해서 보도를 하는데 매번 동의를 구하지는 않으니까 단순히 이것만가지고 디스패치를 비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에 대해 어떤 보도를 하는데 매번 김무성에게 "형님 이거 기사 내도되요?"하고 허락을 받는 사람은 없을 거다. 만약 그런 기자가 있다면 기자할 자격이 없는거고. 


 

디스패치 보도 후 아이유가 남긴 글



디스패치 보도 후 장기하가 남긴 글



디스패치가 보도하기 전에도 나는 친한 친구를 통해서 아이유와 장기하가 연애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래 알고 있었으므로 디스패치가 이것을 보도하기를 딱히 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아는 사실이었으니 보도를 통해 내가 볼 이익은 없었기 때문이다. 즉, 연애사실을 '원래 알던 사람'이 아이유와 장기하가 연애한다는 사실을 디스패치가 보도하기를 원했을리는 없다. 반대로, '연애사실을 몰랐던 자들'은 애초에 아이유와 장기하가 연애한다는 사실을 모르므로 그들의 연애에 대해서 디스패치에 "대중의 알권리"를 요구했을 거라 보기는 힘들다. 결국 디스패치가 대중들의 수요를 맞춰주려고 아이유, 장기하의 열애보도를 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만, 아이유와 장기하가 연애한다는 사실을 밝힐 시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것은 앞에서 다뤘듯이 대중들의 요구에 부흥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디스패치라는 언론사가 자신의 취재력을 자랑하려고 했거나, 트래픽을 높여서 광고 장사를 하려고 했거나, 흔히 말하듯이 국정 교과서를 덮으려고 기사를 던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리고 그들이 취재력을 자랑하거나, 트래픽을 높여 광고 장사를 하거나, 국정 교과서 이슈를 덮으려고 아이유과 장기하가 연애를 한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이라면, 이는 사회적 정의와 부합한다기 보기 어렵다. 


또한, (확인은 어렵지만) 디스패치가 국정 교과서를 덮으려고 아이유와 장기하의 연애기사를 내보낸 것이라면 이는 대중들이 더 중요한(더 자신들의 삶과 닿아있는) 뉴스에 접근하지 못하게하는 역할을 의도한 것으로 볼 수 있기에  사회정의와 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연예인의 연애보도가 오로지 디스패치에게만 이롭다면, 디스패치의 보도가 사회적으로 무쓸모하다는 결론도 손쉽게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무쓸모하다고 보도를 하면 안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예술미학을 이야기할 때조차도 무쓸모하기에 더 예술적일 수 있다 주장하는 아해들이 있잖는가. 무쓸모한 것은 무쓸모한 것 나름의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예술이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다면, 디스패치의 기사들은...어...디스패치에게 가치있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침해되는 게 당연한가?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대중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까발려져도 되는 종류의 것인가? 그들의 사생활은 일반인과 달리 존중받을 수 없는 것인가? 그들이 연예인이라면 사생활은 마땅히 침해되어야하고, 디스패치는 윤리적으로 거리낄 것 없는 옳은 행위를 한 것인가? 그렇다면 왜? 왜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일반인들과 달리 마땅히 침해되어야하는가?


공직자들이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경우

공익을 책임지고 있는 자들의 사생활에 있어서 나는 그들의 사생활이 일정정도 침해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KBS의 누군가가 출장을 가는데 그 출장 비용이 세금으로 이루어진 공금이라고 해보자. 그런데 그 출장자가 1회 출장을 갔다오는데 5천만원을 썼으면 그 사용내역을 조사해서 불필요한 지출은 없었는지 조사해야한다. 왜냐하면 공금이 그 사람 돈이 아니기에 어떻게 쓰였는 지 명확하게 밝혀져야하기 때문이다. 가장 합리적인 것은 출장을 갔다온 이가 영수증을 통해서 자신의 지출을 증명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지출이 있었다면 피드백이 있어야할 것이고. 


국정원 직원이 국정원에서 컴퓨터를 쓴다면, 그 사람이 어떤 폴더를 봤고, 어떤 자료를 다운로드 했는 지에 대해서도 컴퓨터가 모든 것을 기록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컴퓨터는 국가의 것이고, 국정원의 업무를 위해 사용되어야하고, 국가안보에 심대한 위험을 끼칠 수도 있는 자료들이 들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정원 직원이 국정원의 자료를 미국 CIA의 빼돌린다면 해당 자료의 유출 경로를 파악할 때 그 직원의 컴퓨터 사용기록은 용이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사생활이 침해받아야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이 세금으로 일하나?

그런데 연예인들은 결코 공익에 복무하는 사람들이 아니며 국가의 세금을 받고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의 소비에 대해서 국가나 대중에 그것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연애사에 대해서도 누군가에게 말할 의무 따윈 없다. 이는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공직자는 공금이나 업무에 있어서 사생활이 일정정도 침해를 받을 수는 있지만, 공직자들이 자신의 연애사나 섹스 성향을 선임에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 따윈 없다. 만약 선임이 이런 것을 묻는다면, 그런 걸 묻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고 성희롱이다. 


아이유


디스패치가 아이유와 장기하가 연애한다는 사실을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생긴 이익같은 건 없다. 오히려 아이유나 장기하를 좋아했던 이들이 좌절하고 있는 모습들만 내 눈에 보이고 있으며(헬조선을 한층 더 좌절스럽게 만들었다), 딱히 중요한 이슈도 아닌데 사람들의 관심이 이쪽으로 몰리고 있다. 굳이 동의도 구하지 않고 멀쩡한 사람들의 사생활을 대중에 공개해놓았는데 딱히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다. 오로지 이득을 본 건 디스패치와 국민들의 의사를 씹고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뿐이다. 디스패치가 2014년 세월호 때는 박근혜 정부가 밀던 "언딘 인더스트리"를 밀어주더니 이번에는 여론환기용으로 또 박근혜 정부의 행정을 도와주고 있는 모양새다. 디스패치가 이걸 의도했을까 아니면 우연히 이렇게 되었을까? 나야 모르지.

-

브런치, 매거진 구독해주세요 ^^

블로그- funder2000.blog.m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