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우 Apr 25. 2016

"XX녀"라는 기사 제목을 달지 말아야하는 이유

기레기가 되지 않는 한 방법

성별이 중요하지 않은 스토리들이 있다

애초에 누가 누굴 죽였을 때 그 사람의 성별은 의미없는 경우가 많다. 죽은 게 남성이건 여성이건 '살인'이라는 행위가 벌어졌다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까 가해자가 남성이라고 해서 "20대 남"이라고 표현할 필요도 없고 피해자가 여성이라고 해서 "20대 여"라고 표현할 필요도 없다. 성별을 바꿔도 마찬가지다. 가해자가 여성이라고해도 "20대 여"라고 표현할 필요는 전혀 없다. 성별은 '부가적인 정보'일 수는 있으나 본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아니다.


성별 접근법을 제외한 접근법

한 사람이 골목길에서 칼을 맞고 사망했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에는 다양한 접근법이 있을 수 있다. 해당 골목길에서 살인 사건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또 살인사건이 있던 거라면서 당국의 안일한 안보 관리를 문제삼을 수도 있다(안보는 안전 보장의 약자다). 혹은 다른 살인 사건이 많은 골목길 간의 공통점-예를 들어 가로등이 적다는 점을 들면서 골목길'들'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국가와 경찰 당국의 대안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성별은 무의미한 정보다.


"20대 여성"이 필요한 상황

"20대 여성"이 들어가는 제목이 필요한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길거리에서 사망한 피해자들이 모두 일관적으로 "20대"이며 "여성"일 경우, 그 사망 사건들은 "20대 여성"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심층분석하는 기사를 낼 수도 있다. 그리고 기자들은 이 사건에 접근할 때 "살인에 노출된 여성들"이라며 접근할 수도 있고, 왜 "여성들"이 주로 살인 가해의 대상이 되는 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해자가 모두 일관적으로 남성이었다면, 그에 대한 접근을 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는 살인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더욱 권장되어야한다.


하지만 이렇다고 할지라도 "XX녀"라고 표현하는 건 무리다. 여성이 살해당한 게 문제가 아니라 여성'들'이 살해당한 게 문제이므로 "XX녀"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트래픽을 유도하는 것은 첫째로 천박하고, 정보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대략 좋지 않다.


교보재, 연합뉴스 기사


위의 연합뉴스 기사를 보자. 기사의 제목은 "경찰, 모텔 추락 20대女 동반투숙객 살인 혐의로 입건"이다. 확실한 건 경찰이 누군가를 입건했다는 건데, 누가 누구를 죽였는 지는 불분명하고, 누가 모텔에서 추락했는 지도 불분명하다. "20대女"가 피해자인지, 가해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다. 기사를 들어가보면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가 분명해지지만, 제목만으론 뭐가 뭔 지 알 수가 없다는 점에서 잘못된 제목이다.


그러면 "20女"가 들어가게 한 뒤에, 제목을 이해되게끔 수정하면 그건 괜찮은가? 예를 들어 "경찰, 모텔서 추락한 20대女의 동반투숙객, 살인 혐의로 입건"이라고 하는 것 말이다. 이렇게 되면 정보 왜곡은 없으나, 왜 굳이 가해자를 놔두고 피해자를 제목에 둬야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가해자를 제목에 걸어야하는 이유

살인사건에서 그 문제를 발생시킨 당사자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다. 그러니까 살인 사건을 다룬다면, 그 기사의 제목에 올라와야할 대상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되어야한다. 예를 들어 A가 B를 살해했으면 A의 이름이나 특이사항이 기사 제목에 올라와야한다. A가 문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특이사항-예를 들어 성별을 제목에 올린다면, 독자들은 가해자보다 피해자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는 기자의 올바른 독자 유도책이 아니다. 살인사건을 발생시킨 사람은 살해를 한 사람이지 살해를 당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살해를 한 사람에게 이목이 집중되어야한다. 성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어떤 남성이 어떤 여성을 성폭행했다면, 이 때 기자가 관심을 가지고 다뤄야할 부분은 성폭행 당한 여성의 옷차림새나 연령이 아니라, 가해한 남성의 특이사항이 되어야한다.


트래픽에 목숨 거는 기자는 기레기다

만약 기자가 한 사람이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는데, 가해자나 피해자의 성별이 실제로 사건의 원인이나 결과에 딱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성별을 막 갖다붙인다면, 그건 그저 트래픽을 수집하기 위한 천박한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걸 하는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부름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어야한다.

-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게 후원해주세요(커피 기프티콘도 환영)

270902-04-022986 국민은행 박현우

브런치, 매거진 구독해주세요~!

제보 및 문의- funder2000@naver.com, 카카오톡- funder2000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alaldalala1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Hellchosunnews

<헬조선 늬우스> 팟캐스트- http://www.podbbang.com/ch/11515

매거진의 이전글 디스패치의 아이유·장기하 연애 공개는 적절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