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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pr 25. 2016

<그것이 알고 싶다>: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저널리즘

고발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저널리즘


<그것이 알고 싶다: 대학 똥군기 편>:
대학을 특정하지 않다

이번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대학의 똥군기 사건을 다뤘다.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괴한 사건, 사고들을 다룬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 '어떤 대학'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계속 이야기하는데, 정작 '어떤 대학'의 정체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연예인 스폰서편도 비슷했다. <그알>팀이 확보한 것으로 여겨지는 브로커나 스폰서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고, 연예인 스폰서와 연예인 및 연예인 지망생 간의 관계가 어떤식으로 시작되는 지 그 경과를 밝히는 데 그쳤다. '그 스폰서'나 '그 브로커'가 정말 문제적 행위를 했는 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밝히지 않은걸 수도 있는데, <그알>의 대학똥군기편을 보면 근거 부족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똥군기 때는 근거가 명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익명처리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스폰서편에서 "이거를 감당할 수 있겠나"같은 자극적인 멘트로 시청자들을 흥분시켰지만, 그건 그저 예고편을 위한 대사에 지나지 않았다. 정작 무엇 때문에 "감당할 수 있겠나"란 말이 나왔는 지는 <그것이 알고 싶다> 스폰서편만 가지고 판단하기가 어렵다. 히치콕 영화에서 영화상 중요하게 기능하지는 않지만, 관객의 관심을 유지하는 떡밥으로 기능하는 소재를 맥거핀이라고 하는데 "감당할 수 있겠나"가 딱 맥거핀이었다. 이게 <그것이 알고 싶다>가 사용할만한 기법인지에 대해서 나는 의문이 있다. 한편으론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감당"할 수 없어서 스폰서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던가.


저격하지 않는데
문제 개선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특정 대상이 저격이 안되는데 문제 개선이 될 수 있을런 지 의문이다. 취재하는 의미가 있는 지 잘 모르겠다. 이런 식의 음지에서 일어나는 성매매를 그저 현상만으로 보여줄 것이라면, 그 역할은 언론이 아니라 예술계에서 맡아서 해도 된다. 실제로 많은 한국의 영화들이 이런 음지의 성매매들을 다룬다. 그런데 그 영화들을 현상은 보여줄 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특정 대상을 저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정 대상이 저격되지 않았기에 검찰 입장에선 해당 조직에 들이닥칠지 말지도 애매해지고 대중들도 "아 그런게 있나보다"하는데 정작 누가 그런 짓드를 하고 다니는 지 알 수 없으니 책임을 물게할 수도 없다. 이쯤되면 저격하지 않는 저널리즘은 그저 방향없는 소모적인 분노만 만들어낼 뿐이다.  


효과가 있을 수도...?

한편, 이걸 보는 똥군기 가해자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낸다면 <그알싶>은 나름의 효과를 거둘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걔네가 자성할 거란 기대는 별로 들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의 사례

<스포트라이트>는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다룬 특종팀이 주인공인 영화다. 만약 <스포트라이트>의 특종팀이 "성직자들이 아동을 성추행한다고 합니다!"라고 하면서 정작 "하지만 그게 누군지는 알려주지 않을 겁니다!"라고 한다면 해당 사건이 개선될 수 있을까? 그 이름이 밝혀져도 해당 이슈가 해피 엔딩으로 종결날지가 분명치 않은 상황인데, 그 성직자들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으면 문제적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누구도 저격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은 분산되어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을 것이고 시민사회의 분노도 집중되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흩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존재했던 <스포트라이트>의 그 특종팀은 성직자들의 이름을 지면을 통해 밝혔고, 심지어 영화도 그 아동성추행 성직자들의 이름들을 크레딧에 올렸다. 그 덕에 여론은 분노의 방향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검찰이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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