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게 믿는 몇가지가 있다. 권리를 저울질하며 어떤 권리가 더 중하다고 하는 자들은 어떠한 권리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 "개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평소에 '사람'의 권리-인권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이런 문구가 쓰였다. 어떻게 그리 되었는지는 모르겠는 주민 대표가 강아지 키울거면 남한테 피해 주지 말라면서 "개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라고 했다.
이 사람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현동에 있는 포차와 노점상을 없애달라며 마포구청에 가서 집회와 시위를 하며 마포구청장에게 압박을 넣었다. 그들의 압박은 성공적이었다. 아니, 그 압박은 오히려 당직자들에게 좋은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포차는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되었고, 노점상 역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이 노점상이나 포차들을 철거하면서도 그들은 "개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같은 황당한 논리를 써댔다. 범죄율이 올라간다던가, 포차는 정작 밤에만 문을 여는데 아침에 학교를 가는 초등학생들에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던가(마침 재수좋게 그 앞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양심이 있어서 대놓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저들의 생계보다 집값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으로 이 이슈에 접근하지 않았나 싶다. 여기서는 누군가의 생존권이 뒤로 밀렸다. 개보다는 사람이 먼저인데, 사람보다는 마 집값이 중요한건가 싶기도 하지만, 또 지들 쫄릴 대는 집값도 후순위로 밀리겠지.
난민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은 모두 존중할만한 것이지만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쟤들한테 무슨 도움을 주냐"는 사람들에게 "우리"를 위한 어떤 선한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엮이면 또 신박한 논리를 만들며 "우리"의 범위를 좁힐 것이다. 어쨌든 스스로가 포함될 정도의 사이즈로다가.
조선인들이 월드컵 마냥 난민 이슈에 대동단결하는 건 난민들이 너무도 남이기 때문이다. 자기 이익을 주장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거 외에는 딱히 하는 게 없는 조선인들은 어떤 이슈에서건 치고박고 싸우기 바쁘다. 그런데 난민은 피부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고, 모든 조선인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쯤되면 파티 모집해서 다구리치기에 너무도 좋다. 착한 척은 하지말자. 같은 조선인으로서 쪽팔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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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일간 박현우가 아닌 글.
공짜로 글을 써서 배포하다니 나는 자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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