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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y 02. 2019

트랜스젠더(MTF)는 정말 여성혐오의 산물인가?


일간 박현우 샘플로 13호, 4월 11일 목요일자 글을 공개합니다. 4월 11일자를 포함한 모든 일간 박현우 샘플을 접하고 싶으신 분은 이 링크로 이동하세요. 다섯 편의 글이 구글문서와 PDF, JPG 형식으로 샘플이 마련되어있습니다. 아래는 브런치 형식에 맞게 포맷을 일정 부분 수정한 글입니다. 글 아래에 JPG 파일로 4월 11일자를 따로 첨부하겠습니다.



일간 박현우 4월 11일 목요일
블랙홀, 면도날, <오버워치>, <명탐정 피카츄>, <라이언 킹>


- 인류 최초의 블랙홀 사진이 공개됐습니다(링크). 링크에는 프랑스의 천체 물리학자 장 피에르 루미넷(?)이 1979년의 당시의 컴퓨터로 계산한 값을 토대로 흰 종이에 수천 개의 점을 직접 찍어서 그린 블랙홀의 상상도도 포함되어있습니다.


- 면도날 구독 모델에 이어 면도날을 갈아서 다시 쓰게 해주는 물건이 나왔습니다(링크). 칼을 갈듯이 면도날을 고무로 된 판에서 반대 방향으로 밀면 세척이 된다고 하네요. 어느 시장에서든 새로운 물건을 소비하는 것에서 지금 있는 물건을 보수하거나 물건을 빌리는 식으로 트렌드가 점점 변하고 있는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 오버워치가 핵, 치트에 대해 공지를 올렸습니다(링크). 멀티 FPS 게임은 매번 핵 유저들과 전쟁을 벌이죠. <에이펙스 레전드>는 하드웨어 밴을 도입했습니다(링크). 핵을 사용한 게 적발되면 핵을 사용한 계정은 정지되고, 동일한 PC로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게 됩니다.


- 라이언 레이놀즈가 <명탐정 피카츄>의 새로운 티저 영상을 업로드했습니다(링크). 5월 10일에 개봉합니다. 7월 19일에 개봉하는 실사 영화 <라이온 킹>의 두번째 예고편도 공개됐습니다(링크).


일간 박현우 4월 11일 목요일
트랜스젠더(MTF)는 정말 여성혐오의 산물인가?
#젠더 #트랜스젠더 #페미니즘


일본은 때로 한국보다 진보적인데, 젠더(사회적 성)에서 특히 그럴 때가 많다. 일본의 다양한 매체에서는 동성애자가 등장하지만 한국에서는 동성애자를 찾기 힘들다. 일본의 <심야식당>에서 멀쩡히 존재하던 동성애자 캐릭터가 한국에 수입되면서 사라진 적도 있다. 한국보다 더 남의 눈치를 보는 일본 사회라고 매번 생각하다가도 이런 것을 보면 오히려 한국이 더 경직된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2018년, 일본의 유명 여대들이 잇따라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허용했다(링크). 일본 최초 국립 여대인 오차노미즈여대는 2020년부터 트랜드젠더 학생의 입학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고 쓰다즈쿠대와 니혼여대 역시 2020년부터 트랜스젠더 입학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일본 지역 유일한 국립여대인 나라여대도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여대도 검토회를 만들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대학들도 이미 트랜스젠더에게 문을 열었다. 2014년 캘리포니아주 밀스대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에게 입학을 허가했고, 미 민간단체 캠퍼스 프라이드에 따르면 버나드 칼리지와 스미스 칼리지를 포함해 총 13개 미국 내 여대에서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링크). 조건이 붙기는 한다. 뉴욕 버나드 칼리지는 “여성으로 살고 있거나 자신을 여성이라고 인지하는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즉, 신체는 여성이지만 자신이 스스로 남성이라고 인지하고 있으면 입학이 불가능하고 생물학적 남성이어도 스스로를 여성이라 규정하면 입학이 가능하다.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 같은 성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흥미롭게도 입학과 졸업 사이의 성 정체성 변화도 고려된다. 스미스 칼리지는 입학을 하면 성정체성이 변화해도 학위를 수여하지만, 베넷 칼리지는 입학 후 자신을 남성으로 인지하면 졸업장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무엇이 정답인지 여기서 가치판단을 하지는 않을테지만, 일본과 미국의 대학들이 이 이슈로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4월 9일, 트랜스젠더(Male To Female, MTF) 후보 후치가미 아야코가 일본 통일 지방선거에서 일본의 제1야당 입헌민주당 소속으로 훗카이도 의회 광역 선거에서 1만 8천여 표를 얻어 당선됐다. 광역 의원 중 성소수자가 당선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성 정체성은 비단 정체성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동성커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파트너십 제도'를 공약을 내세워서 당선됐고, 당선 소감으로 “성소수자가 활약하는 다양성있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국은? 4년제 여대인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광주여대는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고려조차 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이화여대, 서울여대, 덕성여대, 광주여대 등 네 개 대학은 학칙에서 “여성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성만" 앞에는 “생물학적” 생략되어있다고 보면 된다. 다른 세 개 대학은 학칙에 이점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트랜스젠더를 대하는 태도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트랜스젠더 의원은? 물론 없다. 의원은 커녕 공무원도 없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MTF 트렌스젠더는 대다수의 사람에게도 혐오의 대상이 되지만, 한국으로 오면 인권 운동을 하는 여성계에서도 혐오의 대상이 된다.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미묘하게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믿는 상식과 성소수자들의 성지향이 아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남자가 스스로를 여자로 느낀다고? 정신병 아냐?


극단주의 페미니스트(TERF, 워마드)들도 딱히 다르지 않다.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이 스스로를 여성으로 느끼는 건 백인이 스스로를 흑인이라 느끼는 것처럼 정신병이 아니냐는 논리로 MTF 트랜스젠더를 공격한다. 이 지점에서 극단주의 페미니스트들과 상호교차성 페미니스트 간의 차이가 생긴다. 극단주의자들은은 페미니스트면 여성만 챙겨야한다고 주장하고, 온건주의자들은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사회를 진보시켜나가야한다고 주장한다. (극단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무슨 짓을 하건 여성을 비판하면 안된다고도 한다. 해서, 여성이 국회에 입성하게 도와주는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여성 정치인 나경원도 그들에게는 우군이다)


나는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지지하면서도 왜 어떤 생물학적 남성은 스스로를 여성으로 느끼고 어떤 생물학적 남성은 스스로를 남성으로 느끼는지 궁금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커리사 샌본마츠의 TED-<DNA에서부터 뇌까지 성별의 생물학>을 접했다. “여성이라는 건 뭘 의미할까요?”로 시작하는 이 테드를 보면서 대부분의 호기심이 해소됐다. 강연자는 트랜스젠더로서 이 질문의 답을 찾고자 했다. 자신은 분명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는데 언제나 스스로를 여성으로 생각했고, 자신이 트랜스젠더란 걸 아는 사람들은 매번 “본인이 여자라는 건 어떻게 알죠?”라는 무례한 질문을 해댔으니까.


커리사에 따르면, 임신 초기 3개월 동안 생식기 전구체의 성이 결정되는 반면, 뇌 전구체의 성은 임신 중기 3개월 동안 결정된다. (문과인 내가 이 강연을 제대로 소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 진행하자면) 즉, 인간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생식기와 뇌는 동시에 작업되지 않고, 생식기 작업을 한 뒤 뇌 작업이 이루어진다. 해서 각각의 전구체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빅뱅 이후 우연에 의해 인간이 탄생한 것처럼, 트랜스젠더도 그렇게 탄생한다.


이런 이유로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수많은 성별들이 생물학적으로 탄생하게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관점으로 이성애자 남성과 이성애자 여성을 보면 이들도 사실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고 보기는 힘들어지게 된다. 또, 세상에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나아가게 된다. 사회가 그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한심한 수준이니 스스로를 이성애자로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쯤되면 MTF 트랜스젠더들을 여성혐오의 화신이라 부르는 게 이상해진다. 게이 퍼레이드나 동성결혼 합법화가 이성애자를 동성애자로 만들지 않듯이, 여성혐오는 트랜스젠더를 만드는 일에 딱히 개입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들은 남성으로 태어났음에도 스스로를 여성으로 느껴 성전환을 했을 뿐이다. 동성애자들처럼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다.


사족, 5천만 인구 중 5만 명에서 25만 명 정도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트랜스젠더들이 긴 머리와 큰 가슴으로 여성을 어떤 스테레오타입에 갇히게 한다는 주장은 가당치도 않다. 극단주의자들이 아무리 트랜스젠더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힘을 고평가하더라도, 트랜스젠더들이 가지는 정치적인 힘은 현실적으로 하찮다. 여성을 제외한 존재들의 인권에 힘을 쓸 시간이 없다면서 정치적인 화력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자들이 트랜스젠더들의 멱살을 잡는 것은 그래서 우습고 하찮다.


사족, 스테레오타입에 여성혐오가 담겨있다는 주장까지는 그럴 듯 하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긴 머리와 큰 가슴으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모두에게 돌을 던지는 게 (옳지는 않지만) 차라리 논리적이고 일관적이다. 애초에 눈 뒤집힌 극단주의자들에게서 논리를 찾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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