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박현우 3월 6일에 배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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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일간 박현우를 연재하면서 구글문서를 통해 메일을 구성했었습니다. 구글문서의 파일을 PDF로 추출할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구글문서로 문서를 제작한 뒤 그 내용(1)을 메일에 복붙하고, 구글문서 링크(2)도 복붙하고, 구독한 한 분이 PDF로만 일간 박현우를 소비하신다고해서(어떤 분은 일간 박현우 본다는 명목으로 아이패드를 지르셨...) PDF(3)로 파일을 추출하고 그것 총 3개 파일을 구독자분들에게 보내드렸죠.
문제는 그림을 첨부할 때 발생했습니다. 구글문서도 명색이 문서툴인데 그림이 삽입되기는 합니다. 그런데 구글문서에 그림을 삽입한 뒤 구글문서의 툴을 이용해 크롭(crop)을 하고 내용 전체를 복사해서 지메일 메일툴에 붙여넣으면 그림이 짤리는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메일툴에서는 그림이 잘려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받는 분들은 크롭이 이상하게 된 상태의 그림을 받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언제부턴가는 그림을 안 썼습니다.
구글문서를 PDF로 추출할 수 있다는 걸 몰랐을 당시에는 단순히 능률이 떨어져서 그림을 넣지 않았습니다. 구글문서에 사진을 넣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저는 PDF를 만들 때 구글문서의 내용을 서식 없이 맥용 문서 프로그램인 Pages에 복붙하고 Pages를 통해 PDF를 생성했습니다. 구글문서의 내용을 Pages에 옮길 때는 링크나 사진을 일일이 노가다하며 붙여넣었죠. 링크나 그림을 같이 복붙하는 방법(커맨드C, 커맨드V)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하면 구글문서의 서식이 Pages에 그대로 복붙이 되서 이쁘지 않았습니다. Pages에는 따로 정해놓은 일간 박현우 서식이 있어서 그 서식을 유지하려면 노가다를 할 수 밖에 없었죠.
문제는, Pages 같은 툴에 그림을 넣으면 그림 사이즈에 따라 문서가 못생겨진다는 거였습니다. 일반적인 블로그의 글쓰기 툴에는 쪽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세로로 무한히 긴 하나의 쪽이 있기 때문에 그림을 넣어도 그림이 '여긴 이제 내 자리니 텍스트들은 다른 쪽으로 꺼지렴'하지도 않고, 텍스트가 '난 여기에 더이상 있을 수 없어'하면서 내려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쪽 단위로 움직이는 구글문서나 Pages는 부피가 큰 그림을 넣을 때마다 글의 전체 형태가 뒤틀렸습니다. 그리고 구글문서와 그림을 이케이케해서 조화시켜도, 그 룩을 Pages로 추출해낸 PDF의 룩과 동일하게 뽑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죠. 러프하게 결론내자면, 그림을 넣을 때마다 글 작업에 손이 많이 갔다는 겁니다.
지금은 간헐적 박현우를 스티비라는 툴을 통해서 보내드리고 있는데, 확실히 그림 자료를 넣는 건 편합니다. 여기에도 딱히 쪽 단위는 없거든요. 다만, 제가 오랜 기간 그림 없이 글을 써대다보니 그림을 언제 어떻게 삽입하는 게 최선인지 감을 잃었습니다. 한창 블로그할 때의 감각이 돌아오면 간헐적 박현우가 좀 더 이쁘장해지지 않을까, 마,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일단은 아름답고 가독성 높은 룩을 위하야 계속 실험을 해볼 생각입니다.
메일링 서비스를 그냥 하면 재미 없으니 간헐적 박현우에 관해서 나름의 단기 목표를 잡았습니다. 구독자 1천명! 1천명 달성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지금은 167분이 구독 중이십니다. '가능하면' 간헐적 박현우는 매일 보내려고 합니다. 긴 글-칼럼을 쓰는 것과 달리 기사 정리해서 보내는 건 그다지 멘탈에 부담이 안되네요. 완전히 새로운 걸 써야한다는 압박감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공부가 되기도 하고.┃간헐적 박현우
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 대사를 초치했습니다(한겨레). 일본이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그 어느국가보다 이상하게 하고 있는 일본이 그 어느 국가보다 코로나19에 대응을 잘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이 저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네요.
아웃브레이크 뉴스라는 미국의 감염병 전문매체는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 로런 사워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진행자의 "(미국)정부가 왜 여행 금지를 이렇게 빨리 시작했다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단순히 최근의 감염병 발발에 대한 통제 조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헬마우스 번역) 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에도 비슷한 맥락이 있다고 봅니다.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뭐라도 한 것 같네요.
9일 0시부터 일본인 무이자입국, 기존비자 효력이 정지됩니다(연합).
90일 이내의 단기 체류 시에 무비자로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제도도 중단된다는군요. 한편, 일본 전 지역을 대상으로 여행경보는 2단계인 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합니다.
한편, CNN은 일본의 확진자수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 진단했습니다(CNN). 일본은, 비단 아베 정권뿐 아니라, 정신 승리를 통해-명백히 존재하는 문제를 문제 삼지 않으며 해결 아닌 해결을 해왔습니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일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죠. 마지막(?)까지 코로나19 진단을 미적지근하게 하며 확진자수를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WHO는 전세계적으로 감염자가 10만명 정도 될 거라고 보고있습니다(CNN). 많은 정부들이 이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네요.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의 데모가 공개됐습니다. 이 글을 받는 분들 중에는 이미 플레이해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음악은 역시나 좋았고, 그래픽도 막눈인 제게는 딱히 거슬리지 않았지만 인터넷 반응을 보니 그래픽에 대한 불만이 아주 없지는 않더군요. 데모에서는 티파 록하트(사진의 오른쪽)가 등장하지도 않지만, 많은 남성들은 티파의 모델링에 불만이 많습니다. 가슴이 작아졌다는 둥, 못생겨졌다는 둥, 중국인 같은 외모를 하고 있다는 둥, 탱크탑 안에 왜 또 옷을 입었냐는 둥 불만을 늘어놓고 있죠. 이 <리메이크>의 티파는 <파이널 판타지 NT>의 티파와 비교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파이널 판타지 NT 티파 홍보 영상).
저는 데모를 총 두 번 플레이했습니다.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번, 어느정도 익숙해진 것 같아서 한 번 더 했죠. 거슬리는 건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전투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캐릭터입니다. 전투 시스템은 두번째 플레이할 때는 딱히 거슬리지는 않더군요. 저는 <다크소울>, <블러드본> 같은 게임에 익숙해서 한 대도 맞지 않는 것을 목표로 게임을 하는데, 맞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를 하면 딱히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애초에 97년작 <파이널 판타지7>은 맞는 게 당연한 턴제 게임이니 <리메이크>에도 비슷한 접근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게임의 룩이 소울본 시리즈와 비슷하다보니 어떻게든 계속 적의 공격을 피하려는 저를 발견하네요.
캐릭터는 완전 전형적이었습니다. 흔히 티파의 가슴 사이즈에 불만이 많은 불편러들은 제작진이 PC(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티파 록하트의 가슴 사이즈를 줄이고 탱크탑 안에도 옷을 입혔다고들 말을 하는데(루머), 제가 아는 일본 게임업계는 PC에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전체이용가 심의를 얻으려고 '주의'를 기울였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위의 스크린샷만 봐도 어느정도 감이 오실 겁니다. PC를 고려한 제작진이 저런 장면을 넣었을리가...?
데모에서도 일본 특유의 미소지니와 전형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데모에서 플레이할 수는 없지만 여성 캐릭터 '제시'가 출연합니다. 이 캐릭터는 그 짧은 데모에서만 주인공인 남성 클라우드에세 두 번 도움을 받고, 클라우드가 잘생겼다면서 꾸준히 어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클라우드의 연애사에도 계속 관심을 보이기도 하죠. 일본 남성들이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고있는지가 이런 부분에서 잘 드러납니다.
클라우드와 바레트의 관계는 너무 전형적이더군요. <바람의 검심>에서 켄신과 사노스케의 관계와 비슷합니다. 클라우드-켄신은 말이 별로 없고, 차분합니다. 반면에 바레트-사노스케는 말이 많고, 즉흥적이고 흥분을 잘 합니다. 일본 콘텐츠에서 흔히 덩치 크고 힘 잘 쓰는 캐릭터들은 이런 식으로 그려지고는 합니다. 아무래도 일본 콘텐츠 소비를 많이하다보니 이런 전형적인 것들을 잘 캐치하는데, 완전히 새로운 걸 기대하고 플레이한 게임에서 이런 전형성을 확인하니 기대감이 좀 떨어지더군요. 무려 테러(?) 단체의 수장인데 이렇게 감정적인게 말이나 되는지.
플레이스테이션 코리아의 유튜브 채널은 일관되게 빻은 콘텐츠를 생산해왔습니다. 남성은 게임을 하는 존재로, 여성은 게임을 못하게 하는 존재로 그렸죠("정말 허락보다 용서가 쉬울까?" 영상). "허락을 위한 분명한 명분"이라는 시리즈에서 남성은 여성에게 허락을 구해 게임을 해야하는 불쌍한 존재로, 여성은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막는 꼰대 같은 존재로 그리기도 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도 빻은 광고를 일관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며 광고를 따로 만들었는데(굳이?) 남성을 대상으로 한 광고에서는 열심히 산 본인에게 선물을 하라고 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광고에서는 남자친구에게 선물을 해주라는 식으로 광고를 만들었죠(이 광고). 플레이스테이션 코리아의 영상들은 대부분 댓글이 막혀있지 않는데 이 영상의 댓글창은 막혀있습니다. 욕을 겁나게 많이 먹었거든요. 사실 채널에는 남성,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영상들이 각각 있었는데, 삭제되거나 비공개 처리가 되었고,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 코리아가 웬일로 여성을 '게임을 하는 존재'로 표현했습니다(이 광고). 여성이 포함되어있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도 굳이 넣은 게 아닌가 의심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플레이스테이션 코리아가 만든 광고 중에는 그나마 덜 빻은 것 같네요. 이런 건 언급해줘야 합니다. 나름의 진보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댓글창은 피하세요. 쉰내가 진하게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