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박현우 3월 3일자로 배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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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드 카본>에 대한 썰
1.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얼터드 카본>은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는 사이버펑크 드라마입니다. 사이버펑크의 세계답게 저 높은 곳에는 부자들이 살고, 아래에는 가난한 자들이 살죠. 이런 컨셉이 어디서부터 기원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총몽>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 겁니다. <총몽>에서도 저 높은 곳에서는 영생을 누리는 존재들이 거주하고, <얼터드 카본>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죠.
높은 곳, 하늘에서 사는 존재들은 흔히 신 혹은 신적 존재로 그려집니다. <올드보이>에서 자본주의의 신인 이우진은 빌딩 옥상에 거주하죠. 이우진의 집에는 물이 흐르기도 합니다. 박찬욱은 하늘에 살며 물 위를 걷는 이우진-자본가를 이 시대의 신으로 그리고 있는 겁니다. 이 신은 매일 같이 월급-만두를 받아먹는 오대수의 혓바닥-표현의 자유를 앗아가기도 하죠. 아니, 노동자들은 기꺼이 혓바닥을 스스로 자릅니다.
<총몽>의 부자들은 뇌를 개조해서 영생을 누립니다. 하지만 정작 부자들은 자신들의 뇌가 개조되었다는 걸 모르죠. 말이 '개조'이지 이들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타고나는 뇌를 가지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뇌가 아닌 무엇을 머리에 달고 다닐 뿐이죠.
<얼터드 카본>의 부자들은 다릅니다. 이들은 본인의 기억, 의식, 영혼으로 불리는 무엇을 클라우드에 백업하고, 본인이 사망하면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불러와 새로운 신체에 입히며 부활합니다. 시즌1은 한 가장이 주인공인 타케시 코바치에게 '누가 나를 죽였는지 밝혀달라'면서 시작하죠. 부활을 하기는 했는데, 데이터 동기화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다보니 기억에 공백이 생긴 겁니다. 데이터 백업이 이루어지기 전에 사망하면 클라우드에는 최신 정보가 담기지 않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갱신되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부활할 수 밖에 없고, 누가 본인을 죽였는지도 알 수 없게 됩니다.
기술 발전 덕에 사이버펑크의 인간, 그 중에서도 자본을 가진 자들은 신이 됩니다. 성경에 따르면 지혜의 열매를 먹을 때 인간은 신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똑똑해봐야 신과 같은 영생은 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지혜의 열매를 많이 먹은 움베르토 에코도 결국 2016년에 사망했죠. 하지만 사이버펑크 장르의 인간들은 기술발전을 통해 생명의 열매를 먹은 것처럼 신과 같은 영생을 누리게 되고, 덕분에 신 혹은 신적 존재로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동네에 신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신이 너무 많으면 문제가 생기죠. <알터드 카본> 시즌1에서는 '신'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를 다룬다고 보시면 됩니다.
2. 시즌2로 오면 주인공의 신체가 바뀝니다. 위에서는 설명을 안 드렸는데, <얼터드 카본>에서 인간들의 의식은 납작한 에어팟 케이스 사이즈의 칩 안에 저장됩니다. 부자들은 이 칩에 의식을 저장하면서 동시에 클라우드에 백업을 해두지만, 가난한 자들은 이 칩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이 칩이 파손되면 영구적으로 사망합니다. 다만 칩이 멀쩡하다면 신체가 파손당해도 또다른 신체를 통해 생을 연장할 수 있죠. 그래서 이 세계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body"라고 부르기보다는 "sleeve"라고 부릅니다. 신체는 영혼과 무관한 껍데기로 여겨지는 거죠(러프하게 설명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시즌2로 가면 '껍데기'는 기억을 머금는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주인공의 외모가 바뀌는 건 그래서 이상할 게 없습니다. 칩에 따라서 외모는 얼마든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는 세계니까요. 저는 이런 게 사이버펑크 장르의 매력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얼터드 카본>의 매력이라고도 생각해서 별 불만이 없는데, 디씨의 기타미드갤러리를 훑어보니 주인공의 신체가 백인-조엘 킨너만에서 흑인-앤서니 매키로 바뀐 것 때문에 불만이 많더군요. 시즌2에는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흑인들인데, 조명이 어두워서 인물들이 어디있는지도 몰랐다며 인종차별도 하고 있구요. 시즌2 배역들의 인종 비율을 보면 시즌1보다 흑인, 아시안의 비중이 높기는 합니다.
앤서니 매키가 연기하는 타케시 코바치는 흑인이고, 그와 함께 활동하는 두 명은 흑인 여성이죠. 또다른 타케시 코바치는 일본인이 연기하고, 그나마 위 사진의 제일 왼쪽에 있는 백인-크리스 코너가 연기하는 역할은 AI입니다. 이게 시즌1과의 차이기도 합니다. 시즌1에서는 조엘 킨너만이라는 완전 멋진 백인 브라더가 주인공을 담당했었고 주요 인물들도 백인이었는데 시즌2로 와서는 비중있는 백인 캐릭터가 세 명 정도입니다. 하나는 AI고, 또다른 하나는 AI의 애인이고, 나머지 하나는 빌런이죠.
흑인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 중에는 <트리플 엑스2>처럼 '이건 누가 뭐래도 흑인 영화고 흑인이 최고고 백인은 하나같이 개새키들임'을 과도하게 표방하는 영화가 있기도 하지만, <얼터드 카본> 시즌2는 딱히 그 길을 걷지는 않습니다. 그저 흑인들이 여럿 출연할 뿐이죠. 장르와 어울리지도 않는 힙합이 주구장창 나오지도 않고, "니거"라는 단어로 서로를 부르는 장면도 딱히 없습니다. 흑인에 대해 이렇게 반응하는 거 보면, 한국인과 일본인들의 백인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싶습니다. 아, 이건 제 추측인데, 시즌3에서는 또 주인공의 얼굴이 바뀔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시즌2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썰을 안 풀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풀겠습니다. 스포일러에 예민하시면 후딱 보시길. 전 재밌었습니다. IMDB 평점도 좋구요.
VR게임 <하프 라이프: 알릭스>의 게임플레이가 공개됐습니다. 개발사인 밸브의 공식 채널에 3개의 동영상이 업로드가 되었고, 위의 링크는 방앗간 비둘기가 3개의 영상을 하나로 합치고 한글 자막을 단 영상입니다. 밸브가 굳이 영상을 3개로 쪼개서 올린 걸 두고 게이머들은 말이 많습니다. <하프라이프3>가 나올 거라는 떡밥이라고도 하고, <하프라이프3>를 기다리는 게이머들에게 한 번 더 엿을 먹이기 위해 3개로 쪼개서 영상을 올린 거라는 썰도 있습니다.
한 때 <블러드본>의 감독 미야자키 히데타카는 트위터에 점을 세 개만 찍은 적이 있는데(트윗) 게이머들은 이걸 두고도 온갖 해석을 늘어놓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너드들은 별 것 아닌 걸 수도 있는 것에 의미부여하거든요. 게이머들은 밸브를 향해 "<하프라이프3>을 내놓으라며 오랜 기간 열망과 분노를 토했었고, 밸브의 수장 게이브 뉴웰은 이들을 비웃듯 <포탈>도 <포탈2>까지만 만들고, <하프 라이프3>를 내지 않고 이번엔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냈습니다. <알릭스>는 <하프 라이프2>와 <하프 라이프3> 사이의 이야기라고 하는군요. <하프 라이프>의 세계관이 궁금하신 분들은 GCL의 이 영상을 참고하세요.
<알릭스> 이야기를 하자면, 이동 방식은 크게 4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 블링크 Blink - 트레일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점 선택식 순간이동 방식
- 쉬프트 Shift - 지점을 선택하면 순간이동 대신 지점으로 걸어가거나 뛰는 방식
- 컨티뉴어스 핸드 Continuous Hand - 패드가 향하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방식
전 무엇보다 8분 35초에서 차 문을 열고 엄폐물로 삼는 것을 보고 소름 돋았습니다. 일반적인 FPS 게임에서 지형지물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멀티 게임에 빌딩이 무너지는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차 문을 열거나 옆에 있는 물건을 들어서 방패로 삼는 행위는 절대 할 수 없죠. 지형지물은 그저 그곳에 있는 고정된 사물, 분위기를 형성하는 인테리어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런데 <알릭스>에서 게이머는 차 문을 열어서 방패로 삼기도 하고, 근처에 있는 방망이 같은 걸 들어서 적에게 집어던져서 일종의 공격을 가하기도 합니다.┃간헐적 박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