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 궁금한 건 정의당이 몇 석이나 얻을 것인가 하는 것. 오른쪽의 거대 진영은 원래 적이었고, 왼쪽의 거대 진영은 더이상 정의당에 힘을 실어줄 생각이 없어보인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비례로 정의당에 표를 주고는 했는데, 정의당은 더이상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호감가는 대상이 아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정의당의 청년들이 '조국 때 제대로 분노하지 못해 반성한다'는 식의 입장을 냈는데, 이것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벽을 세우기에 딱 좋은 메시지였다. 진중권과 미래통합당, 조선일보 등은 좋아했겠지만, 그렇다고 조선일보 읽는 자들이 정의당에 표를 줄 거냐, 하면 또 그건 아니기 때문에 선거의 관점에서는 '악수'였다. 정작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고 있어서 소위 정의당 내 청년과 올드비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망상).
여튼, 정의당이 설령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있어 호감가는 정당이더라도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생겼으니 지지자들은 굳이 정의당을 볼 필요가 없어졌다. 해서, 정의당은 자급자족을 해야 하고, n번방 해결을 본인들의 총선 아이템으로 채택한 듯 보인다. 그런데 이 아이템을 채택한 건 정의당이 유일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등도 이 아이템을 채택했으니까. 그런데 내 망상으론, n번방에 예민한 유권자들은 민주당이나 통합당에 표를 줄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이런 문제에 예민한 유권자들은 정의당에 소속되어있거나 애초에 정의당, 녹색당, 민중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름만 바뀌었지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는 사건은 꾸준히 있어왔고,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거대 정당들이 이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그러니 정의당이 n번방을 아이템으로 채택한 건 '악수'는 아니라고 보는데, 그렇다고 표심에 영향을 줄 것 같지도 않다. 원래 정의당 뽑던 사람은 정의당 뽑겠지만, 거대정당 찍던 이들이 이것 때문에 정의당 찍을 거라 보기도 힘들고(이들은 여성 이슈에 굉장히 둔하다), 이것 때문에 정의당에 실망한 정의당원도 딱히 없을 것이기 때문.
정의당은 여당인 민주당이나 정부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야당인 자한당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정의당의 데스노트"라는 별명에 꽤나 심취하지 않았나 하는데, 소신의 길을 걸은 결과, 지금은 지지율이 영 좋지 않은 상태다. 정의당의 차후 의석이 궁금한 이유는 소신의 길이 정의당에게 어떤 선물 혹은 대가를 남겨줄지가 궁금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