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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Nov 17. 2024

우울증 환자를 위한 연재를 시작하며

이번 연재는 본인이 우울증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는 사람, 우울증으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 주변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한다.


우울증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정말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하루 빨리 본인이 그 부분을 인지해야 더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예로 들면, 나는 내가 우울증이 걸렸다는 것을, 대학생 때 혹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 깨달았다.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 쯤일 것으로 추측한다.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나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을 뿐이지, 우울증 증상이 그때부터 생긴 것은 아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우울했거나 중학생 때부터 우울을 달고 살았다. 당시에 자살 생각이라던가 그런 건 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증상이 심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증상은 있었다. 뭘 해도 빠르게 피로해진다던가, 집 밖에 나가기 힘들어한다던가,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다던가, 사람들이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고 믿는다던가, 이유 없이 불안하다던가 하는 그런 증상들.


그러다가 내가 우울증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부터는 정신과를 다니며 약을 타먹기 시작했고, 상담을 다니기 시작했다. 당연한거지만 정신과 약을 먹고 상담을 다닌다고 마법처럼 우울증이 치료되지는 않았다. 다만, 우울증이란 놈을 인지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내가 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만약 본인이 우울증이란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우울증에 잡아먹힐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위험한 사람은 마지막까지 본인은 우울증이 걸리지 않았다며 정신과나 심리상담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늪에 빠지게 되고, 거기서 점점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에 본인이 우울증이라는 걸 깨달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마저도 못하면 스스로를 해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다음으로 이 글의 대상은 우울증을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들에게 우울증은 치료가 될 수 있는 정신'병'이라는 걸 어떻게든 납득시키고 싶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을 불치병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나만해도 나는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았다. 나는 평생 우울증과 함께할 거라 생각했다. 대단한 체념도 아니었고 당연한 순리였다. 아마도 중학생 때부터 우울이라 놈은 나와 함께였으니 이런 결론은 이상할 것도 없었다.


쉽지 않다는 건 안다. 누군가가 대뜸 '우울증은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고 그 말을 믿을 거였으면 우울증을 불치병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이렇게 많이 존재하지 않을테니까. 실제로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은 극복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이들이 병원에 가서 약을 타먹는 이유는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고 상담을 다니는 이유도 비슷하다. 미약한 희망은 가지고 있지만, 확신까지는 가지 않는다.


다만, 나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반드시 '나는 이 병을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할 것이다'라는 확신에 버금가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흥미로운 부분인데, 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그 자체가 '나'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주고,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준다. 반대로 우울증이 계속 나와 함께할 거라 믿는 사람들은 바로 그 믿음 때문에 우울증에 굴복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가능하다고 믿게 만들 건가? 이건 사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존재나 불교의 윤회를 믿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앞서 서술했듯, 우울증을 극복할 수 없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얼마나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지 보여준 뒤, 우울증을 극복한 나 자신을 숨김없이 보여줄 생각이다. 물론 이런다고 해도 '너는 특이 케이스다'라고 회의적인 시선을 주는 사람도 분명 있을테지만, 걔 중에는 '혹시 나도?'라며 희망을 품는 자들도 있으리라.


그리고 나는 우울증 환자를 곁에 두고 있으며 환자를 이해하려는 사람을 감안하며 글을 쓸 생각이다. 우울증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우울증에 대해 전혀 모른다. 우울감과 우울증을 구분하지도 못하고, 우울증 환자를 앞에 두고 밖에 나가서 새로운 걸 해보라는 식의 영양가 없는 조언이나 뱉을 뿐이다.


우울증, 우울증 환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들은 그나마 낫다. 섣불리 달려들며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며 우울증 환자를 강제로 집 밖으로 꺼내려하는 존재들보다는 조심스러운 거니까. 이들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있어 가장 고마운 존재들이고,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들이라 생각한다. 우울증에 대해 보다 더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갈 수록 사회가 보다 건강해질 거라 믿는다.


물론 난 심리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관련해 논문 하나 내본 적 없는 '우울증 생존자'내지 '우울증 극복자'일 뿐이니 보다 심층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진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권한다. 여기서 말하는 심리 전문가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심리 상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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