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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Nov 26. 2015

연애상담을 하며 느끼는 몇가지


연애칼럼을 쓰다보니 연애상담을 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 네이버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시는 분도 있고, 이메일을 보내는 분도 있고, 쪽지를 보내는 분도 있다. 지인들 중에서도 연애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이 있긴한데, 이건 내가 연애칼럼을 써서라기보다는 나에 대한 신뢰 때문인 거 같다. 믿어주니 감사한 일이다. 나도 그들에게 연애상담을 한다. 주고받는 거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난 연애 경험이 많지 않다. 내 나이가 지금 28살인데 동갑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나는 확실히 연애 경험이 적다. 기간만 따져도 그렇다. 28년 인생 중에 '연애 중'이었던 시기가 남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적다. 연애 경험도 별로 없는 놈이 뭔 연애칼럼을 쓰냐, 라고 하시는 분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하지만 남자라는 동물이나 여자라는 동물이 누구에게나 미지의 동물인 이상 나에게 딱히 핸디캡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어렸을 때는 도서관에서 심리 상담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고, 대화법에 관한 책들도 많이 읽었다. 그래서 한 때는 심리학자가 될 생각도 했었고, 심리상담가가 될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친구들을 만나도 나의 자세는 항상 상담자의 자세였다. 듣고 듣고 또 듣고. 나는 많은 대화법 책들을 봤지만, 다 필요 없다. 듣는 게 장땡이다. 상담자의 태도가 나도 모르게 베어나와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속을 털어놓는 이들은 적지않게 있다. 너무 깊숙히 있던 걸 끄집어내서 동갑내기 여자애를 울렸던 적도 있다. 그 때 애 울린 이후로는 정말 가까운 친구 아니면 앵간해선 '코어'는 안건드린다.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그쪽이 힘들어해서라기보다는 내가 감당이 안되서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연애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은 지인들보다 훨씬 솔직하다. 내가 실명으로 글을 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익명이어서인지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 지에 대해서 과감하게들 말씀하신다. 섹스를 이때 했고, 그때도 했으며, 어제도 했다, 같은 이야기들을 한다. 모든 정보를 주는 것이 나의 소위 '진단'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이렇게 정보를 주는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생각하기에 '이건 중요한 포인트잖아'라고 생각하는 걸 내게 토스하는 느낌이다. 섹스의 타이밍을 알려주시는 분들은 섹스의 타이밍이 연애 관계에서 중요하다고 보시는 분들이지 않을까나?




연애가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은 계속 든다. 오죽 힘들면 한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연락을 해서 도움을 요청하겠나? 문제가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그 문제를 무시하거나 지식인 검색해서 해결하거나 지인을 동원해서 해결한다. 그런데 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연락을 한다? 이건 뭔가 더 심각한 상황인거다. 그리고 지인들에겐 어떤 이유로건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사안인거고.


심지어 인터넷상에는 연애 상담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사업체도 있다. 그 중에서도 '재회'를 전문적으로 기획해주는 업체도 있다. 내가 농담하는 거 같지? 실제로 이런 걸로 장사하는 친구들이 있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언제 연락을 해야하는지를 알려주면서 돈을 받는 사람들이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싶으면 별 짓을 다하는게 인간군상들이잖나(사랑은 확실히 광기다). 그러니까 이걸로 장사가 되는 거다. 헤어지고 멘탈 망가져서 뭐라고 해보려는 사람들 돈 떼어먹는 다는 의미에서 사이비 종교같은 느낌을 주긴하지만 여튼 이런 게 있다는 거는 알아두자. 더 넓게 생각해보면 Pick Up Artist라며 깝치고 다니는 애들도 여기에 속한다. PUA에 대해선 나중에 자세히 썰 풀 기회가 생기면 풀어드리겠다. 참으로 불량한 아이들이다.




연애상담을 하면 그 사람의 속을 본다. 항상 행복해보였던 아이가 무지하게 힘들었다는 것도 알게되고, 인기가 많아서 남자 걱정은 안할 거 같던 애도 남자 하나 때문에 슬퍼하는 모습을 본다. 여자애들과 상담할 때 주로 이렇다. 남자애들이랑 상담하면 주로 솔루션이다. 남자들은 공감을 원한다기보다는 그럴듯한 해결책을 원한다. 그러다보니 남자들이랑은 연애 이야기를 해도 딱히 속을 들여다볼 일이 없다.


연애상담을 통해 상대와 감정을 공유하고 나면 일종의 유대감이 형성된다. 나는 그의 감정을 알고, 그는 내가 그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여기에서 연애상담을 통한 특유의 유대감이 형성되고 좀 더 친숙한 관계가 된다. 글을 쓰다보니 드는 생각인데 내가 여자사람친구가 많은 게 연애상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사친들의 연애사를 다 알고 있네 지금 생각해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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