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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Nov 29. 2015

남자친구가 폭력을 행사할 때 대처법-언어 폭력 편


시작하기 전에

이런 주제의 글을 쓸 때 나는 다소 조심스럽다. "남자가 폭력을 행한 것인데 왜 여자가 적절하게 대처해야하는가?"라며 내게 "맨스플레인을 하지마라"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사족을 붙이려한다. 


데이트 폭력의 잘못은 무조건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자에게 있다. 주로 데이트 폭력의 주체가 남성이기에 이 글은 주로 남성을 데이트 폭력의 주체로 삼을 것이지만, 만약 여성이 데이트 폭력을 행했다면, 이 때의 잘못은 여성에게 있을 것이다. 폭력을 행사한 자에게 모든 잘못이 있다.


이 글은 피해자에게 '왜 처신을 그리 했느냐'란 말을 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데이트 폭력을 데이트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자에게 무엇이 데이트 폭력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리고, 데이트 폭력에서 어떻게 벗어나야하는 지, 폭력 주체가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해 구체적 도움을 주기 위해 쓰여졌다. 과거에 나는 데이트 폭력에 대해 글을 썼던 적이 있다(클릭). 참고하시면 될 듯 하다. 


그럼에도 나의 글이 '맨스플레인'으로 느껴진다면, 하는 수 없지. 글은 이제 시작된다.


이 글을 연애칼럼에 쓰는 이유

이 글은 다소 진지한 글이 될 것이다. 말머리에 '연애칼럼'을 넣을지 'HeForShe'를 넣을지 고민했었으나, 나는 데이트 폭력이 특이한 일로 여겨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여성주의적인 느낌을 주는 'HeForShe'를 쓰기보다는 '연애칼럼'이라는 말머리를 달게 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그렇다고 HeForShe라는 말머리로 남겨지는 글의 내용들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애에 관심이 있는 자들이 이 글을 기회로 데이트 폭력에 대해 인지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글이 이루고자 하는 것

이 글은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 대처하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쓰여졌다. 여성이 이 글을 통해 남성의 데이트 폭력에 적절하게 대처하게 된다면 이 글은 존재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단 한명이라도 이 글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면 이 글은 성공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 글의 타겟은 여성이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을 받는 남성도 이 글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순 있을 거라 생각한다. 


데이트 폭력의 분류법- 언어 폭력, 신체 폭력

데이트 폭력은 크게 둘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언어 폭력과 신체 폭력이다. 많은 이들이 언어 폭력은 데이트 폭력에 포함시키지 않는 듯 하지만, 나는 언어 폭력도 신체 폭력에 못지 않는 폭력이라고 생각하기에 언어 폭력과 신체 폭력 모두를 다룰 생각이다. 




그럼 무엇이 언어 폭력인가?

비록 연인 사이일지라도 비속어는 언어 폭력에 해당한다. 장난스레던지는 욕이 아니라 싸우는 도중에 나오는 ㅆ자 들어가는 욕들은 모두 언어 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 또한, 비록 연인일지라도(이 글에서 나는 이 표현을 계속 쓰게 될 것이다) 과한 성적인 표현 역시 언어 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 


깊어진 관계에서 "자기는 엉덩이가 왜케 이뻐?"는 성적 어필을 하거나 칭찬을 할 때 사용될 수도 있지만, 관계가 일정한 궤도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해당 발언을 하거나 성관계 중에 "넌 남자들이랑 되게 많이 자본 것 같다."라는 식의 쓰레기같은 발언을 한다면, 이는 발언자의 의도가 어찌되었던 간에 필연적으로 수신자를 불쾌하게 만들 것이기에 이는 언어 폭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누가봐도 언어 폭력인 욕이나 성희롱을 제외한 말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예를 들어 "넌 정말 여자로서 별로야"라는 말은 언어 폭력인가? 나는 요즘 <응답하라 1988>을 즐겨보고 있는데, 한 남자가 전 여친을 찾아오더니 이런 식의 말을 한다. 이는 언어 폭력에 해당하는가? 


<응답하라 1988>

나는 이 역시 언어 폭력이라고 보는데,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넌 남자들이랑 되게 많이 자본 것 같다"의 경우는 발언자가 상대를 불쾌하게 하는 것을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생각없는 멍청이들은 나름 칭찬이랍시고 하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넌 정말 여자로서 별로야"라는 발언의 경우, 애초에 발언의 의도가 상대를 불쾌하게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경우가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나쁘다'는 너무 온건한 표현이다. 더 극단적인 단어로 치환해서 읽어달라)


즉, 발언자의 말에 의해 수신자가 상처를 입는다면 이는 언어 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 혹자는 '너무 예민한 사람'의 경우, '정상적인 말'을 해도 상처를 입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발언한 자에게 잘못이 있는지 물을 수 있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떤 말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지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조심해야한다. 그게 너무 어렵고, 다른 사람들이 너무 예민한 거 같다고 생각한다면 집안에 처박혀서 히키코모리짓이나 하는 걸 권장한다. 그게 이타적인 삶일 수 있다.  진심이다.



언어 폭력에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사귀는 중일 경우, 상대가 당신을 불쾌하게 만든 발언을 했다면 그 자리에서 당장 의사표시를 해야한다. "나한테 그렇게 말하지마"라고 말하시라. 만약 그 자리에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언어 폭력을 행사한 발언자는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고 언어 폭력을 계속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사전에 차단하시라. 


남자친구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되는데, 그런식으로 지금 해야될 것을 뒤로 미루면, 나중에도 미루게 된다. 완벽한 타이밍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계속 시간을 준다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라는 식으로 뻥구라를 칠 수도 있다. 뻥구라칠 기회를 주지 마시라. 


언어 폭력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 폭력이 반복된다면, 당신에겐 두가지 옵션이 주어진다. 언어 폭력을 감수하고도 계속 만나거나(1), 헤어지거나(2).


언어 폭력을 감수하고도 계속 만나는 경우(1) 

상대의 언어 폭력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 생각하는 경우. 혹은 그 언어 폭력의 빈도가 잦지 않거나, 특수한 경우-예를 들어 음주 시에만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이러한 믿음이 발생하는 것은 꽤나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리 쉽게 헤어질 수 있겠나. 사랑이거늘.


당신이 옳을 수도 있다. 그 남자가 그때 그런 말을 했던 것은 그 남자가 너무 기분이 안좋았기 때문일 수 있고, 앞으로는 그런 발언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반복되어온 언어 폭력이 내일부터는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현상이 나중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당신의 믿음'보다는 좀 더 그럴듯한 근거가 있어야한다. 그리고 그러한 근거가 없다면 지금까지 발생했던 현상-연인의 언어폭력-은 나중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변수가 개입되지 않는 이상 현상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관성은 당신을 필연적으로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그만큼 언어 폭력은 정신건강에 해롭다. 헤어지라는 게 아니다. 알아두시라는 거다. 선택은 '나'의 몫이다.


그 사람과 헤어진다면 극도로 외롭고 불행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 이런 경우에 언어 폭력의 피해자는 상대와 쉽게 헤어지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를 깊게 사랑하는 경우에도 언어 폭력은 그저 '상대의 여러 단점 중 하나'로 여겨질 수 있다.


연애의 목적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연애를 하고,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상대와의 교감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거나, 더 나은 사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상대와 함께함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방과의 관계를 통해서 더욱 행복해질 수 없는 데 이별 뒤의 고통이 두렵다는 이유로 불행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연애의 목적이 연애 그 자체가 되게끔 한다. 


그리고 불행한 연애의 지속은 '나'에 대한 존중이라고 보기 어렵다. 상대를 사랑하는 것만큼 '나'를 사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불행의 구렁텅이에 넣지 말아야한다. 그게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이다. 굳이 '나'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 부모님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내게 맛없는 좋은 음식이 없듯, 나를 불행하게 하는 좋은 연애도 없다.


언어 폭력 뒤에 헤어지는 경우(2)

그 사람에게서 떠나왔지만, 그 사람의 잘못으로 헤어졌다고해도 이별의 고통이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 조리를 잘 해야하며, 그 사람의 말을 '사실'(fact)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완벽하지 않는 사람이 뱉은 완벽하지 않은 말일 뿐이다. 붓다가 인생은 고통이라고 했다. 그 사람이 그 말을 했던 것은 그 사람도 나름의 고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은 그 고통 때문에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을 했었을 것이다. 그 말은 물론 윤리적으로 잘못이지만, 한편으론 그 사람이 그 말을 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은 이해해야한다. 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해야 그 사람이 왜 그 말을 했는 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그래야 결국 그 사람에 대한 증오나 슬픈 감정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진정으로 이별을 건강한 방식으로 극복해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발전할 수 있다. 아마도 고통받는 한명의 사람과 상처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어렵고,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걷진 않는다. 보통은 헤어진 자들을 썅년으로 만들고 쓰레기로 만든다. 그런 길을 걷는 자들이 "똥차가고 벤츠가 온다"는 식의 말을 뱉어댄다. 하지만 상대를 쓰레기로 만드는 방식으로 관계를 청산하면 우리는 이별을 통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다. 최소한의 존중은 해야하지 않을까. 그 사람이 당신을 존중해주는 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이니까 내가 결정하면 될 일이다.


또한 이별 뒤에 당신이 주의해야할 것은 그 남자를 모든 남자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 남자가 그렇게했다고, 다른 남자도 그렇게 할 것이란 생각은 오류다. 이는 불필요하게 남성에 대한 불신을 만들게 될텐데, 그런 불신의 감정은 결코 당신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넓고 남자들은 모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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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폭력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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