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인생 최대 업적.
지지난 주 목요일
대진원장님 계시는 날이라 필드 잡아놨는데
아침부터 한의원에서 전화가 옵니다.
원장님 지금 어디 계세요?
저 집이죠 이제 곧 라운딩 갈려구요.
여기 지금 MBC에서 오셨다는데 전화 한번 받아 보시겠어요?
아 예 뭐 바꿔주세요.
만고불변의 진리 래자불선에
골프 약속은 본인상이 아니면 필참하라고 배웠기 때문에
대충 거절할 마음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었습니다.
예 원장님이세요?
네 말씀하세요.
저희 MBC 놀면 뭐하니 촬영팀인데요. 원장님 한의원에서 촬영을 좀 할 수 있을까 해서요.
예? 놀면 뭐하니 라고요? 어떤 내용인데요?
저희 멤버들이 오늘 몸보신 특집이라 약령시 와서 진료 받고 약재도 사고 그러려고 하거든요.
아... 멤버라 하면 정확히 누가 오는 거예요?
저희 놀면 뭐하니 멤버 전부랑 게스트로 김광규씨 까지요.
아 그래요?
래자도 때로는 선할 수 있고
골프 약속도 돈이면 다 때울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급하게 대타를 구해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를 다 내어 드리고
한의원으로 왔습니다.
원장실에는 대진원장님이 계시므로
대기실에서 작가님, 피디님과 마주 앉아
1. 방송은 재미있어야 한다.
2. 나를 비롯한 한의사 직군이 욕을 먹지는 않았으면 한다.
요 두 가지 먼저 전달했고요.
멤버들 맥을 좀 봐줄 수 있냐 →
원하는 것이 진맥이라면, 물론 봐줄 수 있다.
진찰하고 나서 처방도 해주실 수 있냐 →
처방만 받아서 약재상에서 약재 사서 달여먹는 게 TV에 나오면 큰일 난다. 대신 약재 하나 정도, 약재보다는 식품처럼 느껴지는 것으로 적당히 권해주겠다.
유튜브 영상 보니 본인 머리에 침 놓으시던데, 김광규 씨 머리에도 침 놓아줄 수 있냐 →
아 그거 좋은 생각이다. 이건 방송 각이 나오겠다.
https://youtube.com/shorts/l7HNeIbJLcg
나는 솔로 이야기 해도 되냐 →
물론이다.
아 그런데 여태 솔로시냐 →
... 그렇다.
촬영 전에 이 정도의 이야기를 미리 나눴습니다.
오후 1시.
멤버들이 원장실로 몰려듭니다.
이때부터는 진짜 뭐라고 얘기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요.
이게 뭐 대본도 없고
중간에 끊지를 않더라고요?
컷이 없어요. 그냥 쭉 가더라고요.
원래 맥은 두어 명만 잡고
치료실에서 치료받는 장면도 찍으려고 카메라 세팅 해두었었는데
일곱 명 맥 다 잡아주다가 한 시간이 다 가버렸습니다.
작가님 왈 흐름이 재미있어서 끊지 않은 거라 하시더라고요.
https://youtu.be/xwiN0pcQwSw?si=T2U3bU6Tx8IrVYDI
방송엔 안 나왔는데 하하, 박진주, 이미주 세 분도 다 잡아드렸거든요.
저희 한의원 이후로도 계속 촬영이 있었기 때문에
바쁜 멤버들 우르르 몰려 나가는 동안
이이경 씨하고만 인증샷 겨우 건졌습니다.
촬영 이후 방영 전까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입니다!
제 능력보다 제 실물보다 훨씬 잘 나왔어요 ㅠㅠ 고마워요 mbc 만나면 좋은 친구 mbc.
(2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