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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Jun 21. 2019

장사하러 나왔습니다.

체험 삶의 현장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본 적 없는 사람을 만나며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 평생.


우연히 알게 된 동생의 소개로 강남 신세계백화점 이벤트홀에 매대 하나를 차리게 되었다.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그래서 첫날인 오늘만 한의원 대신 백화점으로 출근했다. 출근환을 오프라인으로 갖고 나와 파는 것은 처음이라 적잖이 설렜다.

매대 안쪽엔 의자가 없다. 백화점 갈 때마다 직원들이 늘 서 있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내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은 고객의 눈길이 스칠 때마다 자연스레 인사를 하였는데, 이것 조차 내게는 쉽지 않았다. 백화점의 고객들은 나에게 그저 시큰둥했다. 한의원에서 내 관심을 원하는 환자를 때로 성가시게 여겼음을 나는 반성했다. 만 오천 원짜리 숙취해소제를 고객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복용이 필요한 환자에게 수십만 원짜리 한약을 설득시키기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고작 만 오천 원짜리를 뭘 설득까지 해가며 팔아.'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득 없이는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 재밌는 경험이다. 내가 얼마나 편하게 일했는지 알게 된다는 것은.

내일은 다시 한의원으로 출근한다. 왠지 원장실 의자가 많이 푹신할 것 같다. 아마도 환자들 이야길 잘 들을 수 있을 것 같다.(201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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