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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Aug 28. 2019

뉴욕 여행기 9-10일 차

2019.5.5~6.

여덟 시. 배의 알람에 깼다. 알람은 늘 배가 맞춘다. 숙취가 있어 출근환을 먹었다. 어제 몇 시에 잤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진배팡 순서로 씻었다. 어제 사둔 브리또를 먹었다. 짐을 차곡차곡 쌌다. 조금 늦게 일어난 켠이 음악을 틀었다. 뉴욕 노래 플레이리스트에 <Let it go>가 추가되어 있었다. 켠의 신발은 아직 오지 않았다.

https://youtu.be/L0MK7qz13bU


오늘 귀국하는 건 팡배진 뿐. 켠은 항공권 예매 실수로 하루 뒤에 귀국한다. 켠을 두고 방을 나서며 팡이 말했다. “켠아. 우리 마중 안 할 거야?” 배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너 인천공항으로 켠 마중 나갈 거야?!” 팡은 출근해야 한다. 마중은 배웅의 말실수였다. 혹시라도 팡이 마중을 나올까 봐, 켠은 배웅을 나오지 않았다.

호텔 로비. 공항까지 우버를 검색해보니 이용자가 몰리고 있다며 비싸게 나온다. 그냥 택시를 잡기로 했다. 물론 잘 잡히지 않았다. 호텔 직원에게 호텔 차라도 잡아달라고 문의하던 차에, 팡이 지나가던 택시를 확 잡아버렸다. 팡형, 아니 팡느님.


공항까지 30분 걸렸다. 요금은 60불인 줄 알았는데, 톨비가 추가되어 80불이었다. 호텔 차 탔으면 130불인데, 50불 아꼈다. 먼저 체크인. 예매를 각각 한 탓에 우리 셋은 각각 떨어진 자리였다. 좌석 변경을 문의했으나 불가능했다. 이틀 전쯤 미리 체크인하며 정했어야 하는 건데, 놓쳤다. 보안 검색대를 지나 면세점에 도착했다. PP카드 라운지가 있었으나, 과일과 맥주 위주라 하여 가지 않았다. 팡은 라면을 먹고 싶어 했고 나도 당겼지만 파는 곳이 없었다. 아쉬운 대로 누들 하우스에서 똠양 쌀국수를 사 먹었다. 가격은 미국인데 양은 동남아였다. 몹시 창렬했다.

면세점에서 배는 술을 샀다. 팡은 선물을 샀다. 선물할 것이 마땅치 않아서, 나는 무난하게 과자와 초콜릿을 샀다. 몇 개 안 담았는데 108.5불. 비싸다. 식구들과 나누어 먹어야지.


아시아나 항공 탑승구 앞은 이미 한국이었다. “야. 인천에서 만나.” 뿔뿔이 흩어져 비행기에 탔다. 기내식을 조달하고 차례를 기다리느라 이륙은 많이 지연되었다. 1시 55분 비행기가 세시 반에 떴다.


네 시 십오 분. 식사가 나왔다. 메뉴는 비빔밥과 안심 스테이크. 가격은 안심 스테이크가 훨씬 비쌀 테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승객이 비빔밥을 골랐다. 제공된 고추장과 참기름을 다 넣어 비볐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밥을 먹으며 옆에 앉으신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으로 이민 간 지 18년 되었으며 현재 뉴욕에서 경찰로 근무 중이시란다. 이번에는 한국의 경찰청에서 각국의 한일 경찰들을 초청하여, 그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 아니 출장을 가는 중이셨다. 동양의 이민자가 경찰을 할 수 있다니, 미국은 참 열려있는 나라다. 뉴욕 경찰에 관심을 보이는 내가 반가우셨지 뉴욕 경찰 마크와 볼펜을 선물로 주셔서, 나는 출근환을 드렸다.

영화 <미스터 글래스>를 보았다. 여주가 예뻤다. 연결되는 전작들이 있어 보였는데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홀로 떼어놓고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다 보고 나선 잤다. 이코노미석, 그것도 통로가 아닌 안쪽의 자리에 앉아 자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한참을 잔 것 같은데 고작 네 시간 흘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라스트 미션>을 보았다. 일과 가족에 대해,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아직도 이 정도의 영화를 제작, 연출하며 주연까지 맡다니. 클형. 오래오래 사세요.


다시 잤다. 장거리 비행에서 잠이 두 번이나 온다는 것은 축복이다. 밥 나눠주는 소리에 깼다. 도착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소고기 백반과 치킨 볶음밥 중에 소고기 백반을 골랐다. 고기 위에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입에 잘 맞았다. 뉴욕으로 갈 때의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아무래도 도착지를 기준으로 식사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한국 도착. 팁이 없는 나라, 말이 통하는 나라, 얼큰한 국물이 있는 나라, 물가가 싼 나라, 인터넷이 빠른 나라에 다시 돌아왔다. 배팡과 합류해 수하물을 찾아 이동했다. 귀국하자마자 김치찌개를 먹기로 계획했었지만, 갈만한 김찌집이 없었다. 영빈루에서 짬뽕과 탕수육을 먹었다. 짬뽕 국물이 매워 속이 쓰렸는데, 그 속쓰림 조차 반가웠다. 공항에서 팡과, 서울역에서 배와 헤어졌다. 둘은 내일 출근해야 한다. “빠염.” 이번 여행은 그렇게 끝났다.

서울역에 와서야 미국 면세점에서 사 온 선물을 잃어버렸음을 알았다. 인천공항 어딘가에 두고 왔을 테다. 하는 수 없지. 그게 나인걸. 누군가 나 대신 맛있게 먹기를. 각자 집에 도착할 무렵 켠에게서 톡이 왔다. ‘아 졸려.’ 거기는 이제 아침이다. 우리는 신발이 어떻게 되었냐 물었다. 켠은 ‘호텔에서 서울로 배송해준대.’라고 답했다. 결국 아직 못 받았단 말이다. 참고로 지난겨울 대만에서 사 온 켠의 조던은,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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