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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Sep 03. 2019

허브에세이 -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솔직히 요것만으로 살이 빠지면 얼마나 좋겄습니까.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겁니다. 그렇게 받아들이시는 게 속편해요.” 

비만 환자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살 뺐다고 다시 예전처럼 먹으면 반드시 요요가 오니까, 감량 후에도 식이조절을 계속 하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이 말이 나에게도 적용될 줄이야.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랐다가 깜짝 놀랐다. 79㎏. 인생 최고치였다. 강력한 식욕 억제 효과를 지닌 한약을 스스로 달여 마셨다. 식사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틈나는 대로 운동했다. 그렇게 12㎏을 뺐다. 하지만 빼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 법. 그때 건강기능식품이 떠올랐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 식물의 이름을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 나도 그랬다. 가르시니아인지, 가르니시아인지. 캄보지아인지, 캄보디아인지. 식약처의 공식 표기는 ‘가르시니아캄보지아’다. 하지만 아홉 글자는 너무 길므로, 여기서는 관용어인 가르시니아로 줄인다.


가르시니아는 열대 과일의 일종으로, 망고스틴과 같은 속(genus)에 속한다. 망고스틴이 과육의 달콤한 맛으로 유명한 것과 달리, 가르시니아는 추출물의 체지방 감소 효과로 유명하다. 가르시니아는 관련 원료로서는 유일하게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줌’이라는 강력한 생리활성기능을 인정받았다. 가르시니아를 제외한 다른 원료는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 고작이다.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 섭취한 열량보다 소모한 열량이 적을 경우, 인체는 남는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전환해 저장한다. 이 과정이 거듭되면 지방이 쌓여 비만해진다. 가르시니아 열매 껍질 추출물에 들어 있는 HCA라는 물질이 이 과정에 관여한다. 잉여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아 장기적으로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준다. HCA는 세로토닌 분비도 증가시킨다. ‘행복 호르몬’으로도 불리는 세로토닌은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가르시니아를 섭취해 식욕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부작용은 없을까. 가르시니아에는 간독성 논란이 있다. 2009년 미국에서 다이어트 보충제가 간손상을 일으켜 리콜된 사례가 있는데, 이 제품에 가르시니아가 들어간 까닭이다. 하지만 해당 제품에는 가르시니아 말고도 다양한 원료가 함께 들어가 있었다. 그러니 간손상이 가르시니아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현재까지 가르시니아와 간독성의 인과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


그렇다면 과연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가르시니아를 6개월 동안 섭취한 결과, 내 체중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늘어난 건 아니고, 그저 유지 중이다. 그러므로 가르시니아만 먹으면 살이 빠질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식약처에서는 최근 가르시니아의 다이어트 기능 인정 수위를 낮췄다. 이제는 가르시니아 역시 다른 원료와 마찬가지로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감량은 못 시켜도 유지는 시키는. 어쩌면 딱 그 정도가 약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에 기대할 수 있는 최대 효과가 아닐까.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908231602591&cod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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