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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Nov 20. 2015

Holiday,

잠시 쉬었다 가기.

2015년 1월,

영국워킹홀리데이 신청 공고가 올라왔다.

브라우저에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의 페이지를 계속 열어두고 있던 터라, 올 것이 왔다는 생각만.


3번째였다.

바보처럼 영어성적 인정되는 시험이 아닌 서류를 잘못 넣어 떨어진 2013년,

경쟁률인지 못난 자기소개서인지 그냥 모르겠고.... 떨어졌던 2014년,

그리고 이젠 마지막이다 싶었던 2015년.

'굳이 왜...?'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회사 5년 차, 일도, 조직도, 사람도 충분히 익숙해졌고, 팀 내에서 맡은 일들이 점점 늘어나던 차였다.

그런데 놓쳐버리면, 가질 수 없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그리고 가능해진다면 가질 수 있는 2년 간의 기회.

서류 접수하는 데 큰 기회비용이 있는 건 아니니까, 라는 생각으로 서류를 보냈다.


2월, 합격자발표.

명단에 이름, 내 휴대폰 번호가............. 있다?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적인 느낌!


'어떻게 하지'

'진짜 갈까'

'회사엔 어떻게 말하지'

비자 발급은 아직 되지도 않았는데 걱정부터 쌓이기 시작했다.

이내 걱정은 조금씩 현실로 다가왔고, 일단 비자 신청을 천천히 하면서 그만두는 시점을 조율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공연에 관련된 업무를 했던지라, 성수기나 비성수기없이 연말까지 바쁜 일정의 연속이어서 폭풍전야인 가을에 그만두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비자 신청 일자를 최대한 미뤄봐야겠다고 신청을 미루고 있던 때, 영국 내 외국인의 비자 신청 시 의료보험 혜택이 4월 초부터 변경되어 추가 비용을 받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 ㅆ....진짜 외국인 대상으로 장사하는구만'

결국 최대한 미뤄보려고 생각했던 일정보다 훨씬 더 빨리 4월에 비자 신청을 했고, 엑스레이 촬영이며,

업무하는 와중에 중간중간 시간을 빼서 미션 임파서블을 방불케하는 점심시간 사투 끝에 결국 뾰루지난 얼굴로 비자사진 촬영까지 마쳤다. (왜 하필!)

'2015년 6월 28일. 이 날부터 영국에 가도 됩니다.'라는 비자가 붙은 여권이 집에 도착했다.

이젠 진짜 가는 건가, 갈 수 있는 건가, 가도 되는 건가의 잡념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퇴사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만둠,에 대한 대화는 제안과 거절의 과정 끝에 종료되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도 실제 퇴사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퇴사 시에는 상사보다도 업무를 함께하는 동료에 대한 배려가 우선인데, 아무리 노력해도 이기심의 발로로 인해 그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를 경험한다.

남은 사람의 몫과 떠나는 사람의 미안함,

그래도 남겨둘 수 밖에 없는 미결의 과제.


그래도 '떠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시작이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을 마주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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