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다시 질문.
영국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금,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영국에 아는 사람 있어요?
그에 대한 간단명료한 대답.
아뇨, 없습니다. (입꼬리 한 쪽 올리기는 옵션)
엄밀히 따지면 얼굴 알고 이름 아는 선후배 몇몇이 영국에 가 있고, 사촌동생 하나가 유학 중이긴 하지만 특별히 연고가 있는 것도, 그로 인해 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다.
영국에 '살리라'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쉬지 않고 학교에 다녔고, 졸업 이후 내가 누구인지, 이후 내 삶의 틀을 재단할 기준이나 결정을 하지 못해 제2의 질풍노도의 시기 - 혹자는 이런 시기를 '백수' 혹은 '휴학생', '취준생'이라 부른다 - 를 겪어내던 그 때, '어학연수'를 가겠냐는 어머니의 조언을 옳다쿠나 날름 받아들고 미국이냐 영국이냐를 고르다 영국에 가는 것으로 결정한 이후 옥스포드와 런던에서 근 1년 여를 지냈었다.
여름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과 환락의 도시 암스테르담에, 가을엔 아일랜드 더블린, 겨울엔 독일 뮌헨,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체코의 프라하와 체스키 크롬로프도 여행했다.
(겨울의 동유럽은 춥고, 외롭고, 춥더랬다.)
그 때의 나는 시행착오도 많았고, 계획했던 것이 철저히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아무리 똑똑하려고 노력해도 어느 순간 바보같아지는 기분, 내 판단만을 믿을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구했던 조언도 결국은 제대로 된 판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또한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도 좋은 한국인 친구들과 영국인 친구들을 만났고, 누구와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겠지.
*
2008년 봄, 그리고 2015년.
왜 영국이냐 묻는다면 다른 나라보다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어서, 정도가 답이라면 답일 수도 있겠다.
왜 다시 갈 거냐는 물음에 대답할 적당한 대답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아직은 겪어낼 후폭풍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클 수도, 생각보다 훨씬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어서 그에 대한 답은 나 또한 얻어내는 중이다.
그냥
내가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냥,인 거다.
그냥 다시 가고 싶었다.
이전에 정신없게 보냈던 1년이 채 안되는 시간보다도, 조금 더 괜찮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일지도.
그리고 또 수많은 '왜'에 답하며,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겠지만 그러기보다 템포를 조금 낮추고 아쉽지 않게 충분히 쉬어가는 방향을 택하고 싶다.
좀 더 놀고,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좀 더 행복한 시간을 누려보는 건 지금 주어진 특권일 거다.
그 중에 몇 가지 계획,
1. 유럽 내 뮤직페스티벌 원없이 다니기
2. 취업하기
3. 괜찮은 집에서 살기
조촐하지만 하나도 하기 어려울 것 같은 계획을 뜬구름처럼 띄워놓고 뭉게뭉게뭉게.....
복잡하면, 좀 덜 복잡해보지 뭐.
#영국워킹홀리데이
#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