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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Jan 03. 2016

집착과 소유에 대한 고찰,

짐싸기와 덜어내기 연습.

짐을 싸는 것과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진 건 대학교를 포항으로 가면서부터였다. 기숙사 생활은 매 학기 배정이 바뀌고 짐은 매 학기 박스로 담아 배달되었다. 상자에 책은 나눠서, 옷은 최대한 돌돌 말아, 깨질만한 것은 옷으로 완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박스 2개로 한 학기 짐을 다 부치곤 했다.

그러면서 너무 싫어진 것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일. 2주씩 가는 여행에 기내용 캐리어 하나로 모든 짐을 거뜬히 가지고 다니던 나에게 병이 생겼다.

컬렉션.

자꾸 뭔가 사놓고 쟁여두는 나쁜 버릇.

그리고, 그도 모자라 관심의 대상이 계속 바뀌었다.

처음엔 펜, 엽서 정도였는데, 신발, 카메라, 화장품 등으로 그 관심사가 계속 이동했다. 갖고 있는 물건은 많아졌고 어느 순간 물건이 나를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건 내 환상만은 아니었으리라. 내 과욕이 어느 새 나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었다.


런던으로 가기 전 짐을 꾸리면서 '덜어내기 연습'을 하자는 생각으로 최소한으로 짐을 꾸렸다. 여행 가방 한 개, 배낭 한 개. 그런데 생각보다 챙길 건 많고 겨울 옷 몇 개에 캐리어 하나가 꽉 차는 터라 더 넣으려면 캐리어 하나를 더 갖고 가는 엄청난 상황이 생길 위기였다. 더 필요한 건 우편으로 부치기로 하고(그걸로 짐이 끝났으면 했던 건 내 바람이었지만) 그래도 무거운 짐은 최대한 빼고 더 이상 챙기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1년 이상 있을 걸 생각하면 더 필요한 게 있겠지 싶다가도, 다 살아지겠거니 생각하면 실상 필요한 건 별로 없다.



2016년, 무소유와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단촐해져보기로 했다. 소비 후의 씁쓸함보다 가지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뒷맛이 낫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12월의 비행기와 독일을 지나, 지금 나는 여기, 런던에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고 새해에도 아직 정착하지 못한 나그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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