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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Jan 15. 2016

집 - 사는 곳 이상의 공간.

나와 네가 함께 하는 시간과 장소.

해외로 와서 제일 먼저 해야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제일 신경쓰이는 부분 중에 1번이라고 해도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 '집 구하기'이다.


의식주가 사람이 사는 데에 필요한 필수 조건이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외국에서 살 집을 구한다는 건 발만 떼면 모든 것이 내가 평생 익숙하던 틀과 모든 것이 다른 곳에서 나를 조금이나마 독립시켜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영국에서의 집은 특히나 그 살인적인 물가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인 동시에, 드는 돈에 비례해 내가 얼마나 조금 더 사람답게 살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더군다나 더 신경쓰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전에 영국에 처음 왔을 때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지낸 기간에 비해 이사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이 들었던 지라 이번에는 더욱 더 실수하기 싫어 더 많은 집을 둘러보게 되었고, '살 곳'을 찾기 위해 거의 열 다섯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왠지 맘이 가는 곳이 없었다. 분명히 이런 데에 까다로운 편도 아닌데도, 특히나 이번엔 결정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7년 전보다 거의 2배 가까이 오른 렌트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집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아깝기도 했고 결정을 쉽사리 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좋은 기회를 통해 한국 사람이 속해있는 영국 커뮤니티 플랏에 들어가게 되어(들어가는 과정은 조금 까다로운 편이어서 인터뷰를 통한 동의를 얻어야만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모두의 동의를 얻었다.) 새로이 지낼 공간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꽤 영국사회 안에 비집고 들어가 살 듯이 살게 되고 나니, 이 좁은 집이라는 사회 안에서 내가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는지가 다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었다.

머리를 비우고, 'A cup of tea?'

얼마나 사람들과 얼굴을 많이 보고, 이야기를 더 하고, 함께 할 수 있느냐가 그 안에서 '잘 사는' 방법이겠지만 그만큼 내가 노력하고 상대방도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곤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해서, 각기 다른 곳에서 온 이방인들이 모인 경우 그 노력을 쉽게 포기한다. 각기 문을 굳게 닫고, 서로의 시간이나 공간을 존중한다는 명목 하에 괴롭히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그럴싸한 명분일 뿐이고, 사실은 각자 노력하며 서로 알아가야 할 시간과 침묵으로부터 오는 불편함이 그 노력을 더욱 더 포기하게 만든다. 그게 언어의 장벽이라면 사실상 더 힘든 것일 거고.


강요하거나 부탁하지 않았지만, 이 곳에서 내가 함께 하는 사람들이 그 노력을 해주는 사람들이어서, 그 안에 내가 사는 곳을 채워줘서 참 고맙다. 나도 내가 사는 공간의 한 명의 일원이 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물꼬를 트는 시작점 또한 될 수 있을 거다. 이것을 또 다른 가족의 탄생이라고 불러도 좋다. 나도 여기에, 너도 여기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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