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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Feb 15. 2016

재미가 없으면 끝장이다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타지에서의 '살아내기'

아, 이건 아닌데.



'좀 더 놀자, 좀 더 졸자'의 모토를 가지고 시작된 영국생활에서 점점 현실과 마주해가고 있다. 게으르고자 하는 의미가 아닌, '부지런히 놀자'에 방점이 있지만 살려다보니 왠지 여행할 때는 아끼던 돈도 오히려 더 많이 쓰게 된다. 어차피 좀 더 살아야 되는데, 필요한데, 지금은 좀 더 싸게 살 수 있으니까. 이런  저런 사소한 이유를 붙여 더 헤픈 소비를 하게 된다.


오히려 여행을 할 땐 난 그렇게도 쇼핑에 인색한 사람일 수가 없다. 숙박비가 아깝고, 면세 쇼핑은 하지도 않는다. 명품도 살 일이 없고, 가끔 필요하다고 하는 명목으로 몇 가지 생필품같은 것만 사기도 한다. 그렇게 아끼고 안 쓰다가 어느 순간 평소에 참고 참던 옷가지나 신발에 돈을 물 쓰듯 쓰기 시작하면, 물꼬가 트인 소비는 물살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어느 순간 머리를 맞은 기분으로 방 안 가득한 박스와 영수증을 보며 텅 빈 맘을 추스려야 하는 '무소유' 귀납법이 적용된다고 하면 대충 좀 맞는 걸까.

Yes, money.

회사 생활 시엔 이만큼은 누려도 돼,라는 자기 암시적 소비가 잦았다. 그게 스트레스 풀기라는 이름으로 불려도 좋지만, 사실상 그리 건강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까지는 없을 심리학 혹은 정신과에서 치료하는 명목 중의 '중독'에 포함되는 것이었으리라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어느 새부터 어떤 것이든 하나로는 만족되지 않았는데, 그게 아무리 덜어내려 노력해도 쉬이 이룰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런 노력을 하고자 하는 자신을 그냥 두게 되었다. 화르륵 타오르는 열정이 있을 때가 있듯, 또 잠시 그 때의 불씨는 스르르 꺼질 때를 알고 사그라든다.


'재미'에 대한 것도 그렇다.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과 비슷하게, 재미 또한 나에게는 경쟁적으로 갖고 싶은 것 중 하나다. 내가 즐기고자 하는 것, 취미, 그리고 좀 더 전문적이고 그럴 싸한 취미의 특기화까지가 그렇다. 좀 더 남보다 괜찮게 즐기고 싶은 마음에까지 이르면 이 때쯤엔 괴로워진다. '왜 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즐거운 것을 꼭 일하듯 찾고 있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하면 등이 서늘해진다. 이것도 주입식, 경쟁식 교육의 폐해라고 하기엔 비약이 심하려나. 결국 괜한 재미의 압박이 느껴지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지, 고민하면서까지 놀지 않기로 했지,라며 스스로를 타이르고 재차 원래의 마음가짐을 곱씹고 되뇌인다.



흘러가는 대로, 고민하지 않고 즐기기로 마음먹은  이후 두달 남짓의 타향살이는 어느 덧 나의 생활과 삶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맘을 잊지 않고 계속 흥겹기만을 바라는 건 쉽지 않은 일일까. 그래도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이 기간의 마음가짐으로 워킹홀리데이 기간이 끝나도 계속 워킹+홀리데이이길 바라는 것은 재미있는 일을 지속할 수 있길 바라는 어른이의 맘 같은 것일테다.


덜 고민하면서 더 즐거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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