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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Jan 01. 2017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글쓰기, 과감과 소심 / 연말과 새 해의 그 사이.

2016년이 되기 전, 12월을 맞이하며 새해엔 내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한 번 '써보자'고 시작한 글쓰기.


완전히 공개된 블로그와는 조금 다르게 비밀스럽게 시작한 글을 쓰는 플랫폼인 브런치를 발견하고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시작한 것까지는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새로운 난항에 부딪혔다. 그 적당한 핑계거리를 들어보자면 글이 공개되는 순간에 반응하는 사람에 대한 부담감, 지속해야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무너뜨리는 게으름. 정도다.


이 때까지 지속해본 소셜미디어 등도 없는 데다가 처음에나 관심을 갖고 접근해도 금방 지속할 수 없어지는 모습을 내 스스로 한 두 번 본 게 아니었기 때문에, 브런치 또한 그리 될까 걱정이 된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할 일' 목록 안에 늘 들어가 있는, 부담감을 갖게 되는 일임과 동시에, 내 의견을 공개적인 공간에 드러내는 특히나 글이라는 하나의 틀로 정리되는 도구는 나에게 더욱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럴 만큼의 소재에 대한 자신감, 의견에 대한 분명함 등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대학시절 언론 공부를 하고 기자나 아나운서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동경을 했으면서도 그 길을 선뜻 가지 못한 건 내가 그만큼의 지식이 없음이 드러나는 순간의 부끄러움을 감당할 자신도, 의견을 피력할만큼의 용기도 없었던 이유였다.



진솔해지는 순간을 글로 담아 공개한다는 것이 나에겐 왜 그리도 어려웠던, 아니, 어려운 걸까. 브런치에도 하나 하나 글을 쓰다보면 마무리 과정에서 그렇게도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고, 탈고라고 할 것도 아닌데 그렇게 읽고 또 읽으면서, '아, 재미가 없는데?'를 연발한다. 하트든 덧글 알림이 그 글의 '재미없음'을 반증해주면 그야말로 쭈구리가 되는 날이 한 두번이 아니다. 특히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피드백을 받게 되는 플랫폼에서의 그 좌절 속도란 훨씬 더 즉각적이고 직접적인데다가 빠르게 다가온다.


아니지, 내가 그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한 건데.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냥 내 삶에 대해 덤덤히, 그리고 누군가가 내 방식에 대해서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서 조금 더 편해지고자 시작했던 것이 또 다시 내 목을 옥죄어오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런 면에서 나는 남을 '덜 신경쓰는' 노력을 좀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016년의 영국 생활, 페스티벌 프로젝트의 경험은 차근히 내 머리와 손을 거쳐 더디게라도 쓰여질 것이고, 이미 다가와버린 2017년에는 그만큼 더 즐겁게 기록하고 싶다.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런던 하늘을 수놓았던 수없이 터진 화려한 불꽃처럼, 내 속 안에 별 것 아니라 생각했던 것이 더 아름다운 모양으로 꽃피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새로운 해에는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이라며 매 년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으며 시작하던 한 해였지만 올해는 덜 긴장하고, 덜 압박하며, 여유와 즐거움을 갖는 걸로 대신하자.



더 나은 날들을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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