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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Apr 24. 2018

글을 쓸 수가 없다.

자신감 상실인지, 의욕상실인지, 우울함일지 모를

글을 쓸 수가 없어졌다. 이전만큼 재미가 없고 생생해지지도 않고, 기억도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2015년 말, 내가 글라스톤베리를 다녀온 건 2014년 여름이었다. 그 때 다녀왔던 것을 글감을 나누어 생생한 감상으로 정성스럽게 포스팅하던 나였다.



그 땐 왜인지 생생했다. 분명히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억이 손에 잡힐 듯 눈 앞에 보이는 느낌이었다.


이후엔 점점 어려워졌다. 탈고에 탈고를 거듭하고, 수정하고, 글은 길어지고, 에피소드를 한 글 안에 넣느라 점점 지루해졌다. 쓰는 내가 읽을 때 길면, 그럼 누가 읽어.



점점 자신도 사라지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 푸시가 스팸처럼 느껴지면서, 그게 내게 폭력처럼 느껴지기시작했다.



너는, 왜, 안 써, 그 때 그 때 왜, 빠릿빠릿하지 못 해.



남을 신경쓰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쓰기 시작한 글이었다만, 여전히 난 그렇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걱정하고, 지레 겁을 먹으며, 그래서 진척이 없다.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아. 그걸 깨고 나와야 더 커질텐데. 내가 그걸 잘 알면서도 쉽지가 않은 건 정말 내 속 안에서부터 정말 무서운가보다. 나서서 무언갈 하기에 뭐든 펼쳐내기에 무서운, 사실은 과대망상.




이전에 친구와 SNS조차 쉽사리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뭐라도 올렸다가 그게 일파만파 커지고, 일상생활 불가능해질까봐’ 못 하겠다는 내 말에 친구가 실소를 했다. (근데 그 이야기한 나는 매우 진지했다.)


생각할수록 웃기네,
아니 근데 제발 그러라고.
뭐 해서 막 소문나고 일파만파해서
일상생활 불가해지라고 그냥.



내가 특별함에 대한 동경이 있음에도 동시에 그렇게까지 두려움이 있는 건 무슨 이유일지 모르겠지만, 그러면서도 쉽사리 다가갈 수 없는 것처럼 나에게는 그것조차 매우 불편하게 인식되어 있다.



오늘처럼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 싶은 글을 막 써서 올리는 날은 굳이 평가를 받을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날일테지만, 좀 더 쉬워졌으면 좋겠고 좀 덜 진지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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