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속초의 거리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등반을 하려면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합니다.”
리더의 말에 우리는 24시간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간판 불빛 아래 문을 연 콩나물해장국집.
뜨거운 국물이 속을 데우자 긴장이 조금 풀렸다.
식사를 마치고 설악산 입구로 향했다.
하네스를 매고, 로프를 정리하며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오늘의 현실을 일깨웠다.
새벽 네 시, 매표소 앞.
짙은 어둠 속에서도 서로의 눈빛은 반짝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묘하게 믿음이 갔다.
설악산 매표소에서 마지막 화장실로 가는 길은
여러 번 걸어서인지 어둠 속에서도 낯설지 않았다.
토왕골 폭포로 향하는 길,
폭포와 구름다리 근처에서 세차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무섭기보다 경이로웠다.
우리만 등반허가를 받은 팀이라
출입통제 문을 열 수 있었다.
“아,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어둠 속에서 헤드랜턴 불빛과
앞뒤로 비추어주는 동료들의 빛에 의지하며 한 걸음씩 오른다.
앞서가던 리더가 말했다.
“일주일 전에 왔을 때는 물이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요.
계곡이 많이 불었네요.”
비로 불어난 계곡물 앞에서 리더는 잠시 멈췄다.
“아무래도 등산화를 벗어야겠어요.”
그 말에 우리는 모두 등산화를 벗었다.
찬물 속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
차가움이 온몸으로 퍼지며 숨이 턱 막혔다.
서로의 손을 잡고 세 번의 계곡을 건넜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우리 사이에는 이미 신뢰가 싹트고 있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누군가의 말이 새벽 공기 속에 스며들었다.
설악의 깊은 산속,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다짐했다.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