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경원대길, 첫 손끝의 떨림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경원대길은 경원대학교 산악부가 1996년에 개척한 코스다.
난이도는 최고 5.9, 평균 5.6.
수평 이동이 많고, 칼날 같은 능선을 타기 때문에
고도감이 주는 압박이 상당했다.


비로 젖은 바위는 차갑고 미끄러웠다.
손끝이 떨리고, 신발 밑창이 바위에 닿을 때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확보줄에 의지한 채 천천히 오르며
나는 다시 한번 ‘두려움’과 마주했다.
뒤에서 함께 오르던 회원이 외쳤다.


“그라미님! 파이팅!!”


그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위에서는 리더가 이끌어주고 있었지만,
손을 잡을 곳이 없을 땐
무서워서 쉽게 몸이 나가지 않았다.


리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으로 하지 말고, 발을 믿고 일어서요.
괜찮아요, 그대로 몸을 밀어요.”


그 말이 등 뒤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밀어주는 손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한 걸음씩,
1 피치, 2 피치…
시간은 느리지만 단단하게 흘러갔다.


나와는 다르게 바로 뒤에서 올라오던 여성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60대 중반이라고 했다.
세상에나 —
놀라울 만큼 차분하게, 정석대로 올라왔다.


나는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게 올라오세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줄을 믿어요.
나를 이끌어주는 리더를 믿으니까,
걱정이 안 돼요.”


그녀는 암벽등반에 입문한 지 1년도 안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거의 매주 등반을 한다고 했다.
역시, 몸이 기억해야 하는 운동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는 50대부터 종주와 릿지등반,
해외 원정까지 경험한 분이었다.
무게를 최소화하려 배낭 속을 비우는 것이 기본인데,
그녀는 오히려 과일과 떡, 오이 등을 소분해
함께 오르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해 왔다.


그 마음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감동이었다.


‘저 나이가 되었을 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그녀의 뒷모습이 오래 남았다.
아름다운 인연이었다.


3 피치쯤 되었을 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리더와 일행들이 당황했다.
“분명히 날씨 확인했을 때 오후 늦게 온다더니…”


비는 안개비처럼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누군가는 “곧 그치겠죠.” 하며 서로를 다독였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조금씩 ‘나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워갔다.

목, 금, 토 연재
이전 03화2화. 새벽, 설악의 바위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