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바위 위에서 배운 관계의 법칙

– 자일이 가르쳐준 신뢰의 힘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등반은 늘 ‘함께’의 운동이었다.
한 사람이 자일을 당기면,
다른 한 사람은 믿음으로 몸을 맡긴다.
서로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그 길은 곧 위험이 된다.


나는 느꼈다.
내가 두려움에 멈칫할 때,
위에서는 “괜찮아요, 그대로 와요.” 하고 손을 내밀어 주었고,
아래에서는 “자일 잡았어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짧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진정됐다.


리더는 늘 말했다.

“자일은 서로를 묶는 끈이에요.
그게 신뢰예요.”
그 말의 의미를
나는 바위 위에서 온몸으로 배웠다.


관계도 그렇다.
당기면 끊어지고,
놓으면 멀어진다.
때로는 조금 느슨하게,
때로는 단단하게,
그 미묘한 긴장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간다.


하산 후, 내려와 내 몸을 살피니
무릎에 멍이 가득했다.
리더가 내 무릎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왜 무릎을 써요? 암벽은 발로 오르는 거예요.
발에 힘을 주고 일어서야죠.”


그 말에 문득, 오래된 기억이 스쳤다.
등산학교 시절, 설악의 한 코스를 오르던 날이었다.
위에서는 강사가 리드하며 줄을 잡아주고,
아래에서는 후배가 코칭을 해주었지만
나는 두려움에 몸이 굳어 한 발도 떼지 못했다.


아래에서 들려온 목소리.
“누나, 발을 믿어! 발을 믿고 일어나요!”
나는 울먹이며 외쳤다.
“무서워요, 못 가요…”
눈물이 섞인 목소리가 바위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결국 울면서 끝까지 올랐지만,
그날의 기억은 오래 남았다.
‘나는 왜 아직도 나를 못 믿는 걸까.’
리더의 말이 다시 귓가에 맴돌았다.
“발을 믿으세요. 그게 나를 믿는 법이에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릎의 멍이 시큰거렸지만
마음은 단단했다.
오늘 나는,
타인을 믿는 법을 통해
결국 나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웠다.


설악의 바위 위에서,
나는 관계의 법칙을 새로 썼다.

신뢰란,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용기이며
때로는 스스로의 발을 믿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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