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다시 산을 부를 때
다음 등반 계획을 세우는 단톡방이 다시 열렸다.
“다음엔 설악의 천화대 어때요?”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려움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건 그리움이었다.
바위의 차가운 촉감,
비에 젖은 장비의 무게,
하강 후 떨리던 손끝의 감정들.
그 모든 순간이,
이상하리만치 따뜻하게 떠올랐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나는 그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꼈다.
두려움과 떨림 사이에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다시 가고 싶다.
조금은 덜 무섭게,
조금은 더 단단하게.
리더와 두 선배님들은
다음 주 설악의 흑범길로 간다고 했다.
흑범길은 천화대 릿지에서 설악골로 흘러내린 암릉 중,
천불동 계곡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짧지만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길이라 했다.
1973년 요델산악회에서 개척된 이 길은,
출발지점에 서면 정면으로 적벽과 장군봉,
유선대가 한 덩어리의 바위군처럼 이어져 보이고,
그 옆엔 염라길과 석주길,
그리고 멀리 공룡능선이 다가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다.
“가고 싶다.”
고맙게도 리더가 말했다.
“같이 가실래요?”
리더는 이 길이라면 나도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주엔 회사 일정이 많았다.
함께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지만,
그 마음까지도 따뜻했다.
리더는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천화대 가게 되면 꼭 연락할게요.”
그리고는 덧붙였다.
“그동안 실내암장도 다니세요.
집에서도 조금씩 연습하시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러겠습니다.”
비 오는 날, 물바위에서 리더를 빌레이 본 이야기를
등산학교 후배들에게 자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뿌듯해졌다.
오늘의 등반은 끝났지만,
나의 여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다음 도전을 향해 —
조금은 덜 무섭게,
조금은 더 단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