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돌아섬의 미학

– 멈춤도 용기일 때가 있다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숙소로 돌아오는 길,
차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묘하게 고요했다.
오늘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등반은 언제나 ‘정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돌아섬’이 용기일 때가 있다.
그날 하산의 결정은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리더십이었다.


비 내리는 차창 밖 풍경이
마치 내 안의 긴장과 두려움을 씻어내는 듯했다.
내려놓음과 멈춤, 그것 또한
산이 가르쳐 준 또 하나의 ‘오름’이었다.


돌아선다는 건, 포기가 아니라
다시 오를 수 있는 여백을 남기는 일.
나도 이제 그 의미를 조금은 안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비와 추위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마다
“괜찮아요, 그대로 밀어요.”
그 말이 떠오른다.
그 한마디가 지금의 나를 이끌었다.


등반은 결국 ‘나 자신과의 대화’였다.
내가 얼마나 약한지,
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그곳에서 똑똑히 보았다.


그날의 산은 나를 시험하지 않았다.
다만 묻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너는 어디까지 너를 믿을 수 있니?”


차창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괜찮아,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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