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바위에 마음을 묶다

– 삶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오르고 있다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등반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났다.
양쪽 무릎에는 아직 멍 자국이 있다.
짙은 파란빛이 옅어지며 희미하게 남아 있다.


등산이나 등반을 하고 나면
늘 온몸이 붓는다.
체중도 늘어난다.
아마 쓰지 않던 근육을 썼기 때문이겠지.
또 그만큼 잘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돌아온다.
통증도 서서히 사라지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그날의 감각이 남아 있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것들.
손끝에 닿았던 차가운 바위의 질감,
자일에 의지해 숨을 고르던 순간의 떨림,
그리고 “괜찮아요, 그대로 밀어요.”
서로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회사로, 일상으로.
다시 분주한 하루들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마음 어딘가엔 여전히 ‘산의 리듬’이 흐르고 있었다.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던 순간 문득 자일이 떠올랐다.
서로를 묶어주는 그 한 줄의 신뢰.
그것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끈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삶도 그렇다.
서로를 믿고 기대며,
때로는 당기고, 때로는 멈춰야 한다.
너무 세게 잡으면 아프고,
너무 느슨하면 놓쳐버린다.
적당한 긴장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지탱하며 산다.


그날의 바위는 내게 속삭였다.
“살아 있는 건 버티는 게 아니라, 믿는 거야.”


이제 나는 안다.
산은 단지 오르는 곳이 아니라,
내 마음을 묶어두는 자리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일 하나를 매단 채,
삶이라는 벽을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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