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비와 떡, 그리고 기다림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6 피치에서 몇 번의 하강을 마치고,
가파른 계곡길을 조심스레 내려왔다.
젖은 바위와 흙이 미끄러웠지만
서로 손을 내밀어 잡아 주며
한 걸음씩 천천히 내려왔다.


계곡도 등산화를 신은 채 그대로 건넜다.
찬물이 등산화 속으로 스며들어 발끝이 얼얼했지만
그조차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번을 거쳐
드디어 오늘 아침, 등반을 시작했던 그 지점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두려움으로 시작된 길이었지만,
이제는 안도와 감사의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장비 해체합시다.”
리더의 말에 모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젖은 손으로 카라비너를 푸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손끝이 시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여성 회원 한 분이
비닐봉지에서 떡을 꺼내며 말했다.
“이럴 때는 먹어야 해요.”


그 한마디에 웃음이 번졌다.
따뜻한 떡 한 조각이
몸보다 마음을 먼저 녹였다.


따뜻한 커피가 그리웠다.
하지만 이 순간,
커피보다 서로의 온기가 더 따뜻했다.


리더가 장비를 정리하러 간 동안,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던 선배님과 여성분은
먼저 내려갔다.


나는 그 자리에 남아
계곡의 물소리를 들었다.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왜 리더가 안 오시지?’
‘전화도 안 받으시네… 다치신 건 아닐까?’
‘먼저 내려간 두 분의 연락처라도 받아둘 걸…’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그 순간의 마음은
마치 부모를 기다리는 어린아이 같았다.


조금 뒤,
위쪽 숲길에서 리더가 모습을 드러냈다.
젖은 자일과 장비를 들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자
안도와 반가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왜 연락이 안 되세요? 걱정했잖아요.”
툴툴대며 말했지만
사실은 너무 반가웠다.


리더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전화기를 두고 갔어요.
함께 있는 줄 알았죠.”


안전하게 내려온 것만으로도
모든 게 다행이었다.
그렇게 장비를 챙기고,
지친 몸과 마음으로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비와 떡, 그리고 기다림.

그 세 가지가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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