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멈춤과 시작 사이에서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오랫동안 나는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보고서를 쓰고, 사람을 만나고, 계획을 세우며 하루를 보냈다.
멈춤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 안에서 조용히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조금 멈춰도 괜찮지 않을까.”


퇴직을 앞둔 지금,
나는 다시 한번 ‘길’ 앞에 서 있다.


지리산의 안개, 해파랑의 바람, 설악의 바위 —
그 모든 길 위에서 나는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며, 나를 배웠다.


첫 번째 산에서는 책임과 성취를 배웠고,
두 번째 산에서는 나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끝이지만, 나에게는 시작이다.

이제 나는 매일의 작은 일상 속에서
또 다른 오름을 준비한다.


걷고, 배우고, 쓰고, 사랑하면서.

그 길의 모양은 다르지만,
마음은 여전히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나의 두 번째 산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어쩌면 이미 내 안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묻는다.

“다시 시작한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