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마음의 온기
여행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어디를 가든 풍경보다 오래 남는 건
함께한 사람들의 얼굴과 마음이었다.
이번 트레킹에서도 그랬다.
서로의 이름도, 사는 곳도 달랐지만
우리는 같은 바람과 길 위에서 연결되어 있었다.
60대의 부부는 청춘처럼 다정했고,
조카를 챙기던 고모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다.
트레킹에 푹 빠진 남성
인생을 품격 있게 살아가는 여성 동행자까지.
서로 다른 삶의 조각들이 여행길에서 하나로 이어졌다.
우리의 일정을 함께한 가이드는
영어는 물론 노르웨이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당당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현지의 문화와 풍경을 넘어서
삶의 태도를 가르쳐주었다.
또한 현지 산악전문 가이드 역시 인상 깊었다.
비 오는 날이면 따뜻한 차를 끓여 오고
견과류를 나누며 일행을 살피는 세심함이 있었다.
그녀의 배려는 길 위에서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노르웨이 민속촌을 방문했을 때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서툰 발음으로
한 단어 한 단어를 설명하던 현지 여성도 있었다.
그녀의 진심 어린 눈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오다와 베르겐에서 만난 사람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젊은 농장 청년들
그리고 베르겐 어시장에서 만난
통영 출신의 청년까지.
그는 고향을 떠나 이곳에서
묵묵히 생선을 손질하고 있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짧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의 하루가, 제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에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모든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행들과의 추억
함께한 20대 룸메이트의 배려 깊은 마음
그리고 그녀의 당당함까지.
그 이야기를 들은 막내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엄마 이렇게 말이 많았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그 친구는 나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산에 오르고,
일정을 마친 뒤에도 시내를 한 바퀴 더 도는 나를 보며
쉬는 게 여행이라고 말하던 그녀.
하지만 나는 그렇게 멈출 수 없었다.
더 보고, 더 느끼고 싶었다.
청춘의 여유는 부럽지만,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내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그 룸메이트는 오슬로로 떠나기 전
일행들에게 즉석 복권을 나누어 주었다.
나에게는 고맙다며 노란 비옷을 선물했다.
그 비옷은 지금도 내 여러 도전의 길에서
나를 지켜주는 ‘행운의 옷’이 되었다.
여행은 그렇게 끝났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여전히 내 안에 머물러 있다.
서로 다른 언어, 다른 삶 속에서도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알았다.
여행이란
세상을 보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