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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생애 최초로 암벽등반을 하다(2)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인수봉#북한산#등반#함께#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꿈, ~이라는, BAC 아카데미의 한 흥보 문구를 보게 되었다. 인수봉 정상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꿈을 이루게 해준다고 한다. 그 문구에 이끌려, 아무 생각 없이 서울 블랙야크 아카데미센터에서 진행하는 암벽등반 2기 과정에 등록했다.

부산에서 서울, 단거리라고 하면 단거리이고 장거리라고 하면 장거리였다. 백운대에서 바라보았던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외부적인 여러 사항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등록했다. 그렇게 난생처음 실내 암장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실내 암장에서 맨 처음 하강하고 무서워서 펑펑 울었다. 생소하기만 한 매듭법과 장비 교육 등, 4회 교육을 받았다. 암벽등반을 오랫동안 해온 지인은, 4회 교육을 받고 인수봉을 간다고 하니,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그저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마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처럼.

드디어 멋진 청춘 3명과 나, 이렇게 4명과 강사님 3분과 함께 인수봉 정상으로 향했다. 청춘 3명은 실내 클라이밍을 하고 있었고, 나는 완전 초보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의지는 있었다. 인수봉으로 가는 길이 어느 길인지 알지도 못했고, 그저 강사님이 일러주시는 대로, 3명의 청춘과 서로 응원하며, 한 피치, 한 피치 올라갔다. 정상에서는 모두 영혼이 털린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었다. 하지만 정상에 섰다는 기쁨으로, 그 시간을 즐겼다.

인수봉 정상에 서서, 백운대 정상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지난 시간,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 중 하나가 되어서.

함께 했던 청춘들은 하산 뒤 나눈 대화에서, 첫 등반이 너무 무서웠다며, 한동안은 등반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어쩜 나처럼, 다시 이 길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함께 했던 맘이 깊었던 작가 지망생과 교수를 꿈꾸던 일본 대학원생, 산림청에 근무하며, 또 다른 꿈을 향해 준비하고 있다는 멋진 친구들, 모두 현재의 삶을 사랑하며, 잘 있으리라 생각된다.

생애 최초로 인수봉 암벽등반을 했을 때, 70여 개의 길 중 내가 어떤 길로 갔는지, 어떻게 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인수봉을 등반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내 힘으로 오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암벽등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한국 등산학교에서 운영하는 암벽반과 등산학교 수업 과정을 수료했다. 교육 과정 중, 9 피치의 고독의 길을 통해 다시 인수봉 정상에 도달했을 때, 백운대에서 바라보았던 인수봉을 내 눈으로 다시 마주했다. 처음 느꼈던 기쁨과는 또 다른 차원의 성취감이 내 안에 차올랐다.

암벽의 세계에서 나는 체력도, 지력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나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피치를 향해 가다가, 추락에 대한 두려움에, 앞으로 가지 못하고 망설일 때, 뒤에서 좀 더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해 보세요, 위에서 빌레이 보고 있으니, 안심하시고조언해 주던 선배의 말처럼, 생각만 하지 말고 몸의 감각을 믿고, 홀드를 믿고, 함께 하는 친구를 믿고, 나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나를 찾아서라는 명제로 시작되었지만, 그 시간 속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 시간 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꾼다.

도전은 언제나 설렘이고 새로운 꿈을 꿈꾸게 한다.


꿈 너머 꿈

설악의 바위들을 만나 보리라, 그 산과 바위를 오를 것을.


#인수봉(仁壽峰 ): 높이 810.5m. 백운대(白雲臺) ·만경대(萬景臺)와 함께 예로부터 삼각산(三角山) ·삼봉산(三峰山)으로 불려 왔다. 화강암의 암벽이 노출된 경승으로 동쪽 산기슭에는 우이동(牛耳洞)이 있고 남동쪽 기슭에는 도선사(道詵寺) 등이 있음. 한국의 대표적인 암벽등반 대상 임(출처:두산백과).


#빌레이(belay) : 등반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하여 로프로 묶고 가는 방법. 러닝 빌레이와 바디 빌레이, 2가지 방법이 있다. 바디 빌레이는 등반하는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을 바로 연결시켜 주는 것으로, 활동적인 로프를 허리나 어깨에 묶고 한 손으로 잡는다. 앞서 등반하는 사람이 한 손을 움직여 따라오는 사람을 지탱하기 위해 끝까지 버티거나 로프를 느슨하게 할 수도 있다. 두 손으로 로프를 잡고 있으면 뒤따라오는 사람이 사고를 당해 추락하더라도 잡아둘 수 있다(출처:체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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