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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여행기(1)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21개 읍면, 120여 개 마을을 잇는 295km의 장거리 도보 길로 지리산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

이 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동호회 한 회원이 함께 갈 사람을 찾는 글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자료로 정리해 보았다. 그런데도 혼자 가기엔 막막해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늘 지리산 둘레길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지리산 둘레길 홈페이지에서 길 친구를 찾는 공지 글을 보게 되었다.

첫 시작은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했다. 그러나 그 길은 단체보다는 소수와 걷는 것이 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친구와 전남 구간을 걸었고, 경남 구간은 혼자, 아들과 걷고 싶었던 남원 구간은 남편과 함께 마무리했다. 혼자, 때로는 함께 한 둘레길 이야기 중, 혼자서 걸었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만의 지리산 둘레길

2020년 5월 1일, 나는 길 전문가인 친구만 믿고, 아무 준비도 없이, 처음으로 받은 장기 휴가에 설렘만 가득 안고 산청 터미널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이 생겨 늦어질 것 같다고 했다. 왠지 불안한 마음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결국 친구는 오지 못했고, 난 혼자 걸어야만 했다.

다시 돌아가야 하나? 고민 중에 구례 구간을 걸을 때 알게 된 지역 대표님에게 전화하니, 지리산은 혼자 걷는 길이라며, 겁먹지 말고, 용기 내어 걸어 보라고,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한다. 그 말이 큰 힘이 되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용기를 내 본다. 그때 울리는 전화, 아들이다.

“엄마 친구랑 잘 만났어?” 잠시 망설였다. 그냥 착한 거짓말하기로 했다.

“응~ 걱정하지 마. 잘 가고 있어.”

친구 따라 걷던 나는 이제 오롯이 나의 시선과 발걸음에 집중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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