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숙소는 성심원 게스트하우스(가톨릭 재단법인 프란체스코회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로 생각하였으나 도착해 보니, 코로나 상황으로 외부인 출입 금지라 한다. 갈증이 심해 매점에서 생수라도 살 수 없냐고 물으니 안 된다고 한다. 난감하다. 허기지고 날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설상가상 휴대폰 배터리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얼굴만 빨갛게 되어서, 길을 왔다 갔다 했다. 마침, 잠시 쉬고 계시던 택시 기사님이 나의 모습을 보고 불렀다. 여러 상황을 설명하니, 차에서 잠시라도 휴대폰 충전하고 가라고 한다. 숙소로 난감해하자 다음 여정을 묻고 가는 길인, 아침재에 숙소를 알아보고 위치를 물어보고 알려주신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가팔랐고,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 끝까지 가면 된다고 했는데…. 휴대폰 배터리도 거의 다 되었다. 어쩌지…? 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올라오는 승용차 불빛, 나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차를 세우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마침 나도 거기 가는데 타세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경북 말투의 남자분이 차 문을 열어주면서 “친구가 언제부터 민박했지?”라고 한다.
드디어, 길 끝 집에 도착했다. 집주인이 마중 나오니 남자분이 사정 설명을 한다. 안주인은 내가 찾는 민박집은 아랫마을에 있다고 한다. 재워주고 싶지만, 지금 집 공사 중이라 미안하다고 하신다. 나는 “괜찮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마을로 내려가려니 여기까지 태워주신 분이 마을까지 다시 태워주겠다고 한다. 따뜻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을에 도착해 00민박집에 문의했지만, 00주인은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없다가 5월 연휴라 현재 방이 없다고 한다. 난감해하던 차에 안주인은 지나가는 트럭 기사님께 나를 부탁했다. 친절한 기사님은 지역의 여러 곳에 전화를 걸어주셨다. 정말 미안했다. 이런 상황이 생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여러 분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친절한 기사님은 “아, 지금 숙박할 수 있는 데가 없는 것 같은데, 누추하지만 우리 집으로 가실래요?” 나는 바로 “네~~!!!”라고 한다. 뻔뻔하다. 날은 어두워지고 그렇게 그분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길이 낯설지 않았다. 아까 왔던 마을 끝 집이다.
트럭 기사님은 안주인에게 상황 설명을 하려니 “허이고, 아까 오셨던 분이네. 안 그래도 걱정 했어요” 한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난 그날, 향토 방에서 자고, 포항 친구 분이 사 온 싱싱한 회와 건강 밥상, 나만의 만찬을 즐겼다. 다음 날 아침, 불편할까 봐 따로 아침도 챙겨주시고 걸어갈 구간에는 음식점이 없다며 쑥떡도 챙겨주신다. 따뜻한 마음에 뭉클해진다. 코로나가 막 시작된 시점이긴 하지만, 타 지역 사람을 받아 주는 게, 쉽지 않으셨을 텐데. 고마움이 끝없이 밀려온다.
무언가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가지고 있던 비상용 약품과 영양제와 삼만 원을 봉투에 넣어서 드리니, 극구 거절하신다. 주거니 받거니 이렇게 십여 분, “제 맘이니 꼭 받아주세요” 하니, 마지못해 받아 주신다. 행여 길을 모르거나 난처한 일이 생기면 꼭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적어주신다.
어둠 속 알 수 없는 길을 걸을 때 두려움은 사라지고 가파른 오르막도 기쁜 마음으로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