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지리산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 두려움에서 믿음으로, 길이 알려준 마음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 두려움에서 믿음으로, 길이 알려준 마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참 무서웠다.

낯선 길, 낯선 사람들, 낯선 시간.
그 모든 낯섦이 나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그 길이 나를 자꾸 불렀다.

처음엔 단지 걷고 싶었다.
지리산이라는 이름이 주는 힘,
그 너른 품 속에서 잠시 쉬고 싶었다.


하지만 걷는 동안 나는 조금씩 다른 나를 만나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숲길을 걸을 때면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는 소리에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뒤에서 나는 바스락 거림에 고개조차 돌리지 못한 적도 있었다.
나중에서야 그 소리가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라는 걸 알았다.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그렇게 겁이 많던 내가

끝내 길을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사람이 보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혼자 오셨어요?”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을 때면
왠지 모르게 용기가 생겼다.
아무 말 없이 나를 지나쳐 가는 등산객조차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재를 오를 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렇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 안의 두려움이 조금씩 작아졌다.
대신 ‘괜찮다’는 마음이 자라났다.


지리산의 바람과 햇살, 풀잎의 냄새가
나를 천천히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길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혼자라는 건 외로움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는 연습이라는 것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한
어떤 두려움도 결국은 지나간다는 것


지리산은 말없이 나를 단련시켰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생긴 순간
나는 이미 ‘혼자가 아닌 나’가 되어 있었다.


이제 나는 안다.
그 길은 단지 산의 길이 아니라 내 안의 길이었다는 걸.
지리산은 내게
두려움보다 믿음이 먼저라는 것을
그리고 멈춤 속에서도
인생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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