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길은
처음엔 고요해서 무서웠고 외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고요해서 편안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말소리 대신 바람소리, 새소리가 귀를 채운다.
누군가와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 소리들만으로 충분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나는
고요함에도 온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침의 고요는 차분했고 낮의 고요는 따뜻했다.
해 질 녘의 고요는 마음을 조금 먹먹하게 만들었다.
길 위에서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진다.
힘들면 힘들다고
무섭다면 무섭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내 안의 진짜 감정과 마주하는 일
그것이 바로 길이 내게 준 첫 번째 배움이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만나게 되는 어르신과 사람들에게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여자 혼자 걷는 다고요?”
그 말에는 놀람과 동시에
조금의 염려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 나는 두렵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걱정보다
내 안의 용기를 더 믿고 싶었다.
비 오는 날
둘레길의 쉼터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왼 종일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쉼터를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쉼터는 무인으로 운영되며 라면과 냄비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너무 행복했다. 젖은 신발을 벗고 라면을 끓였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렇게 맛있는 라면을 먹어본 적이 없다.
맛있었다.
.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그 순간,
‘이것도 삶이구나’ 싶었다.
누가 만들어준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하루.
그 단순함이 나를 단단하게 했다.
지리산의 바람은 말이 없지만
그 바람은 늘 내 등을 밀어주었다.
넘어질 듯 비틀거리다가도
다시 일어나 걷게 한 힘
그건 아마도 길이 내게 건넨 믿음이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고요는 두려움이 아니라,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 시간들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