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고요함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혼자 걷는 길은
처음엔 고요해서 무서웠고 외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고요해서 편안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말소리 대신 바람소리, 새소리가 귀를 채운다.
누군가와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 소리들만으로 충분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나는
고요함에도 온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침의 고요는 차분했고 낮의 고요는 따뜻했다.
해 질 녘의 고요는 마음을 조금 먹먹하게 만들었다.


길 위에서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진다.
힘들면 힘들다고
무섭다면 무섭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내 안의 진짜 감정과 마주하는 일
그것이 바로 길이 내게 준 첫 번째 배움이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만나게 되는 어르신과 사람들에게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여자 혼자 걷는 다고요?”
그 말에는 놀람과 동시에
조금의 염려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 나는 두렵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걱정보다
내 안의 용기를 더 믿고 싶었다.


비 오는 날
둘레길의 쉼터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왼 종일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쉼터를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쉼터는 무인으로 운영되며 라면과 냄비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너무 행복했다. 젖은 신발을 벗고 라면을 끓였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렇게 맛있는 라면을 먹어본 적이 없다.

맛있었다.

.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그 순간,

‘이것도 삶이구나’ 싶었다.
누가 만들어준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하루.
그 단순함이 나를 단단하게 했다.


지리산의 바람은 말이 없지만
그 바람은 늘 내 등을 밀어주었다.
넘어질 듯 비틀거리다가도
다시 일어나 걷게 한 힘
그건 아마도 길이 내게 건넨 믿음이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고요는 두려움이 아니라,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 시간들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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